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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환자에게는 의사의 말 한마디 설명이 희망"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4. 3. 5.

[특별기고]며칠 전 급하게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얼마 전 정기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초기 악성종양이라네."

말투는 차분했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그래? 어느 병원에 갔었어? 그래서 어찌해야 된다니?" 몇 가지 사항을 쉬지 않고 물었다. "응, 그냥 초기로 생각돼 수술하면 문제없을 것 같다니깐 뭐…" 말끝을 흐렸다.


수술 하기로 한 병원은 서울에 있는 A대학병원이었다. 걱정하지 말고 수술을 잘 받으라고 안심시켰다. 평소 바쁘게 지내는 오빠를 생각해서 연락하지 않고 알아서 병원을 다닌 것을 알기에, 다른 사람들 부탁으로 이리 저리 잘 도와줄 것을 지인들과 동료들에게 부탁한 경우도 적지 않은 터라 미리 살펴주지 못한 것이 몹시 미안했다.


그래도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수술만 잘 받으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었다. 수술 당일, 오전에 수술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후 늦게 수술 후 병실로 돌아 왔을 것으로 생각되는 시간에 전화했다.


"응, 오빠" 기운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좀 걱정이 있어요" "무슨 일이 있니?" "걱정이라기보다는 아침에 주치의를 만나지 못했고 입원 당시에 얘기 했던 것과 수술 중에 다른 이상이 보여서 계획보다 수술부위가 넓어졌는데 주치의가 아닌 다른 사람이 와서 애들 아빠에게 동의가 필요하다고 얘기를 했다고 하네요."


"수술이 끝나고도 아직 다른 설명을 듣지 못해서 그냥 걱정이에요." 속으로 아차 싶었다. 미리 부탁하고 아는 척을 했어야 했나하고 속이 상했다. 왜 주치의사가 동생과 매제에게 수술과정과 결과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을 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동시에 의사로서 환자와 가족을 만나고 있는 나 자신은 어떠했나 하는 생각했다.


평소 의료진, 환자 그리고 가족들 삼자가 모든 진료과정에 대해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필자로서는 의료진의 진료과정에 대한 사려 깊은 설명이 얼마나 환자와 가족들에게 불안을 덜어주고 위로를 줄 수 있는지 가족의 입장에서 느끼게 됐다.


2014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과 신경림 의원은 '환자안전 및 의료질 향상에 관한 법안'을 제출했다. 내용은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의료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벼운 실수부터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의료사고 까지 자율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학습하는 체계를 갖춰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을 제거해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지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믿고 찾은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무엇일까?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의 최우선 순위는 환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그 기관 구성원의 마음 가짐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환자중심 문화(patient-centered hospital culture)일 것이다.


그 출발점은 환자와 가족에 대한 사려 깊은 설명이다. 의료진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환자와 가족들은 큰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의사의 사소한 설명조차 환자에게는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의 출발점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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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