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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식품,차,음료의 효능

[스크랩] 로컬푸드 어떻게 구입하지? 전북 완주서 답을 찾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7. 30.

전북 완주군은 우리나라에서 로컬푸드 운동이 가장 활성된 지역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지자체 등 세 톱니가 맞물려 구르는 완주의 로컬푸드 현장을 취재했다.

Story 1 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 완주

아침 5시, 힘찬 닭 울음소리와 함께 농촌의 하루가 시작된다. 밭에 나가 깻잎과 상추를 뜯고, 오이와 가지를 딴다. 닭이 여기저기 낳은 달걀을 찾아 바구니에 담는다. 식구들 먹고, 자식 줄 만큼만 짓는 농사다 보니 양은 많지 않아도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작물은 쑥쑥 자라는데, 먹는 속도와 양이 따라가지 못하니 버려지는 것도 꽤 많다. 내다 팔기에는 양이 적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매일 아침 조금씩 밭에서 뽑아 그날 소비자에게 판다면 어떨까?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소농은 먹지 못하고 버려지던 작물을 팔아 소득을 올리고, 소비자는 갓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하루 안에 생산과 유통이 모두 이뤄져야 하므로 생산 농가에서 소비지까지 거리가 짧아야 한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로컬푸드 운동이다.

일본에 ‘지산지소운동’을 성공으로 이끈 효고현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로컬푸드 활성화의 대표 모델로 꼽히는 전북 완주군이 있다. 완주군청은 3000여 지역 소농의 지속 가능한 농업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로컬푸드를 선택했다. 소비자 밥상에 필요한 다양한 품목의 지역 생산을 장려하고, 확실한 판매처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했다. 꾸러미 판매, 직매장 오픈, 공공급식 연계 등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유통 단계를 최소화했다. 덕분에 생산 농가는 판매처와 수익을 보장받고, 소비자는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얻게 됐다.


	생산자 이름을 표시하는 완주 로컬푸드를 보면 생산자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소비자는 믿고 살 수 있다.

Story 2 로컬푸드 생산 농가 이야기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는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완주에서 생산·판매되는 모든 로컬푸드에는 생산자 이름을 새긴다. 물건에 찍힌 이름 석 자가 생산자에겐 책임감이고 자부심이다. 덕분에 소비자는 믿고 살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안전한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농가에 직접 가봤다.

봉서골 쌈채농장 “구멍 난 쌈채가 더 맛있어요”

용진면 봉서골 김석철 씨는 쌈채 농사를 짓는다. 2000평 규모의 시설에 적근대, 케일, 청겨자, 적겨자, 쑥갓, 적치, 치콘, 레드 등 다양한 쌈채를 심었다. 용진농협 직매장, 건강한밥상 꾸러미, 학교 급식소 등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수확해 보낸다.

“우리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친환경 재배하기 때문에 잎에 구멍이 나거나 못생겼어요. 노지에서 농약 뿌려 키운 쌈채는 모양이 예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니까 잘 팔리지 않죠. 그래도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완주 봉동 토마토 영농법인 “로컬푸드에서 희망을 봤어요”

13년 동안 유기농 딸기 농사를 짓던 강원길 조합장은 완주군에서 로컬푸드 사업에 힘쓴다는 소식을 듣고 토마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완주에 토마토 농가가 많지 않고, 2모작을 해서 소득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합원 12명이 뜻을 모아 영농법인을 만들어 역할 분담을 했다. 토마토를 수확하면 가까이 있는 선별장에서 포장해 납품한다. 직거래나 시장에 내놓지 않고 꾸러미와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간다. 시장에 도매로 내다 파는 것보다 소득이 늘어 조합원들은 신바람이 나 있다. 한 주 나가는 토마토만 7t이다. 하루에 1t씩 파는 셈이다.

“농사꾼에게 제일 어려운 건 농사예요. 농사짓는 것도 어려운데 헐값에 팔려가는 작물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직거래하려면 판로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농사지을 시간도 부족한데 유통까지 신경 쓰기 어렵거든요. 소비자에게 싱싱한 토마토를 제공하고, 농가 소득도 올릴 수 있는 로컬푸드에서 희망을 봤습니다.”

강원길 조합장은 로컬푸드에 희망을 걸었다. 다품종 소량 생산에 맞게 토마토 외에 다른 작물 생산도 시도하고 있다.

“시장 조사해 보니 완주에는 파프리카 생산 농가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파프리카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잘만 커 주면 소득을 올릴 효도 작물이 될 것 같아요.”

Story 3 소농(小農)과 소비자를 잇는 오작교, 직매장 풍경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포장, 가격 결정, 진열 등 모든 과정을 농민이 직접 한다. 전주시 효자동에 있는 로컬푸드 2호점을 찾은 오전 7시 30분, 이미 매장 절반 정도가 채워졌다. 그 후에도 농민이 속속 매장에 들어선다. 채소며 과일, 달걀 등을 포장한 상자가 두 손에 들려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와 바코드를 뽑고 봉투에 붙여 진열한다. 마치 매장 주인처럼 손놀림이며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럽다.

경각산에서 온 송규섭 씨는 자연 방사한 닭 800마리가 낳은 달걀 20팩을 진열했다. 상관면 신리에서 온 이준상 씨는 메밀순, 깨순, 상추에 바코드를 붙였다. 이날 가격은 200g에 1000원이다. 상관면 의암리에서 온 정인철 씨는 깻잎, 비트, 알타리를 뽑아 왔다.

농민끼리 또는 농민과 직매장 직원이 나누는 대화도 정겹다. “어제는 26개나 팔렸어. 내일은 더 갖고 올까?” 하더니 다른 생산자가 들고 온 메밀순을 보고 “메밀순이 뭐가 이렇게 예쁘게 생겼어?” 한다. 누군가 옆에서 “이렇게 어린 놈도 먹는구먼~” 하고 거드니 웃음꽃이 핀다. 문이 열리자 직매장 직원이 “어머니, 오늘은 왜 한 분 빠지셨어요? 삼총사잖아요” 한다. 이서면 대문안마을에서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며 직매장에 납품하는 소농 삼총사 얘기다. 이웃 농민에게 어제 팔고 남은 부추 한 단을 건네며 “이거 갖다 먹어~ 남았대. 그냥 갖다 먹으래도 안 먹는다네” 한다.

완주로컬푸드 한지수 본부장은 “기존 도매시장에 내면 소비자가 사는 가격의 30~40% 수준이었다. 직매장에서는 판매금액의 10%만 수수료로 받고 나머지는 모두 농민이 가져간다. 시장보다 조금 저렴하게 파는 것을 계산해도 60~70%까지 농민소득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구이면 난산마을 박춘옥 씨는 주로 시장에 팔던 이전과 비교해 소득도 좋고, 시간도 많아졌다.

“지난달에 20일 정도 냈는데, 150만~160만원 벌었어요. 시장에 팔 때는 아침부터 밭에서 따다가 낮에는 시장에 붙어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갖다 놓으면 팔아 주니까 좋아요.”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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