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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헬스조선 7월호 게재 기사]이건희 삼성 회장의 ‘저체온 요법’, 뇌손상 어떻게 막나 보니…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4. 7. 20.

사람을 ‘얼려서’ 살린다. 최근 국내외에서 저체온 치료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국내에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심근경색 회복을 위해 저체온 치료를 받았고, 미국에서는 외상 환자의 체온을 섭씨 10도까지 떨어뜨리고 수술하는 계획이 발표돼 외신을 탔다. 이런 치료법이 발전하면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불치병 치료를 위해 환자를 냉동시켜 보관하는 기적의 의술이 가능해질까?

SF영화 속 ‘불치병 환자 냉동보존’은 불가능
아쉽지만, 냉동상태로 잠들었다가 수백년 후 깨어나 불치병을 치료받는 영화 속 장면은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현실화할 수 없다. 인체 세포는 극저온에서 극심한 손상을 입는다.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면, 세포는 동파(凍破)한다. 가장 먼저 세포 주위의 수분이 얼면서 세포는 심한 탈수 상태에 빠진다. 탈수 상태가 되면 세포의 단백물질과 구조가 파괴된다. 세포 내부도 얼면서 효소와 구조가 파괴된다. 또 세포 내부에 생긴 얼음 결정은 세포막을 파괴시킨다. 인체의 최소 구성단위인 세포가 이처럼 안팎으로 모두 파괴되기 때문에 사람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영화 속 냉동인간 보존법을 현실화시키려면 세포 안팎의 수분이 얼어붙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체온을 영하로 내려놓으면 불가능하다. ‘불치병 환자 냉동보존’은 신체가 얼어야 부패하지 않는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영상 상태에서는 생명 활동을 중단시킨 신체가 부패하거나 미라처럼 건조되는 것을 피하면서 원상태로 보존할 길이 없다. 공상과학 속의 불치병 치료 판타지가 실현되려면, 미래의 과학자들이 ‘냉동보존법’ 대신 ‘얼리지 않고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환자를 냉각매트 위에 눕히고 냉각포로 싸서 체온을 떨어 뜨린다
환자를 냉각매트 위에 눕히고 냉각포로 싸서 체온을 떨어 뜨린다

현실 속의 냉동치료는 19세기에 이미 시작
하지만, 불치병을 몇 백년 후에 못 고친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이러한 냉동 세포파괴 과정을 응용한 냉동치료가 오늘 현실의 진료실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냉동치료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됐다. 이미 1850년대 영국에서 암 환자의 통증. 부종 감소법으로 처음 개발됐고, 이어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피부과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사마귀나 얼굴의 검은 점을 빼는 미용 목적으로 쓰다가, 외과에 도입돼 치질 수술에 적용됐다. 요즘은 암 수술에 주로 쓴다. 냉동 암수술법은 이렇다. 직경 1.5mm 미세 치료침을 초음파 내시경을 이용해 암세포에 가져다 대고, 아르곤과 헬륨 가스를 분출해 치료침 끝부분의 온도를 영하 180도까지 떨어뜨린다. 이 침으로 암세포 및 주변 혈관을 영하 90도 이하로 급히 얼렸다가 녹이면서 괴사시킨다. 피부암에 쓰다가 요즘은 몸 안 장기에 생기는 암에도 적용한다. 국내에선 냉동수술센터가 있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전립선암.폐암.간암.신장암.대장암.골수암 등에 두루 쓴다.

냉동 암수술은 치료 안정성과 초기 결과는 우수하지만, 임상에 적용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어서 장기적인 치료 효과는 아직 모른다.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검사에 나타나는 암은 파괴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조직은 없애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이건희 회장 저체온 요법은 2002년 개발돼
이처럼 국소 부위의 종양을 얼려 죽이는 냉동수술 외에, 급성 심정지 환자의 뇌손상 방지 등을 위해 전신 체온을 떨어뜨리는 저체온 요법이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심근경색 발병 후 받아서 유명해진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이 등장한 건 오래되지 않는다. 2002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심정지 환자의 뇌손상 방지에 저체온 요법이 효과 있다'는 논문 2편이 실리면서부터다. 저체온 요법은 이 논문 이후 세계 의료계에 퍼졌다. 국내에도 빠르게 도입됐고, 이미 큰 종합병원을 위주로 냉동수술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시술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와 유럽심폐소생술위원회는 저체온 요법을 ‘심정지 후 혼수상태로 있는 선택된 환자에게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쉬운 말로 풀면,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심장이 멎어서 혈액 흐름이 중단됐던 환자 중, 적절한 치료를 받아서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아직 혼수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쓰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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