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암 3중고 <상> 몸의 병이 마음의 병으로
한국 암 치료만 집중 … 미국은 동시에 심리치료 들어가

여성 암환자들은 병을 치료한 뒤에도 마음이 무겁다. 유방암·자궁암 등은 수술 후 정상적으로 부부관계를 하는 게 쉽지 않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부부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미혼인 경우 임신이 불가능해 결혼을 꺼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온전한 여자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 십상이고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몸의 병이 마음의 병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최근 가정법률상담소에 이혼 상담을 의뢰한 경기도 거주 40대 후반 여성은 2012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 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껴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25년 결혼생활을 했고 슬하에 두 딸이 있다. 부부 사이가 애틋하진 않아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수술 후 남편은 돌변했다. 그는 “남편이 ‘원 없이 바람 피우게 빨리 죽으라’고까지 얘기했다”며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을 거 같아 이혼절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2011년 6월 유방암(3기) 수술을 받은 박모(38·충북 충주)씨는 “남편은 내가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가까이 오지도 않았다”며 “부부동반 모임에 같이 다녔는데 요즘에는 남편이 말도 없이 혼자 나간다”고 말했다.
갈등 끝에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암 환우 카페에 글을 올린 한 여성은 “유방암 수술 받고 2년 후 골수·간으로 전이돼 말기 판정을 받으니 남편이 ‘이혼하자’고 해서 갈라섰다”고 말했다. 한 자궁경부암 환자는 “남편이 ‘네가 얼마나 이기적인 줄 아느냐. 넌 이혼하자고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소연했다. 유방암 환우회 곽점순 회장은 “유방암 치료를 하면 항(抗) 호르몬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이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부부생활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이혼이나 별거를 한다는 사례들을 듣는다”고 말했다. 소민합동법률사무소 김삼화 변호사는 “암에 걸려 이혼을 당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남편들은 대개 도덕적 비난을 피하려 다른 이유를 댄다”고 말했다.

여성 암환자는 암 진단을 받으면 자식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시달린다. 혹시 암이 유전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정책센터 주정미(47) 사회정책본부장은 2009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두 딸이 나 때문에 유방암 가족력이 생겼는데, 이게 제일 미안하게 생각하는 점”이라며 “나중에 아이들이 유방암에 걸려 고생할까 유전자 검사를 하려다 의사의 만류로 관뒀다”고 말했다. 가족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죄의식에 시달린다. 2003년 갑상샘·폐암을 진단받은 김모(58·경기도 일산)씨는 “딸이 아프면 ‘나 때문이 아닐까’ 덜컥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미혼이거나 젊은 여성 암환자는 이성 교제와 결혼을 꺼린다. 2011년 11월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은 최모(36)씨는 양쪽 난소를 잘라내고 네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임신이 불가능해졌다. 주위에서 만남 자리가 들어오면 “아직 결혼에 관심이 없다”고 둘러댄다. 그는 “수술 당시에는 치료가 잘돼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조금 지나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슬픔이 현실로 와 닿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이서준·이민영 기자
◆국립암센터·중앙일보 공동기획
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현경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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