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주로 12월부터 새해 1월까지 건강검진을 받는다. 전날 저녁 9시부터 금식을 하고 그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문진표 작성과 함께 혈액 및 소변채취를 시작으로 초음파, 체지방ㆍ비만, 폐기능, 심전도, 흉부 X선, 골밀도, 위ㆍ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추가로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선택해 암을 비롯한 뇌ㆍ흉부ㆍ심장부위를 자세하게 검사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직장인들은 건강검진 항목이 다양하고 복잡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또 건강검진을 받고 며칠 후 받는 진단 결과 통지문을 대충 훑어 보고 큰 문제가 없으면 서랍에 넣고 잊는 사람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건강검진표를 책상서랍에 구겨넣지 말고 가능하면 병원을 찾아가 담당 의사의 주의사항을 듣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며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시작하는 40대부터 살림살이 가계부를 쓰듯이 건강검진표를 새해 1년 동안 건강관리 지표로 삼고 `위험 수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나이ㆍ생활습관에 따라 항목 달라야
건강검진은 나이와 성별에 맞게 항목을 고르는 것이 좋다.
평소 음주, 흡연, 스트레스에 노출된 직장인은 위ㆍ대장 내시경 검사와 간 기능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복부초음파 검사도 함께 받는 것이 권장된다.
위 내시경은 40세 이상일 경우 2년에 한 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선종, 위점막 이상,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의 고위험군은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보통 50세 이상이면 3~5년 간격으로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45세 이상의 장기 흡연자,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거나 특수 작업장 종사자는 흉부 X선 검사와 흉부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혈관 상태는 뇌혈관 MRI 검사로 파악할 수 있고, 심혈관계 질환 역시 심장초음파 검사,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관상동맥 CT 검사 등과 같은 전문검사로 예측이 가능하다. 암 검진은 PET-CT 검사를 통해 가능하다.
50대 남성은 전립선 질환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전립선 질환은 전립선 특이 항원(PSA) 수치 검사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PSA 수치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판별이 가능하며, 전립선 비대증이나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다. 40~50대 여성은 유방암 및 자궁경부암 검사는 필수다. 유방암은 간단한 유방촬영기 검사나 초음파 정밀검사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 CT, MRI, PET는 무엇이 다른가
건강검진이나 질병 진단 시 병원에서 CT나 MRI 촬영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촬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진단검사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환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병원이 권하는 대로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전산화단층촬영이라고 불리는 CT는 X선 발생장치가 사람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돌며 촬영을 한다. 일반 X선 촬영 때는 앞뒤의 여러 영상이 겹쳐 보이지만 CT는 원하는 신체 부위를 2차원이나 3차원 영상으로 볼 수 있다. CT는 일반적으로 뇌 질환, 두경부 부위 종양, 폐암, 식도암, 위장관 등 움직이는 장기 검진에 사용된다. 단점은 X선 발생기가 신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찍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량이 많아진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는 "정상적인 신체에는 해가 없지만,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과 임산부 혹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미리 자신의 상황을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MRI(자기공명영상ㆍ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자석으로 구성된 장치 안에 사람을 눕혀 진단한다. MRI는 자기장을 이용한 고주파를 쏴 몸 안에 존재하는 수소 원자핵에서 발생되는 신호를 분석해 각 조직과 구조물들의 공명현상 차이를 계산해 영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CT와 달리 MRI는 방사선 노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MRI 검사는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등 뇌질환과 디스크 탈출이나 척추질환 진단에는 거의 필수적인 검사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단점은 커다란 자석 통에 30~50분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폐쇄공포증이 있는 경우 검사 전 전문가 상담을 통해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PET(양전자 단층촬영ㆍPositron Emission Tomography)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RI)를 포도당에 붙인 뒤 체내에 정맥주사하고 방출된 방사선을 특수카메라로 포착해 컴퓨터로 화상 처리를 한 후 병변 부위를 진단한다. 각종 암, 폐암, 대장암, 직장암, 치매, 파킨슨병, 협심증, 심근경색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PET는 다양한 각도의 선명한 단층 영상을 얻을 수 있고 조직의 포도당 대사, 아미노산 대사, 산소 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어 CT나 MRI로 발견할 수 없는 작은 암이나 미세한 전이암을 찾아낼 수 있다. PET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도당에 붙인 뒤 체내에 주입해 이상 부위를 찾아내는 장치다. 여기에 더욱 세밀한 영상을 얻기 위해 CT를 결합한 것이 바로 PET-CT다. PET-CT는 PET에 세밀한 영상을 얻기 위해 몸의 구조를 검사하는 CT를 결합한 것이다. 하지만 PET-CT는 암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지만 방사선 노출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차의과대 진단방사선과 윤상욱 교수는 "CT 검사에서 노출되는 30~90m㏜의 방사선 양으로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불필요한 방사선 검사를 줄이거나 MRI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상 범위라도 수치 높으면 조심해야
검진표를 받으면 `정상`이라고 진단받은 항목이 많다. 하지만 정상 수치라고 해서 질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정상은 의학적으로 건강한 사람(큰 질환 없고 술ㆍ담배 거의 안 하는 정상인)의 측정치로부터 가장 높은 쪽과 가장 낮은 쪽의 2.5%를 제외한 95%를 말하는 것으로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수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복 시 혈당이 똑같은 115㎎/㎗라도 의미가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은 수치 변화가 85→98→115㎎/㎗로 검사 때마다 올라가고 또 다른 사람은 141→129→115㎎/㎗로 내려간다면 수치의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총콜레스테롤이 지난번 검사와 이번 검사에서 똑같이 225㎎/㎗인 사람이 있다. HDL(고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이 지난번 80㎎/㎗에서 이번에는 45㎎/㎗였다. 중성지방은 두 번 다 100㎎/㎗였다. 이럴 경우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LDL(저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은 지난번 검사 때 125㎎/㎗에서 이번에는 160㎎/㎗으로 증가했다는 얘기다. LDL콜레스테롤은 총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중성지방×0.2이다.
간기능 수치의 경우 ALT(SGPTㆍ알라닌 분해효소)가 40u/ℓ까지를 정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5u/ℓ 나온 사람과 35u/ℓ 나온 사람 모두 정상치(참고치)에 있지만 다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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