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High Density Lipoprotein, 고밀도지단백질) 콜레스테롤도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혈액 속에서 산화되며, 이로 인해 동맥경화 등을 유발하는 LDL(Low Density Lipoprotein, 저밀도지단백질) 콜레스테롤처럼 나쁜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HDL콜레스테롤은 혈관을 깨끗하게 만들고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서 'HDL콜레스테롤은 정말 좋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는 "혈중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약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 혈액 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있는 모습. 최근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서 '혈액 속 HDL콜레스테롤이 정말 좋은 기능을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스탠리 헤젠 박사팀은 심장병 환자 627명의 혈액을 채취해 혈중 HDL콜레스테롤의 상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질(質)이 나쁜 HDL콜레스테롤은 LDL콜레스테롤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상적인 HDL콜레스테롤은 혈관 속에서 LDL콜레스테롤을 흡착한 뒤 몸속 산화효소와 결합해 수용성으로 변한다. 그 뒤 소변·담즙에 섞여 체외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산화된 저질(低質)의 HDL콜레스테롤은 산화효소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해 수용성으로 바뀌지 않으며, 소변 등에 섞여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결국 혈관에 쌓여 LDL콜레스테롤처럼 작용하게 된다. 이 연구는 영국 과학 잡지 '네이처 메디슨' 2월호에 실렸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몸속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HDL콜레스테롤도 LDL콜레스테롤처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HDL콜레스테롤의 양(수치)보다 질이 중요한 것이다.
HDL콜레스테롤의 질을 높이려면 산화를 막아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세포 구조를 손상·변질시키는 활성산소(대사작용 시 만들어지는 찌꺼기, 독성 물질)를 줄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과식을 피해야 한다. 인스턴트 식품, 지방이 많이 함유된 육류도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항산화효소가 많이 들어있는 당근·시금치·브로콜리·호박·토마토가 좋다. 비만도 활성산소의 주요 원인이므로 체중을 줄여야 한다.
담배 연기·대기 오염물질·중금속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한기훈 교수는 "약물로 HDL 수치를 억지로 끌어올리지 말고 균형 잡힌 식습관·꾸준한 운동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수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산화·산화효소
산소와의 결합 등으로 물질의 구조가 바뀌는 것을 산화라 한다. 산화되면 물질의 성질·기능도 바뀐다. 산화효소는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내 효소를 말한다.
/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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