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42)씨는 2년 전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건강검진 때 의사 권유로 갑상선 검사를 추가했더니 0.5㎜의 아주 작은 혹이 발견됐다. 증상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작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다 그래도 몸에 암세포를 두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수술 후 피로감과 두통 등 후유증이 매일 반복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자료와 관련 논문을 종합하면 1986년 인구 10만명당 남녀 각각 0.8명과 3.9명이던 갑상선암 발병률은 2011년 인구 10만명당 81명으로 30배 정도 늘었다.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영국보다는 무려 17.5배 많다.
대부분은 박씨처럼 아무 증상이 없는 데도 의사 권유로 검진했다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경우다.
세계에서 유독 한국만 갑상선암 환자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학적으론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대형병원들이 고가의 초음파 진단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투자비를 회수하려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빈번하게 이뤄지다보니 갑상선암 발병률이 급증한 것이다. 2000년 이후 국내 갑상선암 연평균 증가율은 무려 23.7%. 전체 암 평균 증가율(3.6%)의 7배나 된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을 보다 못해 암 전문의들이 "득보다 해가 많은 갑상선암 검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서홍관(국립암센터) 안형식(고려대) 이재호(가톨릭대) 교수 등 암 전문의 8명은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구성하고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안형식 교수는 "굳이 발견할 필요가 없는 갑상선의 암세포를 찾으려고 증상도 없는 사람에게 초음파 검사를 권하는 건 정상적인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무분별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시키고 상업화된 건강검진 체계를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암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게 상식이지만 갑상선암만은 그렇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쓸데없는 조기 검진이 불필요한 수술과 후유증을 양산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수술을 받고 있다. 일단 수술하면 평생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 갑상선을 제거하면 신진대사와 체온조절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 사라져 적절한 호르몬 분비를 위해 매일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 한동안 힘든 운동을 피해야 하는 등 생활에 제약도 많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수술환자 중 7.3%는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성대마비 같은 후유증에 시달린다. 호르몬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6%나 됐다.
의료비 낭비 역시 심각하다. 건강보험이 지불하는 갑상선암 진료비는 2008년 1200억원에서 2012년 2600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012년 갑상선암 수술 4만건 대부분이 '불필요한' 수술이라고 판단한다. 수술비 낭비만 860억원이다.
게다가 갑상선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0.5∼0.7명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기 진단과 수술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예방서비스위원회(USPSTF)는 이미 1996년 갑상선암에 대해 조기 진단 권고 'D' 등급 판정을 내렸다. 굳이 발견할 필요가 없는 암이란 뜻이다. 국내 국가암정보센터도 '증상이 없는 갑상선암'의 검진(촉진, 초음파)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요 대형병원은 대부분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을 시행한다. 일종의 '불안 마케팅'인 셈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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