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말을 할 때 '걸걸한 쇳소리'가 나는 60대 초반의 주부가 얼마 전 병원에 찾아왔다. 목이 많이 쉬어서 길게 말하기를 힘들어 했고, 받침이 있는 단어의 발음이 불분명했다. 후두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성대 근육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생겨서 말을 할 때 양쪽 성대가 제대로 마찰하지 못하는 '노인성 후두'였다. 노인성 후두는 초기라면 약물 치료와 발성훈련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이 여성은 몇년 전부터 목소리 변화가 진행된 데다가 증상이 심해서 성대에 보형물질을 주입하는 성대성형술을 받아야 했다.
노인성 후두는 서서히 진행되는 데다가 목에는 아무런 통증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는 목소리가 늙고 있는지 잘 모르고, 주변 사람들이 "노인 목소리가 됐네" 해야 알게 된다. 감기가 아닌데도 쉰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발음이 부정확해지기 시작하면 노인성 후두를 의심해야 한다. 부정확한 발음은 대체로 높은 음부터 시작된다.
나이가 들면 성대근육의 탄성이 약해지고 섬유화되면서 위축이 일어난다. 또, 성대의 근육량이 줄면서 발성 시 양쪽 성대의 접촉에 장애가 생겨서 힘이 없고 목소리가 작아진다. 이와 함께 후두 분비물이 줄어들면서 성대점막이 건조해져 허스키하고 거친 목소리가 나게 된다.
노인성 후두가 심해지면 다른 문제까지 생긴다. 우선, 식사를 할 때 사레가 잘 든다. 건강한 성대는 음식물을 삼킬 때 완전히 닫혀서 음식물이 기도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 주는데, 노화한 성대근육은 제대로 닫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오래 계속되면 폐렴이나 폐기능 저하까지 생기기도 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목소리의 노화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노력을 하면 성대의 변화를 최대한 늦추면서 목소리를 젊게 유지할 수 있다. 첫째, 후두마사지를 자주 해주면 좋다. 갑상연골(목젖)의 좌우 양쪽 2~3㎝ 위로 올라간 지점을 약간 아프고 묵직한 느낌이 들도록 수시로 마사지하면 성대 피로가 풀린다. 둘째, 소리를 버럭 지르는 등 성대에 나쁜 발성 습관을 버리고, 이비인후과 음성센터 등에서 올바른 발성훈련법을 배워서 꾸준히 하도록 권한다. 셋째, 물을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게 좋다.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후두의 점액 분비 감소가 억제된다.
이미 노인성 후두가 심하게 온 사람은 위축된 성대에 생체보형물질을 주사로 넣어 주는 성대성형술을 고려할 수 있다. 주사는 한 번 맞으며, 보형물질을 주입하면 단시간에 성대의 볼륨이 살아나고 탄력이 다시 생겨서 발성할 때 양쪽 성대가 잘 접촉하고 진동하게 되므로, 젊은 시절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 효과는 7~8년 정도 유지된다.
/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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