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료 맥락 설명 위해 ‘면역’ 개념 차용
인터넷에서 ‘한방 면역’을 검색하면 온갖 질환을 면역으로 치료한다는 한의원 정보가 줄지어 뜬다. 암, 사마귀, 목 디스크, 관절염, 비염, 다이어트, 자폐증 등. 인터넷 정보만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질환이 한방면역치료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꼼꼼히 비교해 보면 제 각각의 질병에 적용하는 다양한 치료법을 ‘면역’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선전함을 알게 된다. 현대의학에서 보면, 사람의 면역력은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한 시스템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특정한 시술이나 식이요법을 쓴다고 해서 증강되지 않는다. 면역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그렇다고해서 한방의료기관에서 말하는 ‘면역력 강화’나 ‘면역치료’가 근거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대부분은 한의학의 통합적인 질병 치료 맥락을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면역 개념을 빌려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의 면역과 맥락이 가장 잘 닿는 한의학 개념은 ‘정기(正氣)’다. 정희재 교수는 “정기는 인체 생명 활동의 원동력으로서 정기가 충실하면 오장육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면서 건강을 유지시키지만, 정기가 쇠약해지면 인체의 저항력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질병이 나타난다. 즉, 정기는 인체의 질병에 대한 방어·저항·재생능력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말했다.
정기에 반대되는 개념은 ‘사기(邪氣)’다. 사기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외부사기로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바람이 불거나, 춥거나, 너무 덥거나, 습하거나, 건조하거나, 뜨겁거나 하는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의 6가지 나쁜 기운과 ‘역려지기(疫之氣·감염질환의 기운)’ 등 외부에서 침입하는 발병요인이다. 다른 하나는 내부사기로 각종 질병의 일반적인 발병원인과 그로 인한 우리 몸의 손상이다.
正氣 도와 邪氣 없애는 것이 면역치료
한의학 시각에서 보면, 질병은 인체의 정기와 사기가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정기의 강약은 질병의 발생·악화·전 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이다. 우리가 흔히 ‘기운이 허하다’고 할 때의 ‘허(虛)’가 한의학적으로는 정기가 약해진 상태다. 정희재 교수는 “정기가 현대의학의 면역 시스템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특정한 장기나 기관만이 아닌 우리 몸 전반에 걸쳐 있는 질병억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한의학적 치료는 결국 정기의 정상적 기능 회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질환을 치료할 때, 염증·두드러기 등 해당 증상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거나 항원에서 회피시키는 것이 주된 치료 목적이아니라, 정기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치료 목적이 된다. 비장 기운의 손상으로 유발된 소화장애가 원인인 알레르기질환은 비장의 기운을 돕는 치료를 하고, 폐장의 기운이 손상돼 나타난 호흡장애가 원인인 알레르기질환은 폐장의 기운을 돕는 치료를 함으로써 질병과 증상의 근본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환자의 몸속에 장기간에 걸쳐 항원을 아주 조금씩 주입하면서 과민반응하던 면역시스템을 바로잡는 현대의학의 알레르기 면역치료와 구체적 방법은 다르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몸속에 있으므로 몸속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기능을 개선한다.’는 접근 방향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한의학적 접근을 현대의학의 면역치료와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정기를 도와사기를 제거한다.’는 ‘부정거사(扶正祛邪)’로 설명된다. ‘부정’은 ‘정을 돕는다’는 의미로 ‘원기를 돕는다’, ‘정기를 키운다’, ‘기혈을 보한다’, ‘보신한다’ 등의 의미며 체력이 튼튼해지면 사기는 제거된다는 치료법이다. 튼튼해진다는 것에는 면역력이 증가되는 효과가 포함되어 있다. 항암치료 중인 환자의 기력 저하 등 면역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은 부정으로 치료한다.
‘거사’는 ‘사기가 제거된다’는 소극적 의미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론 청열해독(淸熱解毒), 활혈거어(活血祛瘀), 도담거습(導痰祛濕), 거산풍사(祛散風邪) 등의 치료법이 있다. 청열해독법은 교감신경과 흥분상태를 바로잡아 과도한 활성산소나 내부에서 생긴 독소를 제거한다는 뜻, 활혈거어는 병리적 혈액인 혈전이나 색전또는 기능을 상실한 혈액을 제거하고 혈액의 기능을 좋게 한다는 뜻, 도담거습은 내부에서 생기는 일종의 독소인 담을 제거하고 부종이나 염증을 치료하는 것, 거산풍사는 풍이라는 사기를 없애는 방법으로 바람이 불면 체온이 떨어지고 안면마비 같은풍의 증상이 오는 것처럼 우리 몸의 신경학적 증상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을 말한다.
사상체질별 생활습관 지키면 면역력에 도움돼
한의학은 사상체질을 면역과 관련해 설명하기도 한다. 사상의학은 병을 직접 공격하는 치료가 아니라 환자 스스로의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을 ‘생식충보지도(生息充補之道)’라고 설명하며, 사상체질별로 건강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데 중요한 기운을‘보명지주(保命之主)’라 설명한다.
- ▲ 사상체질별 좋은 음식
예를 들어 자가면역성 질환인 경우, 소음인은 양난지기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는 몸의 내부를 따뜻하게 만드는 인삼·백출 등의 약물로 양난지기를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반면, 소양인은 음청지기(陰淸之氣)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이 원인이므로 몸의 내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생지황·석고 등의 약물을 쓴다. 황민우 교수는 “평소 자신의 체질에 어울리는 음식 위주로 식생활하는 등 사상체질에 맞는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면역력에 좋다”고 말했다.
항암치료 보완에 ‘부정거사’요법 활용
한방 면역치료의 활용은 암환자가 특히 유의해야 한다. 양한방 동시면허를 가진 김철수 원장은 “암은 정확한 진단으로 합당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요법을 제대로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하되, 연로하거나 체력이 고갈되어 도리어 항암치료가 해가 되는 상황이거나 항암치료로 체력적 한계가 발생한 환자는 정기를 보하는 치료로 보완하고, 항암치료가 계속 실패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부정거사의 치료법을 이용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기혈을 보(補)하는 약재를 쓰는 등의 한의학적 치유법이 무조건 암세포를 잘 자라게 한다는 서양의학적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잘 먹어서 체력을 유지시키듯, 정기를 키우고 사기를 없애는 한의학적 접근법은 항암치료의 훌륭한 보완책이 된다는 것이다.
월간헬스조선 8월호(8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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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이동혁 기자 , 도움말 김철수(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정희재(경희대한방병원 5내과 교수), 황민우(강동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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