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비타’를 읽어 보라고 하자. 많은 사람이 음을 넣어 ‘비오비~타~’라고 읽는다. 영유아 유산균제 비오비타가 1969년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TV 광고를 한 덕이다. 이처럼 널리 알려진 것은 광고 덕분이지만, 비오비타가 별 효과 없는 영양제라면 40년이 넘도록 광고도 못했을 것이다.
- ▲ 비오비타는 분유 먹는 아이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베이비 동양 콘테스트’ 등 다양한 광고 활동을 통해 경쟁 후발제품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었다. (사진=일동제약)
유산균 죽이지 않기 위한 기술력 키우는데 매진 1953년 6·25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영양결핍과 위생 문제로 사망하는 아이가 수두룩했다. 먹는 게 시원치 않으니 건강할 리 없고, 그런 상태에서 심한 설사를 동반하는 장염이라도 걸리면 변변한 치료도 못 받고 고생하다 탈수가 심해져 죽는 것이다.
일동제약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은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끈 유산균제제를 보고, ‘우리가 유산균제제를 만들면 영유아 건강에 큰 도움을 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감생심이었다. 종균배양 기술이 문제였다. 지금은 집에서도 유산균을 배양해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지만, 1950년대에는 일부 선진국에서만 가능한 최고급 기술이었다. 그 후 1957년 윤 회장은 중앙공업연구소(현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열린 전시회에 가서 우연히 유산균 배양에 관한 국내 연구결과를 접했다. 윤 회장은 연구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를 바로 스카우트해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변변한 시설이 없어서, 연구는 서울대나 중앙공업연구소의 연구 시설을 빌려 진행했다. 2년간 시행착오 끝에 일동제약은 1959년 10월 ‘비오비타’를 출시했다.
국내 최초의 활성유산균제다. 제품명은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비오(Bio)와 라틴어 비타(Vita)에서 따왔다. 지금은 과립 형태 한 가지로 나오지만, 처음에는 알약.가루약.과립약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됐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대표 영유아 유산균제로 자리 잡았지만, 출시 당시부터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품질 안정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기술이 부족해 배양한 유산균이 모두 죽기도 했고, 배양 과정에서 잡균이 침투하는 바람에 원료를 모두 버리는 일도 많았다. 열악한 포장 재질과 잘못된 보관으로 과립이 뭉치거나 변질되는 경우도 잦았다. 눅눅해진 제품을 들고 회사로 찾아와 항의하는 소비자도 적잖았다. 일동제약은 1960년대 중반 비오비타용 유산균을 활성유포자성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 스포로게네스로 바꾸면서 한계를 극복했다. 이 균은 위산을 만나면 스스로 방어막을 만들며 살아남아 장에 도달해안정적으로 번식한다. 이 기술을 비오비타에 적용한 이가 당시 신입 연구원이던 이정치 현 일동제약 회장이다.
- ▲ 지금의 30~40대와 함께 성장한 비오비타 패키지 변천사. 비오비타는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비오(Bio)와 라틴어 비타(Vita)를 합성한 이름이다. (사진=일동제약)
분유 먹이는 육아풍조 변화가 날개 달아줘
유산균을 교체한 비오비타를 널리 알리는 작업은 이금기 영업부장(현 일동후디스 대표)의 몫이었다. 이 부장은 1967년부터 동양방송(TBC)과 함께 ‘베이비 동양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여성 잡지와 ‘사랑의 육아일기 공모전’을 열었다. 비오비타 신문광고 한쪽에는 어린이 평균 신체발육표, 돌 전에 맞춰야 할 예방접종, 계절별 아이 건강관리법, 연령별 지능발달표, 응급처치법 등 갓난아이를 둔 부모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 모유수유가 줄고 분유가 대중화되는 사회 변화도 도움이 됐다.
비오비타는 점차 분유를 먹는 아이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대변이 묽거나 변비로 고생하던 아이가 비오비타를 먹고 ‘황금변’으로 바뀌었다는 편지가 회사에 날아들었다. 매출도 늘어 1969년에는 원기소, 에비오제, 미야리산 아이지 같은 경쟁품을 제치고 시장점유율33.9%로 1위를 기록했다. 55년간 팔린 비오비타는 7000만 병이 넘고, 포를 한 줄로 세우면 서울에서 파리를 가고도 남는다.
현재 미안마, 베트남 등 6개국에 수출하는 비오비타는 북한 어린이의 건강도 지켰다. 1997년 북한은 수년간 이어진 홍수, 가뭄, 냉해로 식량이 극도로 부족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였다.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분단 후 처음으로 북한에 의약품을 지원했는데, 이때 비오비타를 2만 병 포함시켰다.
비오비타를 55년간 끊임없이 개량해오면서 얻은 노하우는 일동제약의 유산균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유산균 기술은 두 가지 키포인트가 있다. 얼마나 유익한 유산균을 찾느냐, 그리고 장까지얼마나 안전하게 보내느냐이다. 유산균은 위에 도착하면 강한 위산 때문에 대부분 죽고 30~40%만 장에 도착한다. 위산의 공격에서 최대한 많이 살아남게 하는 것이 기술이다. 일동제약은 세계최초로 4중 코팅 유산균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산균을 수용성 고분자물질, 히알루론산, 다공성 입자 코팅제,단백질 등으로 네 번 감싸는 기술인데,유산균이 위산이나 소화효소에 분해되지 않고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게 했다. 특히 유산균 코팅에 히알루론산을 이용하는 기술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동제약이 성공했다. 히알루론산은 보통 닭의 볏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추출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불순물이 섞이는 등의 문제가 흔하다. 일동제약은 미생물 배양 기술을 개발해 히알루론산의 품질을 높였다.
코팅 기술과 함께 기능성 유산균에 대한 다양한 연구도 앞서나갔다. 일동제약은 치매 예방과 인지기능장애 개선, 헬리코박터파일로리 대항, 면역력강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유산균을 개발했다. 이 중 치매예방 유산균은 특허도 받았다.
/ 강경훈 기자 kwkang@chosun.com
사진제공: 일동제약
월간헬스조선 9월호(146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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