파킨슨병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가진단법이나 건강관리법 정도의 정보가 담긴 그저 그런 수많은 건강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애플리케이션은 좀 달랐다. 환자의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 기기가 실제로 체크해 의사에게 자동으로 전송해 주고, 이 정보들은 의사의 컴퓨터에 지속적으로 기록된다.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을 올리면 의사가 수시로 답변도 해준다. 노트북,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에 능숙한 젊은 의사가 만들었을 것 같은데, 60세 노교수의 작품이다. 파킨슨병 전문의 중에서 원로로 통하는 길병원 신경외과 이언 교수가 앱을 개발한 사연이 궁금했다.
- ▲ 이언 교수
파킨슨병은 몸이 서서히 굳는 병이다. 초기에는 손발이 떨리는 정도에 그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이 굳고 두 팔·다리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몸이 굳기 시작하면 걷다가 발이 꼬여 쉽게 넘어진다. 넘어지는 것이 두려운 환자는 외출과 운동량을 줄이고, 이는 몸을 더 굳게 만든다.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는 악순환이다.
굳어가는 환자 몸 상태 확인할 필요 느껴
이언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를 진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지난번보다 상태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확인한 뒤,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약물과 운동처방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는 한 달 전이나, 두 달 전이나 똑같이 말한다. “손이 떨리거나 걷기 불편하다”는 정도의 표현에 그친다. 의사가 꼼꼼히 캐묻고 싶어도 진료 시간이 너무 짧다.
이 교수는 “환자에게 자세한 질문을 던져도 환자와 보호자 모두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대답하더라도 단답형으로 짧게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상당수의 외래 진료를 그저 약 복용량을 늘리거나 유지시키는 선에서 끝내고 말게 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매일 ‘손떨림지수’보며 악화 정도 파악
파킨슨병 환자들은 보통 3개월에 한 번 외래를 찾는다. 이때 증상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문진, 간단한 신경학적 검사 정도가 고작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는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어떻게 악화됐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말했다.
이언 교수의 애플리케이션은 환자의 손떨림지수를 매일 체크해 기록으로 남긴다. 파킨슨병이 심해질수록 환자의 손떨림이 심해진다는 증상 변화에 착안해 만들어진 것이다. 매일 휴대전화를 든 채로 팔을 앞으로 곧게 펴고 10초 정도 그대로 있기만 하면 된다. 이때 손 떨리는 정도가 수치로 바뀌어 저장되고, 이는 그래프로 그려진다.
이 교수는 “다음번 외래에서 그래프를 열어 봤을 때 지난번보다 그래프 선이 올라갔다면 손떨림이 심해졌다는 증거이므로 상태가 악화됐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환자가 느끼는 매일의 증상도 기록하게 해 놨다. “매일 어떤 증상을 느꼈는지 병원에 와서 설명하라고 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로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며 “환자들은 ‘어젯밤에 잠을 잘못 잤다’ ‘구역질이 났다’ ‘다리가 저렸다’ ‘팔이 부었다’ 등과 같은 사소한 증상들을 적어 놓는데, 이는 정확한 진단에 매우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온라인 상담 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다리가 저린 것을 보니 어제 다리 운동을 안 한 것 아니냐”, “약 먹는 횟수와 시간이 아직 불규칙하니, 신경 쓰라”는 등 잔소리를 한다. 이 교수는 “바로 옆에 환자가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 후 환자가 왔을 때도 꼭 매일 환자를 지켜본 것과 같더라”고 했다.
- ▲ More tip 파킨슨병 손떨림 관리 앱 이용법 ‘가상 병원(www.virtualhospital.co.kr)’ 홈페이지에 가입(무료)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얻는다. 휴대전화에서 ‘손떨림 관리(Count Tremor)’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는다.
생활에 필요한 동작 수시로 훈련시키고 싶어
이언 교수는 요즘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근력운동과 생활동작 수십 가지를 개발·정리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몸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 실천해야 할 생활 속 스트레칭 및 운동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몸이 불편한 파킨슨병 환자가 식사하거나 샤워할 때, 외출할 때 어떻게 해야 안전하고 잘 움직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상황별 대처 훈련 동작이다. 이 교수가 직접 시연해 동영상을 찍고 있다. 현재 50% 정도 완성됐다.
이 교수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두 가지 운동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몸이 가능한 서서히 굳도록 운동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몸이 굳더라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환자가 편안하게 운동을 따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운동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앱이 완성되면 환자가 하루에 몇 회,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운동하다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처럼 고통스러운 병은 드물다. 수십 년간 천천히 지속되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병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옆에서 상태를 꾸준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관리해 줘야 한다. 그래서 이 교수는 기꺼이 잔소리꾼으로 나섰다. “자신과 친숙한, 친구 또래의 의사 모습을 보면서 파킨슨병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교수의 바람이다.
/ 취재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khy@chosun.com
/ 사진 임성필(St.HELLo)
/ 월간헬스조선 12월호(66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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