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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스크랩] `단순 책 읽는 공간?` 특별함 가득한 이동도서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10. 16.

 

 

커다란 버스 한 대가 골목길로 들어선다. 버스가 멈춰선 곳은 초등학교 정문 앞. 버스를 기다리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흡사 소풍 가는 날의 풍경. 하지만 아이들이 버스에 오른 뒤에도 버스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다. 버스로 다가서자 안에서 활기찬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버스의 정체가 궁금했다. 버스 안을 오르자 의문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버스 안은 2,000여 권의 책으로 가득했다. 어린이를 위한 이동도서관이었던 것. 버스 안의 작은 도서관, ‘행복한 책 버스’는 경기도와 행복한 도서관 재단이 2012년 10월 정보소외계층의 독서 활동을 돕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45인승 대형버스 내부를 리모델링했다. 하지만 단순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행복한 책 버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처음엔 책을 내밀면 표정부터 굳었어요. ‘아 또 재미없는 공부 하는구나’ 하는 표정이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잖아요.” 행복한 책 버스 연규련 담당자는 아이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정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회의를 통해서 주제를 정하고, 또 그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해요. 사실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출판된 도서는 많거든요.” 연규련 담당자는 위생, 공공질서, 의사표현 방법 등 주제는 매번 다양하게 정한다고 덧붙였다.

 

 

방문 당시에도 저학년 아이들은 책을 통한 상황극을 준비 중이었다. “오늘은 치과에 간 악어 얘기를 해 볼 거예요.” 짝을 지어 의사와 환자로 역할을 나눈 아이들은 친구들 앞에 서서 동화 속 대사를 크게 읽으며 역할극이 시작됐다. 목에 청진기를 걸고 익살스럽게 의사 흉내를 내는 모습에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무찰흙으로 악어의 이를 만들어 보며 이의 소중함을 배우기도 했다. “책 버스 안에서는 맘껏 표현할 수 있어요. 사람들 앞에 나가서 발표도 해 보고, 자발적으로 어떤 역을 맡아보기도 하고요.” 홍일기 담당자는 뭐든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고 말했다.

 

“악어는 이가 너무 많이 썩어서 그만 울고 말았어요.” 해당 내용이 읽히자 “이를 세 번씩 잘 닦아야지!”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저학년 아이들은 책 속 상황을 통해 생활 지식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배워가고 있었다. 고학년의 활동은 ‘감정 인식’이 주제였다. 책 속 이야기의 흐름을 추리해보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해보는 것이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네! 그럼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책 속에 그려진 얼굴을 종이로 가린 채 교육 담당자가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책 속 주인공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서은지 담당자는 “아이들은 생각할 기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고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서 “아이들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프로그램이 각기 끝나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보물(?)찾기 시간이 시작됐다. 책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카드와 책 세트를 찾는 것. 이것은 ‘독서 퀴즈 카드’로 카드에는 다정한 안부 인사와 함께 책을 읽어야만 풀 수 있는 퀴즈가 적혀 있다. 퀴즈를 푸는 내내 교육 담당자들은 함께 책을 읽거나 힌트를 주는 등 아이들과 지속해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책과 그에 따른 퀴즈는 개개인의 아이들에게 ‘맞춤형’입니다. 아이들 모두가 성격, 꿈, 호불호가 다르잖아요. 그렇기에 개별적으로 다 다른 책을 지정해 줘요. 파악을 위해 아이들과 최대한 많은 이야기도 나누죠.” 연규련 담당자는 최대한 아이의 특성에 맞는 책을 소개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행복한 책 버스의 노력은 아이들의 변화로 이어졌다. “책을 ‘다양한 것’ ‘재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리고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의 제목 등을 물어보며 호기심을 보이고 있죠.” 횟수로 7번 책 버스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이연숙 교사는 아이들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꼈다며 책 버스 활동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책 버스에서 익힌 활동 패턴이 큰 도움이 돼요. 책을 찾듯이 무언가를 찾고, 정리정돈을 하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죠. 활동이 다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제도 생활 습관 위주의 내용이다 보니 평소 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요.” 이 교사는 좀 더 많은 정보소외계층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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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연말 ‘행복한 책 버스’는 또 다른 깜짝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담당자는 책 버스에서 읽었던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보고 또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자세한 것은 들을 수 없었지만 기뻐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가장 작은 도서관이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큰 도서관. ‘행복한 책 버스’는 오늘도 아이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최영진 따스아리 기자

dudwls4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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