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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건강정보

[스크랩] 화재·성폭행만 `상처` 아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삶의 굴레 된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12. 18.
건강염려증이 있던 대기업 임원 김모(52)씨. 감기만 걸려도 큰 병에 걸린 듯 대학병원을 찾고, 승강기에 함께 탄 사람이 기침을 하면 크게 손사래를 치며 코와 입을 막는 등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집 이불과 커튼은 매주 두 번씩이나 빨게 하고, 창틀에 먼지가 있는 것도 참지 못했다.

김씨의 이같은 행동이 비정상적이라고 여긴 아내는 김씨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아내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상담센터를 찾은 김씨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난·화재가 아닌 일상 속 말 한마디·행동 하나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길을 잃어버렸던 경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 중 하나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재난·화재가 아닌 일상 속 말 한마디·행동 하나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길을 잃어버렸던 경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 중 하나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씨는 '왜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처음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초등학생 시절 신체검사를 하던 날을 떠올렸다. 당시 김씨는 공개적으로 '허약 체질' 판정을 받고 큰 망신을 당했다고 느꼈었다. 상담사는 김씨에게 "병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신체검사 당시의 수모가 떠오르고, 그런 감정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지금 건강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비정상적인 김씨의 행동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다. 트라우마(Trauma)의 사전적 정의는 '외상(外傷)'으로, 정신건강의학과·심리학에서는 마음에 상처를 입힌 특정 사건을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김씨처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트라우마는 아이티 지진, 대구 지하철 화재, 성폭행 피해 등이 있어야 생긴다고 여긴다. 하지만 일상 속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용천 교수는 "특정 사건을 경험할 때 좌절·공포·불안 등을 크게 느끼면 그 자체가 트라우마"라며 "같은 사건을 겪어도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사소한 일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든 생길 수 있다.

트라우마는 우울증·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 질환부터 승강기를 탈 때 느끼는 불안감, 당근 냄새를 맡으면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 무기력함·집중력 감퇴·불쾌감 같은 일상 속 불편함까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증상의 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박용천 교수는 "특별한 정신 질환이 없더라도, 사회 생활에 문제가 생기거나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껴진다면 트라우마가 있는지 여부와 그 정도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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