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11년 9월부터 농촌 재능나눔 캠페인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농촌 재능나눔이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농촌 재능나눔 활동 수기 공모전’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2013년도 출품된 141점 가운데 수상작 20점을 매주 수요일 농식품부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사연은 개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정재근씨 사례입니다. 정재근 씨는 재능나눔을 통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며 서로를 향해 바라보며 웃는 것이야 말로 인생이고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귀농한지 11년째. 그러나 직접 딸기 농장을 운영하여 작물을 키우고 농촌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6년 정도가 되었다. 97년의 경제 위기의 여파가 유명 화랑의 관장이었던 나에게 큰 상처와 경제적 좌절을 남기면서, 도망치듯이 고향에 숨어 들어와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살았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무서워서 방 속에 틀어박혀 살다 보니, 건강도 악화되어 도저히 살고자 하는 희 망이 없었다.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다. 그렇게 허송세월 하고 나니, 불현듯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졌고 무작정 동네 어귀에 나가 마을 청소를 시작했다. 3년 동안 날씨와 무관하게 마을 곳곳을 쓸고, 농업 교육 과정을 찾아다니며 이수하였다. 그제야 나는 한 사람으로서, 농부로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낭떠러지에서 피투성이 손으로 절벽을 기어코 올라온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지만, 무엇보다 가장 고마웠던 것은 나를 가엾게 여기며 자발적으로 도움을 줬던 사람들의 호의였다. 그때 나는 내가 누렸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것이 장애인 미술 교육과 양로원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사실 미술 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있어선 큰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내가 화랑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장애인들을 가르칠만한 선생님으로서의 자격과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짧은 고민 끝에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장성군에 위치한 전라남도 장애인 종합 복지관의 선생님들의 호응으로,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 아주 기본적인 색칠 공부부터 시작했다. 색의배열과 조합, 직선과 곡선의 조화, 도형을 그리는 법 등 아주 간단한 지식으로 시작한 미술 교육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장성군 장애인 종합 복지관에서 수업을 했지만, 이후 내가 운영하고 있는 딸기 농장 옆에 컨테이너를 들여 매주 화요일마다 아이들을 불러 그림을 가르쳤다. 미술 교육 프로그램이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나는 새로운 꿈을 장애인친구들에게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한 끝에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 한 동을장애인 친구들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적으로 도맡아 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것이었다.
평일에는 나와 아내가 하우스를 관리했고, 아이들이 오는 날에는 미술 수업이 끝나고 난 뒤에 함께 딸기를 가꿨다. 수확 철이 되자 생각보다 많은 양의 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복지관 선생님들과 수확한 딸기를 직접 포장하여 장성군의 사회 복지관 앞에 작은 판매대를 열었고, 딸기 장사는 성황리에 끝났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육체적 노동과 인내를 결실로 맺어 스스로 직접 번 돈이었다. 나중에 복지관 선생님으로부터 장애인 친구 중 한 명이 판매 수익금으로 동생의 교복을 사줬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동은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2012년 가을에 열렸던 장성군 백양사 애기단풍 축제에서는 우리 장애인 친구들이 수업 시간에 그렸던 작품들을 가지고 미술작품 전시회를 열어 그림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위 사진은 전시회 당시 찍었던 사진으로, 내가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에 직접 찍어 올린 것이다. 미술 교육을 통한 나의 재능기부는 조금 더 확대되어, 현재 장성군의 복지관뿐만 아니라 전남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보건소의 정신자활센터에서도 주1회씩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정신자활센터에서의 일화를 소개하자면, 장애인 친구들의 닫혀 있는 마음을 열기 위해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주제로 했던 수업이 있었다. 교실 벽면에 커다란 도화지를 붙이고, 24명의 친구들이 한사람씩 그림과 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남편을 커다랗게 그린 친구, 50,000원짜리 지폐를 그려 넣고 ‘어머니 옷 한 벌 사드리고싶다’고 적은 친구, 알약을 그린 후 ‘약 먹기 싫다’고 쓴 친구 등 24명이 꺼내놓은 애달프고 보드라운 속내들을 보며 나와 장애인 친구들이 참 많이 울며 서로를 다독였던 시간이었다.
건강 센터 친구들의 소망을 써보는 수업에선 한 장애인 친구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적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이 친구를 보면서, 장애인으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됐다. 꿈이 있고, 소원이 있어도 실현시킬 수 있는 요건들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힘들까. 보통 일반 사람들은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들이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거나 혹은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다. 하루를 살고, 내일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지고있을 뿐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들이 좀 더 확충되고,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들이 많이 신설됐으면 좋겠다. 이 친구들이 보다넓은 시야와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재능기부 활동을 하면서 내가 배우고 느꼈던 것은 내가 가진 미천한 재주 하나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고,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많은 상처와 눈물들을 치유해 나가며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농사를 짓다 보면 너무 힘이 들어 이 한 몸 쉬게 하고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장애인 친구들을 떠올린다. 화랑을 운영하면서 내 잔재주를 뽐냈던 그 시절도 좋았지만, 지금처럼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며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는 지금의 시간들이 참 값지게 느껴진다.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 기대어 사는 것.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며 서로를 향해 바라보며 웃는 것. 그런 게 인생이고 삶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지금 나는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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