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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암 환자는 담당의사의 ‘생생 조언’을 원한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6. 24.

암 환자만 진료하는 종양학과 의사이지만 내 임무가 암 치료에만 한정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암 환자나 가족은 암 치료 외에도 궁금한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음식에 대해 자주 묻는다.

피해야 하는 음식은 없는지, 건강보조 식품은 도움이 되는지, 육식은 해로운지…. 이런 점에 대해 의사에게서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의사는 가리는 음식 없이,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조언한다. 건강보조 식품에 대해서는 반대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

3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라는 초등학교 선생님 같은 말로 암 환자나 가족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이런 말만 줄기차게 한다. 음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이고, 음식 문제를 바라보는 의사의 관점이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지 못한 환자나 가족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정보를 다른 곳에서 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운이 나쁘면 사기를 당하거나 헛고생을 할 수 있다.

몇 해 전 포도요법이 암 환자에게 좋다는 소문이 났다. 포도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 같은 좋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건강에 좋다. 그런데 암 환자 중 한 명이 포도요법에 빠져 다른 음식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매일 포도만 엄청나게 먹다가 고혈당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이 환자는 당뇨병도 있는 상태여서 혈당이 올라가면 암 재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의사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외면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하지 말고 유용한 정보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해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방법으로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는 아닐지라도 암 환자에게 이로운 음식은 얼마든지 있다. 피해야 할 음식도 분명히 있다. 물론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니 한마디로 정리해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어떤 음식을 피하고 어떤 음식을 많이 먹으라고 하기보다는 좋은 영양소가 많은 양질의 음식 재료를 선택하도록 권한다. 또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게 보관하고 조리하도록 알려준다.

예를 들어 쇠고기의 경우 지방이 많아서 맛이 좋은지보다는, 소가 적당히 운동하면서 다양한 식물을 섭취해 풍부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고려하라고 말한다.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서 항생제를 투여 받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자란 소인지도 알아보라고 조언한다. 채소도 뿌리에서 줄기 잎까지 모두 먹으면 좋은 영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식물이 가진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조리해야 한다.

암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평소 음식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편이 좋다. 의사가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주면 암 환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음식이 무엇이고, 피해야 할 음식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상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