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친’ OK농장 by 스스무 요나구니 셰프
초록이 무성한 도봉산 밑 주말농장. 펜넬, 래디시, 루바브 등 이색 작물로 가득한 구역이 눈에 띈다. 바로 레스토랑 ‘오키친’에서 운영하는 OK농장이다. 7년 전 바질, 루콜라로 시작한 게 지금은 30가지가 넘는다. 씨앗은 모두 미국에서 공수한 것으로, 처음 보는 작물이 곳곳에 널렸다.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 미국 등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서울에 정착한 스스무 셰프는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다. ‘까짓 거, 죽으면 다시 키우면 되
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농장을 갖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주된 이유는 비용 절감이었다.
“바질파스타 한 그릇에 1만5000원 받는데, 바질 한 통에 2000원이에요. 그런데 한 그릇에 다섯 통은 필요해요. 남는 게 있겠어요? 그래서 농장을 시작했죠.”
유창한 한국말로 설명했듯 처음엔 비용 절감을 위해 시작했지만, 건강과 신선함이 덩달아 따랐다. 농약 없이 자연 농법으로 키우기 때문이다. 자연 농법이라도 별것 없고 그냥 물만 준다. 허브는 본래 야생에서 자라던 것이라 공들이지 않아도 잘 자란다.
그는 농장에 가면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좋다 했다. 레스토랑에서 요리만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
“제일 좋을 때가 언젠지 아세요? 텃밭으로 나비가 날아올 때예요. 대부분 농약 쳐서 키우는데 우리 농장만 유기농이거든. 와서 우리 것만 먹고 있어요. 저번에는 루콜라 잎을 모조리 먹어치웠다니까?(웃음) 그래도 좋아요. 곤충이나 사람이나 다 같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안 그런가요?”
사람들은 벌레 먹은 잎을 싫어 한다. 못 먹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유기농 채소가 완벽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 때문에 벌레 먹은 잎을 그대로 요리에 활용한다. 가끔 불평하는 손님도 있지만, ‘벌레가 먹을 정도로 좋은 것이니 그냥 먹으라’고 권한다.
“요리의 기본은 식재료예요. 나쁜 식재료에서는 나쁜 음식밖에 안 나와요. 냄새 나는 생선에 식초를 넣어 냄새를 없앤다? 이건 나쁜 요리사나 하는 짓이에요.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그냥 버리고, 안 만들면 돼.”
좋은 요리사는 식재료를 100%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당근뿐 아니라 당근 잎까지, 콩뿐 아니라 콩깍지까지 사용하는 식이다. 그는 농장에서 키운 호박잎과 래디시 잎사귀 등까지 모두 사용한다. 버리고 낭비하는 식재료는 없다. 자연이 준 선물을 소중히 여기고 알뜰살뜰 활용한다.
농사를 지으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자, 그는 안 그래도 까만 얼굴이 더 까매지는 게 싫다고 했다. “처음 1~2년은 아내가 농장 일을 도와줬거든요. 그런데 농사짓다가 생긴 기미·잡티를 없애려고 레이저 시술을 받더라고요. 얼마 들었는지 물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웃음). 그래서 그만두라고 했어요.”
지금은 혈기왕성한 오키친의 스태프들이 농장 일을 돕는다. 농장에서 두런두런 셰프와 이야기 나누며, 고민 상담도 하고 서로를 알아간다. 그래서인지 농장일은 지원자가 많다.
More Info 외국의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외국에는 직접 기른 작물로 요리하는 팜투테이블 레스토랑(Farm-to-table Restaurant)이 있다. 그중 주목할 두 곳을 소개한다.
1 아티카(Attica)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세계 50위 레스토랑 중 21위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벤쇼리 셰프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레스토랑 소유 텃밭뿐 아니라 출퇴근 길 근처에 있는 농장, 공원, 골목길, 바닷가에서 당일 사용할 식재료를 채집한다. ‘모모푸쿠’의 데이비드 장 셰프가 그의 트위터에 ‘올해 맛본 가장 훌륭한 요리’라며 극찬했다.
2 블루힐(Blue Hill) 미국 뉴욕에 위치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블루힐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다. 농장에서 당일 구해온 재료로 요리하는 만큼 메뉴를 미리 알 수 없다.
/ 문은정 기자 mej@chosun.com
사진 임성필(St.HELLo), 임성균(하베스트 남산), 스스무 요나구니(오키친), 헬스조선DB
초록이 무성한 도봉산 밑 주말농장. 펜넬, 래디시, 루바브 등 이색 작물로 가득한 구역이 눈에 띈다. 바로 레스토랑 ‘오키친’에서 운영하는 OK농장이다. 7년 전 바질, 루콜라로 시작한 게 지금은 30가지가 넘는다. 씨앗은 모두 미국에서 공수한 것으로, 처음 보는 작물이 곳곳에 널렸다.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 미국 등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서울에 정착한 스스무 셰프는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다. ‘까짓 거, 죽으면 다시 키우면 되
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농장을 갖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주된 이유는 비용 절감이었다.
“바질파스타 한 그릇에 1만5000원 받는데, 바질 한 통에 2000원이에요. 그런데 한 그릇에 다섯 통은 필요해요. 남는 게 있겠어요? 그래서 농장을 시작했죠.”
- ▲ 농장에서 수확해 온 작물을 보며 해맑게 미소짓는 스스무 셰프.
그는 농장에 가면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좋다 했다. 레스토랑에서 요리만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
“제일 좋을 때가 언젠지 아세요? 텃밭으로 나비가 날아올 때예요. 대부분 농약 쳐서 키우는데 우리 농장만 유기농이거든. 와서 우리 것만 먹고 있어요. 저번에는 루콜라 잎을 모조리 먹어치웠다니까?(웃음) 그래도 좋아요. 곤충이나 사람이나 다 같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안 그런가요?”
사람들은 벌레 먹은 잎을 싫어 한다. 못 먹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유기농 채소가 완벽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 때문에 벌레 먹은 잎을 그대로 요리에 활용한다. 가끔 불평하는 손님도 있지만, ‘벌레가 먹을 정도로 좋은 것이니 그냥 먹으라’고 권한다.
- ▲ 4월 중순. 구획을 정해 파종 계획을 세운다. 씨앗을 심기 전부터 철저하게 계획한다. 아티초크, 보라지 꽃, 엔다이브, 세이지, 방아잎, 시소 등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식재료는 요리의 기본
오키친은 식재료에 민감한 레스토랑이다. 제철 재료를 기반으로 한 요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계절에 맞춰 요리하다 보니, 한 주에도 수시로 메뉴가 바뀐다. 셰프는 그 과정을 즐긴다.
“생선 사러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노량진에 가요. 쑥이나 냉이 같은 제철 나물을 사러 농산물 시장도 가고요. 그런 건 농장에서 키울 수 없으니까요.”
스스무 요나구니 셰프는 음식은 계절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사람은 1년 내내 고정된 메뉴만 만드는데, 이런 사람은 요리사라 생각하지 않는다. 강한 어조로 ‘로봇’이라 표현하면서 식재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 농장에서 캐온 붉은색 래디시. 동그란 뿌리의 국내 품종과 달리, 더 길고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잎사귀 곳곳 벌레 먹은 자국이 눈에 띈다.
좋은 요리사는 식재료를 100%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당근뿐 아니라 당근 잎까지, 콩뿐 아니라 콩깍지까지 사용하는 식이다. 그는 농장에서 키운 호박잎과 래디시 잎사귀 등까지 모두 사용한다. 버리고 낭비하는 식재료는 없다. 자연이 준 선물을 소중히 여기고 알뜰살뜰 활용한다.
- ▲ 펜넬과 오레가노
지금은 혈기왕성한 오키친의 스태프들이 농장 일을 돕는다. 농장에서 두런두런 셰프와 이야기 나누며, 고민 상담도 하고 서로를 알아간다. 그래서인지 농장일은 지원자가 많다.
- ▲ 수확한 작물
외국에는 직접 기른 작물로 요리하는 팜투테이블 레스토랑(Farm-to-table Restaurant)이 있다. 그중 주목할 두 곳을 소개한다.
1 아티카(Attica)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세계 50위 레스토랑 중 21위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벤쇼리 셰프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레스토랑 소유 텃밭뿐 아니라 출퇴근 길 근처에 있는 농장, 공원, 골목길, 바닷가에서 당일 사용할 식재료를 채집한다. ‘모모푸쿠’의 데이비드 장 셰프가 그의 트위터에 ‘올해 맛본 가장 훌륭한 요리’라며 극찬했다.
2 블루힐(Blue Hill) 미국 뉴욕에 위치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블루힐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다. 농장에서 당일 구해온 재료로 요리하는 만큼 메뉴를 미리 알 수 없다.
/ 문은정 기자 mej@chosun.com
사진 임성필(St.HELLo), 임성균(하베스트 남산), 스스무 요나구니(오키친), 헬스조선DB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메모 :
'암치유에 도움 > 환우를 위한 식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우리나라 왕의 밥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0) | 2014.05.27 |
---|---|
[스크랩] Chef`s Farm 직접 키워 조리한다! (0) | 2014.05.25 |
[스크랩] 제철 감자로 만든 향토음식 `감자옹심이`와 `감자전` (0) | 2014.05.21 |
[스크랩] 이 밥이 나를 살렸다 (0) | 2014.05.20 |
[스크랩] 봄쑥 넣어 향긋한 `쑥 수제비` 한 그릇 드세요! (0) | 2014.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