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거슬러 올라가 1990년대 초 대한민국을 주름잡았던 식품은 녹즙이었다. 케일, 신선초(명일엽), 셀러리에
집 앞 풀밭에서 뜯어온 민들레까지 함께 넣고 녹즙을 짜냈다. 매일 아침이면 녹즙기의 날이 맞부딪치는 소리로 시끄러웠고,
맛은 고약할 정도로 쓰지만 건강에는 좋다는 생각에 녹즙을 마시면서 다들 힘겨워했다.
다시 20년을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에는 컴프리가 인기 절정이었다.
비타민 B12를 비롯해 여러 가지 유익한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컴프리에는 '기적의 풀'이라는 명칭까지 붙었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컴프리를 차로, 즙으로, 분말로 먹으면서 효과를 기대했다.
한편 컴프리에는 피롤리지딘(pyrrolizidine)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컴프리가 간 기능 손상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식품 원료로서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우리나라 식약청(현 식약처) 또한 컴프리를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녹즙 역시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녹즙기 쇳가루 파동이 터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녹즙 열풍이 가라앉았다.
인터넷에는 해독주스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많다. 해독주스를 마시고 나서 피부가 좋아졌다,
체중이 감량되었다, 변비가 사라졌다는 식이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유익하며 변비를 비롯한 소화 장애를 앓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하지만 해독주스에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것 이상의 '해독'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우리 몸에서 해독은 간과 신장에서 하는 일이지 음식에 맡겨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 성분이 제일 먼저 간을 통과하는 이유도 간에서 독성 물질을 걸러내기 위해서이다.
↑ ⓒ시사IN 고선경 : 건강에 좋은 채소와 과일이라 할지라도 한 번에 많은 양을 갈아서 먹는 것은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녹즙, 컴프리, 메추리알, 해독주스…다음은?
몇 년 전, 영국 BBC 방송에서는 건강한 지원자 10명을 대상으로 해독 다이어트가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독성학 교수 앨런 부비스는 실험 결과를 요약하며, 해독주스나 해독 식단에는
독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해독주스를 마셔야 하는 이유로 제시되는 흡수율 문제는 어떨까?
생채소의 흡수율은 10%에 불과하지만 삶으면 60%, 그것을 다시 갈아 먹으면 90%까지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과일과 채소 속의 당분은 서서히 흡수된다. 그런데 과일과 삶은 채소를 갈면 흡수 속도는 빨라진다.
혈당치가 급격히 상승하면 우리 몸에서는 과도한 양의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로 인해 도리어 허기지게 되기 쉽다.
당분 섭취를 조심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이 해독주스를 피해야 하는 이유다. 과일과 채소를 그대로 먹는 것과
주스로 갈아서 마시는 것은 다르다. 앞서 언급한 여러 국가들에서는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장려하면서도,
주스로 마시는 경우는 하루 한 컵 정도로 제한하거나 아예 못 마시게 하고 있다. 과도한 당분 흡수 문제 때문이다.
간에서 해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피부에 독성이 나타난다. 음식 그대로 먹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던 사람이
해독주스를 마시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작용은 해독주스의 성분이
도리어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몸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녹색 채소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데,
주스로 한 번에 많은 양의 칼륨을 섭취하면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의 경우는 약효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녹즙, 컴프리, 메추리알이 그랬듯, 해독주스 열풍이 식고 나면 또다시 건강에 좋다는 다른 식품이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어떤 식품이 되든지 관계없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좋은 음식은 없으며,
과식은 독이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골고루 먹되 가급적 소식하라'는 원칙 하나만 지키면 충분하다.
그 밖의 잘못된 건강 지식에 휘둘리면 당신의 지갑을 비우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몸을 정화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재훈 (약사·<생각하는 식탁> 저자)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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