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간암 원인의 15~20%를 차지하는 C형 간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 연간 1000~2000명 정도 발병률을 보였지만 최근 5년 사이에는 연간 4000~6000명까지 발병 인구가 늘었다. 특히 두드러지는 변화는 전체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40~50대 중년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 중년 남성 감염자 비율 노년층 앞질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2007년 1년간 40~50대 중년 남성의 C형 간염 발생자 수는 1123명으로 전체 남성 발생자의 39%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0월 말 현재 1044명으로 전체 남성 발생자의 46%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중년 남성 발생 비율은 60대 이상 남성 발생자 1006명보다 더 높은 발병 비율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C형 간염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고 노인층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결과다.
C형 간염의 주요 감염경로는 수혈, 약물남용 등 혈액이지만 C형 간염 환자의 30~40%는 수혈이나 감염된 혈액의 접촉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수직감염, 성적인 경로, 가족 내 전파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어 감염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논문(침술과 피어싱으로 발생한 만성 C형 간염)에 의하면 산발성 C형 간염 환자의 약 40%에서 감염경로가 확실치 않다.
환자의 배우자 감염 빈도는 12.2%로 성적 접촉에 의한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으며, 우리나라 가족 내 HCV(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은 4.1~5.3%로 타액이나 가족 내 손톱깎이, 머리빗, 칫솔 등 가족 내 공용 물건에 의한 감염도 배제할 수 없다. 비의료인에 의해 행해지는 피어싱이나 문신, 영구 화장의 경우에도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감염 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음주, 남성, 중년` 3요소 간암진행 가속화
40~50대 남성 C형 간염환자는 다른 연령의 여성 환자보다 위험성이 더욱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중년 남성의 사회적 환경이나 신체적 특성이 C형 간염을 더 악화시키거나 간암 발병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C형 간염이 만성화되면 20~30%는 간경화로 진행되고, 간경화 환자 중 1~4%는 매년 간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내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 환자는 15~20%에 이른다.
만성 C형 간염은 일반적으로 감염 후 간경화로 진행하는 데 보통 2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감염 당시 고령(40세 이상)이거나 남성, 습관적 음주자, 비만이거나 지방간을 가진 경우, 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나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된 경우 간경화로 진행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간염과 음주가 중복된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만성 C형 간염과 B형 간염이 있는 경우에 음주는 간 섬유화를 촉진시켜 간경화, 간암 발생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는 간염 연관 간질환 보유가 매우 높고 높은 음주율을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중년남성 C형 간염 환자의 음주는 주의가 필요하다. 40~50대 사회생활을 하는 남성들이 음주에 습관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C형 간염은 환자 자신이 질병감염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만성 간염 환자 중 상당수는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고 있으며, 만성 음주자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률은 14~36%로 매우 높게 보고되고 있다.
◆ 검진 확인하고 치료하면 완치 가능해
40~50대 중년은 치명적 간질환으로 이행이 빠른 만큼 C형 간염 검진을 꼭 한 번씩 받아보고 주기적으로 간 건강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예방백신은 없지만, 치료 성공률이 높은 만큼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C형 간염 치료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 또는 박멸해 합병증을 예방하고 간경화, 간암으로의 진행을 차단하는 것으로 최근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어 성공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현재 표준치료는 페그인터페론(피하주사) 주 1회와 리바비린(먹는 약)의 병용 치료로 바이러스 유전자 유형에 따라 치료 성공률이 다르지만 80%까지의 높은 완치율을 보인다. 또한 국내 환자들은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유전적 요인, 치료 순응도 등에 있어 치료 성공률이 유리한 편이다.
대한간학회 최문석 홍보이사는 "C형 간염은 다양한 경로로 감염될 수 있는 데다 특별한 증상도 없이 만성화되어 간암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누구나 조심해야 한다. 특히 감염률이 높은 연령인 40~50대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며 "검진받지 않고 자신의 감염 여부를 모르는 `숨은 환자`가 많아 다른 사람에게 C형 간염을 전파시키는 위험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C형 간염 예방백신 없어 조기발견이 최선 |
[매경헬스 = 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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