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설입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첫 날이죠. 예부터 설날에는 차례상과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음식들을 준비했습니다. 이 음식들을 ‘세찬(歲饌)’이라고 부르는데요.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는 떡국, 만둣국, 식혜, 세주, 족편, 전유어, 햇김치 등이 그것이죠.
요즘은 많은 분들이 설 음식을 주문해 먹기도 하죠. 예전처럼 불린 쌀을 들고 떡방앗간에 가거나 가족들이 둘러앉아 전을 부치는 모습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설 음식들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옛날부터 우리가 먹던 설 음식들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요?
‘꿩 대신 닭’이 떡국에서 나온 말?
설날 세배꾼들에게 대접하는 음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떡국이겠죠. 차례상에도 설에는 떡국이 올라가죠.
우리나라 풍속에 설을 쇨 때는 꼭 떡국을 먹는 것으로 여겼는데요. 그래서 떡국에는 나이를 더하는 떡이라는 뜻에서 ‘첨세병(添歲餠)’이라는 별명이 붙어있기도 해요.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들어온 말이죠. ‘열양세시기(?陽歲時記)’(1819)에는 “섣달 그믐밤에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는데, 이것을 떡국이라고 한다. 항간에서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 때 ‘너 지금껏 떡국 몇 그릇째 먹었느냐?’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떡국에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데요. 흰색은 새 1년을 준비하는 깨끗하고 정결한 마음가짐을, 동전처럼 둥글게 써는 것은 이 모양이 옛날 화폐인 엽전의 모양과 같아서 새해 재화가 풍족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원래 예전의 떡국은 꿩고기를 넣고 끓였다고 하죠. 꿩고기가 없을 때는 닭고기를 넣고 끓였는데, ‘꿩 대신 닭’이 여기서 생겨났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거의 전국적으로 떡국을 만들어먹긴 하지만 지방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개성지방에서 만들어 먹던 조랭이떡국인데요. 조랭이떡국은 떡의 모양이 가운데가 잘록해 작은 아령을 닮았죠. 흰떡을 가늘게 밀어서 대나무칼로 누에고치 모양으로 자른 떡이라고 하는데요. 옛날에는 나쁜 액을 막기 위해 어린아이들 옷끈에 나무조롱을 달아주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조롱을 닮은 조랭이떡국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길함과 장수를 상징하는 누에고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설도 있어요. 아무튼 조랭이떡국은 먹는 사람의 눈도 입도 즐겁게 하는 음식임에는 분명합니다.
“젊은 사람은 한 해를 얻으니 먼저, 늙은 사람은 세월을 잃으니 뒤에”
설날 아침 마시는 술, 세주
설날에는 술도 빠질 수 없죠. 설날 아침이면 나이가 적은 사람부터 많은 사람 순으로 찬 술을 돌려 마시는 풍습이 있는데요. 옛날에는 자기 집안 전통의 비법으로 술을 담가 친척이나 이웃들에게 대접하곤 했다고 합니다.
세찬과 대접하는 술을 세주(歲酒)라고 합니다. 보통 약주와 청주가 많이 쓰이죠. 세주는 데우지 않은 찬술을 마심으로써 정신을 맑게 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후한 때 동훈(董勛)이 지은 ‘문예속(問禮俗)’에는 “젊은 사람은 한 해를 얻으니 먼저 마시고, 늙은 사람을 세월을 잃으니 뒤에 마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견한잡록(遣閑雜錄)’에는 “젊은이가 먼저 마시고 늙은이는 나중에 마신다. 오늘날 풍속에 설날 새벽에 일어나, 사람을 만나 그 이름을 불러서 그가 대답하면 ‘내 비어서 허술한 것’을 사라고 한다. 이것은 곧 ‘어리석음 팔기’인데 모두 재앙을 면하고자 하는 것이다”라는 기록도 있네요. 귀 밝은 젊은이들이 어른이 부르면 먼저 대답하고, 먼저 술을 마시던 풍습인 것이죠.
배 빵빵한 명절의 식후 소화제 식혜와 감주
식혜와 감주의 차이를 아세요? 식혜(食醯)는 엿기름물을 우려내 밥알을 삭혀 먹는 것인데요. 감주(甘酒)는 삭은 밥알과 식혜물을 함께 끓여서 밥알을 걸러내고 물만 먹는 것입니다.
식혜의 기원은 중국 주나라 ‘예기(禮記)’에 나오는 상류계급에서 마시는 청량음료의 하나인 감주의 윗물이라고 하는 ‘예(醴)’에서 찾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엔 조선시대 영조 때의 문헌인 ‘소문사설 ?聞事說’(1740)에 “유자의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밥 속에 묻어두면 맛이 향기롭고 밥알도 알알이 모두 온전하여 색깔이 희고 깨끗하며 달다”라는 기록에서 식혜가 처음 나타납니다.
ⓒ농촌진흥청
식혜는 특히 명절이 풍족한 음식들을 먹은 후 더부룩한 속을 풀기 위한 소화제로 만들어먹었다고 해요. 식혜를 마실 때 잣을 동동 띄워 먹는 건 겨울에 찬 음식을 급히 마시면 탈이 날까봐 천천히 마시라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묵처럼 엉기게 마치 맑은 수정 같다” 겨울 별미 족편
족편에 대해서는 아마 모르는 분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우리 전통 음식인데요.
족편은 쇠족을 푹 고아서 녹인 다음 다시 굳혀 묵처럼 사각형으로 잘라 차게 먹는 전통음식인데요. 쇠족에는 콜라겐이라는 아교질의 단백질 성분이 많아서 가열했다가 식히면 쫄깃한 별미가 됩니다.
족편이란 말은 1800년대 들어 문헌에 등장하는데요. ‘규합총서(閨閤叢書)’(1815)에는 ‘저피수정회(猪皮水晶膾)’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돼지껍질을 고아서 묵처럼 엉기게 하여 마치 맑은 수정 같다고 해 붙인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주로 겨울철에 먹는 음식으로 설이나 잔치 음식으로 두루 만들어 먹었다고 해요. 민가에서는 ‘족편(足片)’이라고 해서 꼬리, 사태고기, 꿩고기 등을 사용해 만들어 먹기도 했고, 궁중에서도 ‘족병(足餠)’이라고 해서 쇠족에 닭, 숭어, 마른 대구, 마른 전복 등 좋은 재료를 넣어 먹었다고 해요.
ⓒ농촌진흥청
설마다 우리 민족들이 즐겨 먹던 음식은 이 밖에도 많아요. 전유어, 햇김치, 만둣국 등등.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우리 음식의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고 먹으면 더 맛있고 의미 있는 설이 되지 않을까요? 너무 과식하진 마시구요.^^
[참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 www.culturecont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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