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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한방상식

[스크랩] 벌 안 죽이고도 안전하게 정제된 봉독만 추출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4. 10. 29.

독성(毒性)음식 하면 복어, 옻 정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육식이든 채식이든 모든 먹거리에는 독이 들어있고, 인류는 예로부터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독을 제거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 복어뼈가 그려 있는 것을 보면, 그때 이미 복어에서 독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처럼 사람은 단순히 독을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을 이용하려는 노력까지 해왔다. 특히 이러한 노력은 한약재를 두고 활발히 진행됐는데, 옻나무나 부자같은 식물성 약재부터 뱀, 두꺼비 같은 동물성 약재까지 독성이 강한 다양한 한약재를 치료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그중 벌독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벌독에 대한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벌꿀을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벌침을 ‘신비의 의약’이라고 일컬으면서 꿀벌을 태운 재를 기름과 혼합해서 질병 치료에 사용했다고 한다. 동양 최초의 침구학 서적인 《마왕퇴의서》에도 벌독을 채취하는 방법부터 가공하는 방법, 의학적으로 사용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벌집이 달려 있는 나무에 닭이나 개의 간 등 동물 신체 일부를 매달아 벌침을 쏘게 한 뒤 그것을 헝겊에 싸서 피부에 붙이는, 지금으로서는 기이한 방법이었다. 피부로 독을 간접적으로 흡수시켜 기를 보강하거나 발기부전을 치료하려는 목적이었다.

벌독은 멜라틴, 아파민, 아돌라핀, 포스포리파아제 A2와 같은 효소 및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진 도파민, 히스타민,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의 모노아민류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펩타이드 성분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등을 자극하여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며, 이를 통해 소염진통 작용을 나타내거나 항산화 작용 및 면역증강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이처럼 뛰어난 벌독의 약리작용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벌독을 의학적 치료에 사용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벌독추출 및 용량 조절의 어려움, 살생을 금기시하는 동양철학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벌독은 평소 꿀벌의 독낭에 저장돼 있다. 벌이 적의 공격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벌침을 쏘면 갈고리 모양의 침이 나오며 독을 배출한다. 그러나 침을 쏜 꿀벌은 얼마 뒤 죽는다. 즉, 벌이 침을 쏘지 않은 상태에서 벌독을 얻으려면 벌을 죽여야 하고, 벌이 침을 쏘아서 나오는 벌독은 독의 용량을 적당하게 조절하기 어려웠다. 과거 일부 무자격자가 관절염 등을 벌침으로 치료한다며 환부에 벌침을 직접 쏘게 했다가 벌독 과민반응으로 환자가 전신알레르기가 생기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벌을 죽이지 않고 벌독을 채취하는 과학적인 방법이 개발되면서 벌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살아있는 벌에 적절한 강도의 전자파를 발사하게 되면, 벌은 죽지 않고 가벼운 쇼크를 받으면서 미리 준비된 유리판에 독을 분비한다. 이렇게 모은 벌독을 무균 환경에서 정제해 꽃가루나 기타불순물을 제거한 뒤 영하 50℃에서 동결 건조시키면 순수한 벌독 분말로 탄생된다. 한의사들은 이를 환자의 체질이나 질병에 따라 적정 농도로 희석해 사용하는데, 이것이 봉독약침요법이다.


	봉독약침요법 순서
전자파로 벌을 기절시킨 후, 추출한 독을 동결건조시켜 가루내어 체질이나 질병에 따라 적정 농도로 희석해 사용하는 것이 봉독약침요법이다. 벌도 살고 독성도 줄인 안전한 추출법이다. (일러스트=유사라)

봉독약침요법은 과거의 벌침을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발전시킨 것으로,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과 면역계·신경계 질환 등에 널리 사용한다. 급만성 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등의 척추 질환을 비롯해 무릎 퇴행성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오십견, 손목터널증후군 등 관절 질환의 증상 개선과 기능회복에 큰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피부미용 등을 위해 봉독을 이용한 화장품도 개발하고 있다. 봉독약침요법은 통증이 심한 자가면역 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이나 강직성척추염,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및 베체트 병 등에도 효과적이다.

경희대 한방병원에서 이미 10여 년 전에 ‘봉독약침이 관절염의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줄인다’는 연구를 통증 관련 세계적인 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했다. 이 논문으로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한 봉독약침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그뿐 아니라 최근에는 벌독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멜리틴에 의해 활성화된 포스포리파아제 A2의 세포독성 작용이 항암 효과를 내는 주요한 약리 작용으로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 의대는 유방암 세포와 흑색종에 벌독의 주요 성분인 멜리틴을 투여했더니, 특별한 장기 손상 없이 유방암 성장이 25% 감소되고, 흑색종 크기가 88%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벌독을 이용한 치료는 벌이 침을 직접 쏘게 하던 과거방식에서 정제된 벌독만 추출하여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벌독에 함유된 40여 가지 중요한 성분을 각각 연구하고 있는데, 이런 연구를 통해서 관절염에 효과적인 성분을 강화한 관절염 봉독약침이나 암치료에 효과적인 성분을 증강한 암치료용 봉독약침 등 특정 질병이나 체질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벌침은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과학적인 치료법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전자파로 벌을 기절시킨 후 추출한 독을 동결건조시켜 가루낸 후 체질이나 질병에 따라 적정 농도로 희석한 것이 봉독약침요법이다.
벌도 살고 독성도 줄인 안전한 추출법이다.“


	이재동 경희대 한의대 교수
이재동 경희대 한의대 교수

경희대 한의대 교수. 침구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희대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 있다. 대한침구학회 회장등을 지냈다. ‘이재동 교수의 경희한방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파에 힘쓰고 있다.






 

/ 기고자: 이재동
월간헬스조선 10월호(13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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