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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각종암 분류

[스크랩] `이차암`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4. 6. 19.

이차암’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들어본 적이 없다면 혹시 무슨 말인지 추측이 되시는지요?

x-ray사진

제가 의대를 다니던 1990년대 중∙후반에는 ‘이차암’이라는 말을 들어볼 수 없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오기 전인 2007년부터 2010년 초까지 국립암센터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이때 암환자들의 건강관리를 연구하면서 이차암에 대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암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치료 이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이런 용어가 생겨난 것이지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한 종류의 암을 겪고 치료를 완료하신 분들도 새로운 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한 번 암에 걸렸던 경우에는 같은 나이와 성별 조건에서 새로운 암이 발병할 확률이 30~60%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일반인들이 받는 암 조기 검진 정도는 필수로 받아야 합니다.

얼마 전 유방센터를 통해 암건강증진센터로 연계된 분을 진료하게 되었습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지 십 년쯤 되었고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저희 센터로 오신 경우였습니다. 그 분은 유방암에 대한 검사는 1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받아 왔지만, 내시경 검사는 암 치료 이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이차암으로는 대장암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장내시경을 권했고 그 분은 힘든 검사 과정 때문에 약간 망설였지만 결국 검사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가 나오자, 유방암쪽은 괜찮았지만 대장내시경 검사에서는 대장암이 새로 발견되었습니다. 꽤 진행된 상태로 몇 년 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면 ‘용종 단계에서 절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였습니다.

언뜻 생각해 보면 암을 한 번 겪으셨던 분들이 일반인보다 암검진을 더 잘 받을 것 같습니다.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하셨으니까요. 그러나 막상 연구를 해보니 과거 암을 겪고 난 분들이 암검진을 잘 받지 않을뿐더러, 제대로 암검진을 받는 경우는 30~5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 그래서 위암, 유방암, 대장암, 감상선암 환자분들을 초청하여 ‘이차암’ 에 대한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환자분들에게 먼저 ‘이차암’ 에 대해 들어보았는지 묻자, 들어봤다고 대답하는 분이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이차암’ 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차암이라면… 전이 같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

“항암치료 할 때 무슨 말씀을 하셨냐 하면 임파선을 타고 갈 수 있다. 치료 잘못하면 위암에도 걸릴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암에도 걸릴 수 있다라고…”

많은 분들이 재발이나 전이를 이차암과 혼동합니다.

[재발]이란 먼저 발생한 암의 세포가 눈에 안 보이게 제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기는 경우를 말합니다. [전이]는 먼저 발생한 암의 세포가 혈액 등을 타고 다른 부위로 옮겨 가서 자라나는 것입니다. [이차암]은 먼저 발생한 암의 세포와는 무관하게, 다른 부위에서 새로 암세포가 발생하여 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유방암으로 이전에 수술을 받았던 환자에게서 유방암세포가 간에 가서 자라면 재발이라고 하며, 유방암과는 무관하게 대장암이 새로 발생하면 이차(대장)암이라고 합니다.

유방암환자의 경우 재발과 전이와, 이차암의 차이

그림1.유방암 환자의 경우

암 치료를 마치고 나면 암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3~6개월, 길면 1년 정도 간격으로 혈액검사, 영상촬영 검사, 내시경 검사 등을 하고 담당 의사를 방문하게 됩니다. 어떤 환자분들은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은 하루 종일 긴장하다가 “괜찮습니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걱정이 해소되고 다시 몇 달을 감사히 지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암 치료 후 받는 검사들은 ‘치료 받은 암의 재발과 전이에 대한 검사’ 일 뿐, ‘다른 암에 대한 검진’ 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혈액검사하고 CT 촬영하고 하는데, 이걸로 모든 걸 파악할 수 있습니까? 다른 암이라든지 나쁜 질병을 파악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순간적으로 ‘아, 조심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에게 필요한 검사를 다 안 해주고 있는 건가’ 며 조금 놀라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암을 치료하는 전문 선생님들은 암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그 분야에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며 연구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것이 현실입니다. 짧으면 1분, 길어도 5분을 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진료 현실에서 환자 한 분 한 분의 전반적인 건강관리까지 챙기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환자 인터뷰 연구 후에 다음 단계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담당하시는 암전문의 선생님들을 인터뷰하였습니다. 가끔 담당 환자에게 이차암이 발생해 당황한 경험을 모두 갖고 있지만, 다른 암에 대한 검진까지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암을 겪었던 분들에 대한 검진은 암을 겪지 않았던 분들의 검진에 비해 복잡합니다. 먼저 발생한 암과 그 치료로 인한 영향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검진을 받는 것은 물론 암과 암 치료에 대한 전문 식견을 갖춘 전문의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1) 현재 연령과 성별을 고려하여, 누구나 받아야 하는 암검진 (예: 국가 5대암검진)

2) 그 동안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이차암에 대한 검진

3) 암 치료의 후유증으로 생길 수 있는 이차암에 대한 검진 (예: 가슴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젊은 여성 임파종환자의 유방암검진)

서울대학교암병원은 암 치료를 받은 환자분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암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검진과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교수진들이 직접 암에 대한 검진을 제공합니다.

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현경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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