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폐암 표적치료제 보험 적용 안 되나
지난 1월 화이자제약의 새 표적항암제 ‘잴코리’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 표적항암제 의료보험 적용 시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표적항암제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파악해 이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내는 신개념 치료약이다.
‘미사일 항암제’라고도 불리는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돌연변이나 단백질을 인식해 공격하기 때문에 독특한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일수록 효과가 좋다. 표적항암제가 특정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유전자 반응을 통해 미리 알 수 있으므로 환자가 불필요한 치료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화이자제약 측의 주장이다.
화이자제약의 잴코리는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치료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신약이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한다. 폐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2009년 기준 4만4000여명임을 감안하면, 비소세포폐암 환자 수는 2009년 기준 3만7000여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잴코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보험 등재를 위한 본격 검토 단계를 앞두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임상시험에서 잴코리를 복용한 환자 중 50% 이상이 암세포의 소실 혹은 감소 반응을 보였다”며 잴코리가 폐암 환자 치료에 널리 쓰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평원 “모든 신약은 평가 기간 거쳐야”
환자는 비소세포폐암의 원인 중 하나인 ‘ALK 유전자’의 변이 여부를 진단해 그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잴코리를 복용할 수 있다.
잴코리가 의료보험 적용 대상으로 등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든 신약은 항암제와 일반약 종류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150일 정도의 평가 기간을 거쳐야 보험에 등재된다. 심평원 약제등재부의 유미영 부장은 “평가에는 학계의 의견을 검토하고 급여 적정성을 심사하는 과정이 포함되는데 고가의 약이라고 해서 더 빨리 평가를 마치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자료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심평원 측의 보완 자료 요청이 있을 때는 심사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제약회사에서 건강보험 등재를 신청하면 심평원 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고, 적정하다고 평가가 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가 협상을 하게 된다. 이후 협상이 타결되면 건강보험에 등재된다.
선진국선 위험분담제로 제도 보완
약가 협상의 당사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잴코리의 보험 등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실의 한 관계자는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다”며 “건강보험 등재를 고려할 때는 가격 대비 효과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대비 효과가 ‘비용효과성’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건강보험 등재 대상이 되려면 이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약의 효과에 비해 훨씬 비싼 값을 요구한다면 보험 등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표적항암제는 일반 항암제에 비해 가격이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비싸다. 암 환자에 대한 진료비 규모는 2005년 전체 의료비(49조원)의 0.23%를 차지했으나 2005년 9월부터 본인부담률 10% 산정특례를 실시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해 2009년(73조7000억원) 기준 전체 의료비의 약 8.5%를 차지했다.
가격 대비 효과를 따져 그 효과가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의약품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의약품 선별등재제도’다. 정부는 2007년 약제비를 절감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바로 이 제도가 빠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약효가 인정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아도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보험 적용 대상이 되지 못하는 약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2007년 8월부터 1년간 총 10개의 항암제가 보험급여 신청을 했지만 적정 판정을 받은 것은 4개뿐이었다. 또 판정을 받기까지 최소 1년에서 최대 7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신현택 숙명여대 교수가 지난해 11월 ‘항암제 접근성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외 항암제 보험 등재 현황에서 우리나라의 평균 급여율은 33%로, 영국 67%, 이탈리아 60%, 프랑스 53%와 비교할 때도 크게 떨어진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위험분담제를 통해 보험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과 비교할 때 국내 제도는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험분담제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해당 약을 일정 기간 사용하고 나서 약효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험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금액을 환수하는 방법이다. 또 호주와 벨기에는 위중도가 높은 질환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외 조세나 특별기금 등의 재정에서 보험급여를 지원하기도 한다.
치료비 부담으로 진료 포기하는 환자도
실제 2010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원희목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 환자 10명 중 1명은 치료비 부담 때문에 병원 진료를 포기했다. 암 환자 중 암 치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호소한 사람은 76.5%에 달한다.
6개월 전 비소세포폐암 4기 판정을 받은 A(31)씨 역시 비슷한 경우다. A씨는 잴코리를 복용하기에 적합한 ALK 유전자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한 달에 1000만원 가까이 하는 약값 때문에 쉽게 잴코리를 처방받지 못했다.
A씨는 약값이 비교적 싼 다른 약들을 처방받아 몇 달간 치료를 했지만, 다른 곳으로 전이된 암이 더욱 커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지금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한 달 전 가까스로 잴코리를 처방받고 현재 호전 단계에 있다. A씨는 “최근 CT 촬영을 했는데 결과를 확인하니 암이 3분의 2 정도로 줄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정에 10만원이 넘는 비용은 여전히 그에게 큰 부담이다.
3년째 폐암으로 투병 중인 B(71)씨 역시 A씨처럼 치료비 부담을 호소했다. B씨는 “3개월째 잴코리를 복용 중이지만 비용 때문에 앞으로 언제까지 더 복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B씨는 “암 환자들 입장에서는 약의 효능이 뛰어나지 않다 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약을 복용하게 된다”며 “자신과 잘 맞는 약이 출시가 됐음에도 가격이 비싸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환자와 환자의 가족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적 고통까지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심평원 약제등재부의 유미영 부장은 “신약의 가치 평가 방법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며 “신약 경제성 평가의 경우 약제 특성에 따라 비용효과성의 수용 범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신약의 경제성 평가가 어려운 경우에는 환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등재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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