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상반기 연구-전문가 검증 거쳐 확정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과다진단'으로 불필요한 암환자를 대량 양산한다는 논란에 직면한 갑상선암에 대한 국가 차원의 검사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 모든 암 가운데 갑상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립암센터에 연구용역을 맡겨 건강검진을 받을 때 갑상선암을 검사해 진단하는 기준을 만드는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연구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심포지엄을 마련, 평가와 검증과정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은 원전사고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상선암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건강에 대한 과대한 집착과 무분별한 건강검진 체계가 낳은, 한국만의 기형적 산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등 정부와 의료계의 긴급 대책을 촉구했다.
김소영(예방의학전문의)·박종혁(충북대)·서홍관(국립암센터)·성지동(성균관대)·신상원(고려대)·안형식(고려대)·이재호(가톨릭대)·홍영준(원자력병원) 등 의사들은 최근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결성해 갑상선암 사태가 발생한데는 과다진단을 알고도 사실상 방치한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갑상선암은 비정상적 발생행태를 보인다.
중앙암등록본부의 '2011년 국가암등록통계자료'를 보면, 갑상선암은 1999~2011년 10여년간의 연평균 증가율이 23.7%로 1위였다. 전체 암의 연평균 증가율 3.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1년만 놓고 볼 때도, 그 해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이 갑상선암이었다. 2011년 한국에서는 약 4만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발생했다. 인구 10만 명당 81명꼴로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인구당 발생률과 연간 증가율은 세계 의료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현상이다.
의사연대는 "일부 환경요인이 있겠지만 심각한 자연재해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같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기형적으로 갑상선암이 증가한 원인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강조하면서 빚어진 과다진단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사람이 해마다 갑상선암 환자라는 굴레를 뒤집어쓰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지만, 정작 이들은 육체적으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건강하게 산다.
한국에서 진단받는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9.9% 이상이다. 거의 100%다. 환자 중 겨우 0.1% 미만만이 갑상선암으로 숨질 뿐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모르고 지내더라도 거의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착한 암'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갑상선암은 의료계에서 '거북이 암'으로 불린다. 갑상선암은 의학적으로 조기 진단이 필요한 암이 아니어서 어느 나라에서도 갑상선암을 조기 검진하고 있지 않다.
의사연대는 "갑상선암 조기 진단은 증가했지만, 갑상선암으로 숨지는 환자의 수가 30년 전과 비교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갑상선암 증가의 대부분이 과도한 건강검진에 의한 과다진단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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