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도 때를 잘 만나야 출세를 합니다. 어려웠던 시절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던 구황 식품이 먹을 것이 넘쳐나고 비만을 걱정하는 세상에서는 건강다이어트 식으로 각광받기도 하니 말이니깐요.
요즘 사람들에게는 구황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지만, 굶주린 백성의 구제는 조선시대의 위정자들에게 큰 과제였습니다. 세종대왕은 일찍이 가뭄과 홍수 같은 재난 때와 춘궁기의 기아 대책을 기록한 책 <구황벽곡방(救荒?穀方)>을 간행한 바 있어요.
그 이후에 출간된 <구황절요(救荒切要)>, <구황촬요(救荒撮要)>, <구황보유방(救荒補遺方)>, <구황벽온방(救荒?瘟方)> 등도 기근이 심할 때 대용 식품을 구하고 요리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헌들에는 소나무 껍질, 느릅나무 껍질, 솔잎, 메밀꽃, 콩깍지, 토란, 마, 도토리,삽주 뿌리, 소루쟁이 등 수백 종의 구황 식물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강원도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곤드레 나물']
곤드레는 그런 구황식물 중에서 대표라고 할 만한 산나물입니다. 강원도의 향토음식 곤드레밥은 심심산골인 정선과 그 인근에 살던 화전민들이 보릿고개 때 음식의 양을 늘리기 위해 해 먹던 음식이에요. 곤드레는 표준명이 ‘고려엉겅퀴’인데 ‘고려가시나물’, ‘구멍’이라고도 불립니다. 산자락의 풀밭에서 곤드레 잎사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한 사람의 몸짓과 흡사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 보릿고개 때 기근에 지친 사람들이 곤드레를 뜯어다 끼니를 해결하고는 식곤증을 못 이겨 축 늘어진 모습에 빗대 그렇게 불렀다는 주장도 있어요. “한 치 뒷산의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라는 정선 아라리의 한 구절만 봐도, 곤드레가 어려웠던 시절 산간 지방의 굶주린 민초들과 애환을 같이한 식재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구황 식품에도 자격 요건이 있는데, 일단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야 하며 먹기가 거북스러워도 안 됩니다. 곤드레는 그런 조건을 두루 갖춘 데다 씹는 맛까지 있어서 환영을 받았어요. 그러나 요즘의 윤기 흐르는 쌀로 짓는 곤드레밥은 옛날의 그 곤드레밥이 아닙니다. 말이 밥이지 쌀은 구경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으니 옥수수나 메밀을 조금 섞어서 끓여 먹었습니다. 너무 깔끄러워서 넘기기가 힘들면 감자를 넣고 으깨서 겨우 먹었어요.
그 시절의 구황 음식이 얼마나 열악했던지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 “흉년에는 백성이 나물로 양식을 대신하는 까닭에 소금을 치지 않으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아 소금 값이 비싸지므로 미리 장을 넉넉히 담그고 다시마, 마른 새우를 미리 준비하여 두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곤드레는 탄수화물, 섬유질, 무기질, 비타민의 함유량이 풍부한데요, 옛날부터 민간에서는 곤드레를 지혈, 소염, 이뇨작용, 해열, 부종 치료 등을 위해 약으로 썼고 부인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도 엉겅퀴에 대해 “성질은 평하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어혈을 풀리게 하고 출혈을 멎게 하며 옹종과 옴, 버짐을 낫게 한다. 여자의적백대하를 낫게 하고 혈을 보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곤드레는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자연산 무공해 식품으로 웰빙 시대에 딱 맞아떨어지는 식자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천대받던 구황 식품이 기호 음식으로 신분이 상승했으니 음식팔자도 시간문제입니다. 곤드레밥은 본고장 정선의 ‘싸리골식당’과 ‘동박골’이 유명하며 서울에서는 청계산 입구의 ‘곤드레집’과 인사동의 ‘정선할매 곤드레밥’에서 맛볼 수 있어요.
* 메인컷 이미지 출처는 '핀외식연구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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