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병원 치료/수술

뼈에 전이된 암, 골시멘트로 수술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4. 3.


유방암과 싸우고 있는 김미연 씨(45)는 얼마 전에 엉덩이뼈가 부러져 한동안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지냈다. 암이 엉덩이뼈까지 전이됐기 때문이다. 암 수술 후 2년 넘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골다공증이 생긴 데다 암 세포가 뼈에 전이돼 뼈를 갉아먹으면서 뼈가 약해져 체중이 실리는 엉덩이뼈가 부러진 것이다. 거동도 제대로 못하는 김씨는 암담하기만 하다.

뼈로 전이된 암에 대한 새로운 수술법이 개발돼 김씨와 같은 환자도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국립암센터 골연부종양클리닉 강현귀 박사는 다공(多孔)나사못과 골시멘트를 활용한 수술법을 개발해 세계 의학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대퇴부 경부에 암이 전이되면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했다. 기존에는 인공관절을 사용하는 수술법이 주로 이용됐다. 이 수술법은 피부와 근육을 많이 절개해야 해서 수술과 재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새로운 수술법은 골반골의 골전이암 병소에 약 4㎜ 이내인 금속관을 꽂아 골시멘트를 직접 주입하고, 대퇴골 경부에는 특수하게 고안된 구멍 뚫린 나사못을 고정함과 동시에 나사못 구멍을 통해 골시멘트를 주입하는 수술 방법이다. 이 나사못은 뼈에 고정하는 것은 물론 가운데에 긴 구멍과 옆쪽에 여러 개 구멍이 뚫려 있어 여러 방향으로 골시멘트를 주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수술법은 피부와 근육을 절개하지 않고 수술 부위에 1㎝ 이내인 구멍 2~3개를 뚫어 금속관과 나사못을 삽입하기 때문에 간단하면서 합병증이 거의 없다. 수술시간은 약 30분이며 재활치료 없이 3일 이내에 퇴원이 가능하고 비용 또한 기존 수술에 비해 4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수술법은 암으로 인한 골절 예방ㆍ치료는 물론 통증 완화와 종양활동 위축도 기대할 수 있다. 골시멘트가 암 전이 부위에 주입되면 80~90도 정도 열을 내면서 암세포와 뒤섞여 10분 이내에 딱딱하게 굳는다. 이때 골시멘트가 열을 내면서 암세포 일부를 사멸시켜 통증을 완화하고 암세포와 섞여 굳으면서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현귀 박사는 "수술에 위험성 없이 효과적으로 통증을 완화시키고, 병으로 인한 골절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암환자 삶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내장기관암은 결국 뼈로 전이된다. 그 비율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80%에 달한다. 특히 암세포는 척추, 골반, 엉덩이 관절 등에 많이 전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뼈로 전이된 환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 원인은 암 생존율 향상에서 찾을 수 있다. 암이 급속히 진행되면 뼈로 전이되지 않고 사망에 이르지만, 천천히 진행되면 뼈에까지 전이되는 경향을 보인다. 조기 진단과 치료, 항암약물 발달로 암 생존율이 향상되면서 골전이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뼈에까지 전이된 암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마약성 진통제, 방사선 치료와 같이 암부위 통증을 완화하는 보존적 치료가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골전이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적극 치료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강 박사는 "과거에는 원발암을 치료하는 의사조차도 뼈로 전이되면 골전이암 치료의사에게 의뢰하지 않는 실정이었다"며 "골전이암 환자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수술법이 높아져가는 골전이암 발생률에 대해 효과적인 대처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 박사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정형외과학술대회(AAOS)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으로 종양ㆍ골대사질환 부문에서 최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고안한 수술기구는 국립암센터 이름으로 국내외에 특허출원했다. 그는 현재 암치료 중 골다공성 골절을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 수술법 효과를 확인하고 있으며, 향후 다공나사못을 통해 골시멘트와 함께 항암제나 골다공증약을 주입하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매경헬스 = 문애경 기자]

http://new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