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이 뇌손상 치료하는 기전은 정확히 몰라
사람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혈액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심장이 마비돼서 혈액을 뿜어내지 못하게 되고 불과 5분이 지나면 뇌세포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 상태에서 심장이 다시 뛰게 되면 갑자기 다량의 혈액이 뇌에 쏟아져 들어가는데, 그러면 오히려 뇌세포는 더 심하게 망가진다. 이 때 체온을 32~34도까지 하락시키면 온몸의 신진대사가 늦춰져서 이런 문제가 덜 생긴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는 환자를 냉각매트에 눕히고 혈관에 섭씨 4도의 생리식염수를 체중 1kg당 30mL씩 주입한다. 특수냉각관을 혈관에 삽입하기도 한다.
저체온 요법은 심정지 후 뇌손상 치료에 효과가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정된다. 그런데, 막상 사람의 체온을 낮추면 왜 뇌손상이 줄어드는지는 현대의학도 100% 정확한 메카니즘을 모른다. 전문의들도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하고 뇌장벽을 보호하며, 뇌압을 떨어뜨리는 등의 작용을 통해 뇌손상을 억제한다고 추정하는 정도이다. 어쨌든 임상에서 관찰되는 효과는 분명해서, 2010년 미국심장학회의 심폐소생술 가이드에 공식 포함됐다.
국내에선 물에 빠졌다가 저절로 저체온 치료를 받은 셈이 된 운 좋은 남성이 있다. 지난해 초봄 강원도 춘천 소양호에서 젊은 남성이 얼음이 녹기 시작한 줄 모르고 얼음장에 올라갔다가 물에 빠졌다. 이 남성은 물속에서 얼음판을 붙잡고 덜덜 떨다가 의식을 잃고 50분만에 구조됐지만 심장마비 상태였다. 근처 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이 남성은 정상적으로 건강을 되찾고 퇴원했다. 이 남성이 심장마비가 왔는데도 뇌손상 없이 회복된 것은 차가운 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저체온 상태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미국선 체온 10도 ‘초저체온 수술’ 계획중
저체온 요법은 심정지 외에 중증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간기능부전, 척수손상 등에도 쓸 수 있다. 최근 외신은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이 시도하고 있는 중증 외상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超)저체온’ 응급 수술법을 보도했다. 출혈이 많은 환자가 실려오면, 의료진은 환자의 혈관에 차가운 생리식염수를 주입해서 체온을 10도까지 떨어뜨린다. 체온을 32~34도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는 일반 저체온 요법과 비교하면, 조금 과장해서 ‘냉동인간 수술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체온이 10도까지 떨어지면 환자는 생명을 유지하는 생리작용을 모두 멈추는 ‘가사(假死) 상태’가 된다. 사실상‘일시적으로 얼어죽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의료진은 환자가 가사 상태에 빠진 동안 1시간 정도를 뇌손상 걱정 없이 급한 외상 수술에 쓴다. 정상 체온에선 5분이면 뇌손상이 시작된다. 수술을 마친 의료진은 몸 안의 혈관을 돌던 차가와진 혈액을 인공심폐기로 꺼내서 따뜻하게 데운 뒤 다시 몸 안에 넣어 준다.
이 수술법은 현재 동물실험을 거친 단계로, 사람에 대한 안전성은 확인되지 않는 ‘초기 임상시험’ 수준의 시도이다. 초저체온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할 우려가 적지 않으며, 수술이 잘 돼 생명을 유지해도 체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나타나는 부정맥.고혈당증.혈액응고장애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피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피츠버그대학병원은 실제 환자가 발생하면 10명 정도 시술해 볼 예정이다.
한국은 '심정지 저체온 치료법'이 더 도움돼
피츠버그대학병원의 초저체온 응급수술은 한국보다는 총기 사고가 많은 미국 상황에 필요한 의술이다. 이 병원은 "이 수술법은 총을 맞고 심각한 출혈 상태에서 응급실에 오는 흑인 환자가 많은 피츠버그 지역 상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과다 출혈로 병원에 들이닥치는 응급환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심폐소생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자동심장제세동기도 충분히 보급돼 있지 않아, 심정지 상태에서 응급실에 실려오는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훨씬 많다. 이런 실태를 감안하면, 피츠버그대학병원 방식의 초저체온 수술보다는 심정지 후 뇌손상 방지를 위한 일반적인 저체온 치료법이 더 많은 의료기관에 도입돼야 한다.
월간헬스조선 7월호(12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도움말 : 김광택(고대안암병원 냉동수술센터장), 이성우(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한문구(분당서울대병원 뇌졸중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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