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너지드링크가 인기다. 새로운 음료가 등장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에너지드링크는 예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다. 바로 자양강장제가 원조 에너지드링크다. ‘ 자양’은 영양의 공급,‘ 강장’은 기운의 강화를 의미한다. 결국 풀어보면 에너지음료인 셈이다. 음식으로 체질을 다스리는 건 동양의학의 기본이다.
빈혈과 혈압 등 혈액계통의 문제를 해결할 때는 인삼을, 신장을 보하고 체열을 낮추기 위해선 구기자를 다려서 마셨다. 도라지탕으로는 호흡기를 보호하고, 임산부는 파뿌리 다린 물을 마시고 입덧의 고통을 해결했다. 음료를 수분 섭취나 식도락 개념에서만 바라보던 서양인에게 아시아의 자양강장음료는 상당히 신비로웠을 것이다.
서양인은 이 자양강장음료를 개조하여, 에너지드링크를 개발하게 되었다.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장기복용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자양강장음료와 달리 서양의 에너지드링크는 즉각적인 반응을 더 강조했다. 카페인과 당분 함량을 높여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에너지드링크는 스키 등 레포츠에서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힘을 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240mL 캔커피 하나에 들어가는 카페인은 약 70㎎ 수준이다. 그런데 에너지드링크는 한 캔에 50~150㎎ 정도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게다가 천연상태인 커피의 카페인에는 탄닌 등 다른 물질이 섞여있어서 몸에 흡수되는 정도가 높지 않다. 하지만 에너지드링크는 집중력과 각성효과를 강화하기 위하여 순수 카페인을 사용한다. 카페인의 체내 흡수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레포츠 용도에 맞춰 높은 열량을 내도록 당분함량도 높였다. 때문에 운동이 아닌, 야근이나 시험공부를 하면서 에너지드링크를 섭취하면 비만 등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드링크는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영어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그 부작용 때문에 규제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2008년 미국 켄터키주의회는 미성년자에게 에너지음료를 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르웨이는 에너지드링크의 판매를 약국으로 제한했으며, 덴마크는 아예 판매 자체를 금지했다. 미국 소아과학회저널에 소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너지음료를 하루에 한병이상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발작, 망상 계통 질병, 콩팥·간 손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에너지드링크의 카페인 함량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체로 250mL 캔 당 60~80mg 수준으로 카페인 함량을 많이 낮췄다. 순수 카페인 대신 과라나에서 추출한 천연카페인을 사용하는 것도 참 다행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문제도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드링크는 숙취해소제 또는 폭탄주 용도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에너지드링크 폭탄주는 ‘밤’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위스키와 섞으면 ‘위스키밤’, 예거마이스터와 섞으면 ‘예거밤’이 되는 식이다. 에너지드링크 폭탄주를 마시면 실제 주량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실 수 있다.
에너지드링크의 타우린과 카페인이 일시적인 각성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몸은 알코올에 잠식되고 있는데, 뇌가 각성해서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멀쩡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만든다. 음주 후 마신 에너지드링크는 숙취해소 효과를 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폭탄주의 경우처럼 착각에 불과하다. 사람의 몸은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를 통해서만 회복된다. 술에 에너지드링크를 섞어 마시면 덜 취한다거나 에너지드링크에 숙취해소 효과가 있다는 생각은 모두 오해에 불과하다.
중추신경은 알코올에 마비되는데 카페인과 타우린에 각성된 뇌가 혼란을 일으켜 오판을 벌이면 결국 몸은 망가진다. 어느 순간 더 심하게 취하고 심한 경우 혈압 저하로 쇼크가 올 수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음료 한 모금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적절한 휴식의 삼위일체를 통해서만 제대로 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에너지드링크에 의존하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팍팍해지고 몸을 제대로 돌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너지드링크가 유행하는 세상보단 진짜 에너지가 넘쳐나는 활력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이중한 자유기고가
국민연금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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