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차례상 규칙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홍동백서(紅東白西), 즉 붉은 과실은 동쪽, 흰색 과실은 서쪽에 놓는다는 말입니다. 이때 대추가 붉은색인지 푸른색인지, 감이 붉은지 사과가 더 붉은지 아리송한데요, 성균관에서는 과일을 차릴 때에 조율이시(棗栗梨?)를 사용한다고 한다. 대추는 씨가 하나라서 임금을 뜻하니 처음에 놓고, 밤은 한 송이에 세 개가 들어있어 삼정승을 뜻하니 두 번째에 놓습니다. 또한, 배·사과는 씨가 여섯 개라서 육조판서를 뜻하니 세 번째, 네 번째에 놓고, 감은 씨가 여덟 개라 팔도의 관찰사를 뜻하니 다섯 번째에 놓고, 이보다 씨가 많은 포도·수박·참외 같은 것은 백성을 뜻하는 과일로서 그다음에 놓는다고 합니다.
예전부터 시골에서는 밭둑엔 대추나무, 야산 자락엔 나무, 마당엔 감나무, 숲 속엔 돌배나무를 심었습니다. 식량으로도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제사용 과일을 조달하기 위해 심은 것이죠. 민족문화연구가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3과, 즉 대추·밤·감의 의미를 깊이 있게 풀이했습니다.
[가문이 이어지는 영속성을 의미하는 '대추']
대추(棗)는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 대추나무의 속성에 주목했어요. 사람으로 태어나 가정을 이뤄 자녀를 두고, 가문이 이어지는 영속성을 의미합니다. 가문의 영속성을 조상에게 기원하는 상징으로 대추가 쓰였다는 해석이에요. 대추에는 종합비타민제라 할 정도로 각종 비타민이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비타민C는 귤의 열 배, 사과의 스무 배가량 많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대추를 장복하면 안색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늙지 않게 된다고 했어요. 또한, 대추는 불안증상과 불면증에 좋고 신장 기능을 튼튼히 해 정력을 강화합니다.
[조상과의 깊은 소통을 의미히는 '씨밤']
썩지 않는 씨밤, 조상과 후손의 영적 연결 상징밤(栗)에는 조상과의 깊은 소통의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밤나무는 아름드리가 되어도 씨밤이 절대로 썩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해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애초의 씨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자손이 몇백 대를 내려가도 조상은 언제나 후손과 영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밤나무로 신주를 만드는 것도 이 같은 상징성 때문이에요. 밤에는 비타민C와 당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위장 기능을 강화해줍니다. 단백질과 지방·칼슘·비타민D와 같은 영양소도 듬뿍 들어 있어요. 국내산 밤은 개량종으로 알이 굵고 윤택이 많이 나며, 껍질은 진한 갈색을 띠면서 깨끗합니다. 오도독 씹는 맛이 좋은 밤은 위장을 두텁게 하며 배고프지 않게 하고, 특히 허리가 아픈 사람이 꾸준히 밤을 먹으면 허리가 튼튼해진다고 해요. 또 배탈이 나거나 설사가 심할 때 군밤을 먹으면 냉한 속이 따뜻해지면서 뱃속이 편해집니다. 하지만 변비가 있거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감']
지금은 서식지가 많이 북상했지만, 예전 감(?)나무는 한강 이북에서 대체로 자라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한국인은 함경도건 평안도건 제사상에 반드시 감(곶감)을 올립니다. 왜 감을 꼭 쓸까요? 감의 묘한 생리 때문입니다.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하지만 감 심은 데서는 절대로 감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튼실한 감씨를 심어도 고욤나무가 나옵니다. 감나무가 되려면 3~5년쯤 뒤에 고욤나무의 가지를 째고 감나무를 접목해야 합니다. 만약 장난으로 줄기가 아닌 가지에 접을 붙이면 한쪽 가지엔 감이, 다른 가지엔 고욤이 열려요.
여기에 감나무의 깊은 상징성이 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 사람이 아니며,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모름지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가지를 째고 접을 붙이는 것처럼 커다란 고통이 따릅니다. 이를 극복해야 비로소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아주 그럴듯한 해석이죠. 감은 배를 따뜻하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혈액을 보충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감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수렴작용을 하기 때문에 장의 점막을 수축해 설사를 멈추게 하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동맥경화와 고혈압에 좋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자생하고 있는 '배']
수분이 많아 시원한 배(梨)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산성 식품인 육류와 찰떡궁합이기 때문에 고기를 먹었을 때 후식으로 배를 먹으면 배에 들어 있는 효소가 소화를 돕습니다. 또한 폐를 윤택하게 하고, 심장을 맑게 해 화를 내려 갈증을 해소하고, 담음을 제거해 열로 인한 기침에 매우 좋아요. 배도 능금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자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삼국시대의 기록에도 배가 등장하고 봄꽃의 전령으로 배꽃을 읊은 시도 많았어요. 달밤에 선연히 핀 흰 배꽃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이때의 배는 지금처럼 크고 먹기 좋은 배가 아닌 돌배였어요. 지금도 야생하는 배나무에서는 돌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돌배가 일본에 건너갔다가 선진 육종기술로 다시 돌아온 것이 지금의 배입니다. ‘신고’나 ‘이십세기’ 같은 품종은 모두 일본에서 개발됐어요. 배는 우리의 기후와 토양에 잘 맞아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과일 상품입니다.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도 우리나라에서 기르면 더욱 수분이 풍부하고, 맛이 좋은 배로 거듭난다는 것이 육종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자비와 사랑을 뜻하는 '사과']
마지막으로 19세기 선교사가 들여온 사과는 자비·사랑을 뜻하며 모양이 하트 형으로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 집안의 화목과 사랑의 정도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해요. 사과의 모양은 우주의 5기[오행(五行):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가 생성되어 돌아가는 모형이며, 사랑하는 마음 등의 영적 성장을 의미합니다. 사과는 성질이 차고 섬유질이 많아 장을 자극해 배변과 위액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소화불량·변비에 효과적이에요. ‘사과를 먹으면 예뻐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과 속 비타민C와 비타민B가 손상된 피부의 탄력과 재생에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사과를 들여온 것은 19세기 말의 선교사들이었어요. 이 사과가 퍼져 나가 황해도의 황주와 대구가 이름난 사과 산지가 됐습니다. 그 이전에 있던 능금은 중국을 통해 고려로 전해졌는데, 서울의 자하문 밖, 지금의 세검정 일대와 황해도가 능금으로 이름난 곳이었다고 합니다.
복숭아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복숭아가 귀신을 쫓는 과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성을 닮은 그 탐스러운 생김새 때문이라도 조상님에게 바치는 과일로는 아무래도 부담감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고향가는 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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