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건복지부입니다.
얼마 전부터 7개 질병에 대한 포괄수가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보시는 국민들께서는 이 이야기도 옳게 들리고, 저 이야기도 옳게 들리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복잡하고 걱정도 커지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포괄수가제에 대한 저희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1. ‘포괄수가제’가 뭐냐? (포괄수가제를 잘 알고 계신 분들은 4번 질문부터 보셔도 됩니다.)
포괄수가제를 얘기하기 위해서 행위별수가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이 둘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병원비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행위별수가제는 아주 간단합니다. 병원에서 한 검사, 치료, 주사, 약 등을 일일이 따로따로 계산해서 모두 더하는 방식이에요. 치료행위 하나하나가 다 병원비에 반영되기 때문에 검사를 많이 할수록, 주사를 많이 맞을수록 당연히 금액이 올라가게 되지요.
포괄수가제는 이렇게 됩니다.
① 이번 포괄수가제는 백내장수술,편도선수술,맹장수술,탈장수술,치질수술,제왕절개수술,자궁수술을 받는 환자들에게 적용됩니다.
②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사선생님이 환자를 그 등급에 따라 분류합니다. 이 등급은 사전에 조사를 통해 병이 가볍고 무거운 정도와 증세가 비슷해 치료방법이 거의 유사한 환자들끼리 구분되어 있습니다.
* 하지만 몇 안 되는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정도에 따라서 이 7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을 78개의 등급으로 분류하고, 거기에 병원의 종류에 따라 각각 4가지의 체계가 있어 총 분류기준은 사실상 320가지나 됩니다. (즉, 7개 질병을 320가지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③ 각 등급에는 정해진 전체병원비가 있고 의사선생님은 그 금액 안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환자를 진료합니다.
④ 환자는 그 전체병원비 중에서 이미 정해진 자기가 부담할 금액만을 냅니다. (단 입원일수에 따라서 금액에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오래 입원하실수록 많이 내십니다.)
다시 말해서 환자가 위 일곱 가지 병으로 인해서 수술을 받고 입원하게 되면, 내 병이 가볍고 무거운 정도에 따라서 내야 되는 금액이 일정하게 정해지는 것이죠.
2. ‘포괄수가제’ 대체 왜 해야 하나?
병원에서 ‘왠 검사를 이리 많이 하나?’, ‘대체 보험으로 커버가 안 되는 건 왜 이렇게 많나?’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으시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행위별수가제는 의료행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진료비가 커집니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불필요한 검사를 한다거나, 약을 더 많이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병원비를 늘리는 경우가 있을 확률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입원일수는 OECD국가 평균의 2배가 넘는 14.6일에, 병원에 따라서 입원일수도 많이 차이가 나고, (비슷하게 아픈 사람인데도 입원한 날짜수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죠.) 전체 입원비나 CT나 MRI같은 고가의 영상장비가 인구수에 비해서 크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OECD최상위권) 당연히 진료행위(검사나 항생제 사용)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겠죠?
포괄수가제는 바로 이러한 요인들을 막고 적정진료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3. ‘포괄수가제’ 대체 국민입장에서는 뭐가 좋다는 것인가?
그럼 대체 환자에게는 뭐가 좋은 걸까? 조금 어렵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보장성이 확대’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내 치료비를 건강보험이 부담해주는 부분이 늘어나고 내가 부담해야 되는 부분이 줄어듭니다. 예전에는 비급여항목이라 건강보험이 부담해주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급여항목에 포함되기 때문이지요.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할 때 하는 각막형태CT, 편도선 및 아데노이드 수술에 사용하는 코블레이터, 맹장수술에 쓰는 창상봉합용 액상접착제 (찢어진 상처를 붙이기 위한 액체 접착제), 자궁수술 시에 수술한 부위 주변 조직들이 들러붙는 것을 막는 자궁유착방지제 등 예전에는 4만원에서부터 30만원까지 환자가 전부 부담해야(비급여)했던 부분들이 포괄수가제에서는 80%를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환자는 20%만 부담하도록 변경됩니다.
또한, 진료행위를 늘일 이유가 없다보니 불필요한 검사나 항생제 처방 등으로 인해 환자의 건강을 해칠 요인도 없어졌으며, 예전에는 대체 얼마가 나올지 예상하기가 어려웠던 진료비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비를 미리 준비하기도 쉬워집니다.
4. 같은 돈이면 당연히 비용을 적게 써서 이윤을 남기는 게 정상이지 않나?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런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포괄수가제의 진료비 체계는 현 행위별수가제의 평균적인 진료비 수준에서 평균 18% 정도를 더 책정해두었습니다. 행위별 수가제 아래에서 의사선생님들이 하셨던 진료행위에 쓰인 비용에 20% 가까이를 더 책정해 둔 것입니다.
과소 진료의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시면,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예전에 행위별수가제로 진료하던 때에 받았던 진료비에 20%가 더해진 금액을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의사선생님들도 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일 터인데 더 많은 진료비를 받고 예전보다 적게 치료한다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 안과의 경우에만 진료비가 예전에 비해서 내려갔습니다. 이것은 정부가 억지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예전에 안과학회에서 결정한 사항에 맞추어 수정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일부러 내린 것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민간의료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당연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병원간의 경쟁입니다. 만약 포괄수가제 아래에서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서비스를 낮추는 병원이 있다고 가정해보면, 환자들 사이의 실제 입소문은 물론이거니와 SNS등이 발달한 요즘 같은 시대에 과연 그 병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결국 어디서나 같은 진료비라면 국민들은 의료소비자로써 인터넷 등을 통해서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그 중에서 더 좋은 병원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5. 진료하다 보니 예상 밖으로 진료비가 들어가는 환자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200만원만 지급되는 환자로 들어왔는데 치료하다보니 2,000만원이 넘게 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가능성이 당연히 있습니다. 그래서 그 환자들도 충분히 진료하기 위한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이것을 열외군 보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200만원이 진료비로 책정된 환자가 합병증 등으로 인해서 책정된 금액보다 진료비가 100만원이 넘게 들어간 경우 (예를 들면 300만원 이상),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됩니다.
또, 진료행위는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차도가 없다던지 하는 이유로 입원기간이 길어진다면, 30일까지만 포괄수가제가 적용되고 30일 이후부터는 다시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되어 환자를 진료하는데 제한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에이즈환자와 혈우병 환자는 수혈 및 합병증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포괄수가제가 아예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금전적인 이유로 병원이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6. 지금까지 포괄수가제 하는 병원들은 쉬운 환자만 맡고 어려운 환자는 상급병원으로 보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분명히 조사결과에서 상급병원으로 갈수록 치료가 어려운 환자의 비율이 늘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료에 따르면 포괄수가제 여부와 상관없이 각 병원에서 나타나는 중증환자의 비율은 거의 유사했을 뿐만 아니라, 포괄수가제를 시행한 이후 오히려 의원급의 진료건수가 늘어났지 종합병원의 진료건수가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풍선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만약 그렇게 환자들이 상급병원으로 이송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분명히 상급병원의 중증환자 비율도 늘고, 진료건수 자체도 늘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7. 정부 말이 다 맞다고 치자. 그래도 이런 큰 제도 변화는 미리 설명을 하고 천천히 시행했어야지 왜 이렇게 급하게 시행해서 국민을 당황시키나?
국민여러분께 더 충분히 알려드리지 못했던 것은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올해 7월1일부터 갑자기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1997년부터 5년 동안 시범사업을 하고 2002년과 2004년에 두 차례 전면적으로 시행하려 고 했지만, 의료계의 반대가 심해 결국 병원들이 선택적으로 참여하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11년말 기준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71.5%, 의원급의 83.5%가 포괄수가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15년 동안 80%에 가까운 의료기관들의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8. 그렇게 이미 80%나 하고 있으면 그냥 두면 되지 왜 전면시행을 해서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나?
혹시 예전에 포괄수가제라는 것을 들어보셨거나 이를 병원에서 먼저 설명하는 경우를 보셨나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의견이 얼핏 보면 타당해보이지만 사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어디가 포괄수가제 병원이고 어디가 행위별 수가제 병원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 지금의 제도가 선택권이 있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15년 동안 80%의 의료기관에서 포괄수가제를 해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의 재정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을 해, 치료법이 어느 정도 표준화 된 7개의 외과수술에 한해서 전 국민이 포괄수가제를 통해 보장성 확대의 혜택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지요.
9. 그렇다면, 의료계의 의견수렴은 대체 왜 하지 않았나? 먼저 설득했어야 하지 않나?
지난 15년 동안 시범사업 및 선택 운영을 하면서 제도가 여러 차례 보완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의료계의 의견도 반영되었죠. 올 해 1~4월까지만도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의 4개 진료과의 전문가 자문회의만 11회, 현장의사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지역의사회 간담회도 20회 갖는 등 총 37회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거의 3일에 한번 만난 꼴이죠?.
그 결과 올해 초까지는 포괄수과제의 확대시행을 결정할 때 함께 했었습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협의완료) 그런데 얼마 전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의사협회가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일방적으로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의협의 주장은 현재의 의료수가가 많이 낮다는 것입니다. 노환규 회장은 이 의료수가의 인상을 포괄수가제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들어간 비용을 (장비구매, 인테리어, 인력채용 등) 어디까지 의료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수가가 모든 병원과 의사들의 입장에서 ‘낮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 투자가 많았던 병원의 경우에는 수가가 매우 낮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적절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가 상당기간동안 정책적으로 수가 인상을 억제해 왔기 때문에 일부 부작용이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의료수가는 단 기간에 큰 변화를 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행위별수가제 상태에서 수가를 올려줬을 때, 만약 의료기관이 의료행위(검사나 치료)의 양을 급격하게 늘리면 정부가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나 혹은 국민들의 반대가 매우 클 것입니다. 따라서 그보다 범위가 작고 시행의 실익과 안정성이 높은 포괄수가제를 먼저 시행하면서, 수가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10. 누구는 포괄수가제가 결국 의료민영화로 가기 위한 단계라던데?
정부의 입장에서 아마도 가장 억울한 부분이 아닐까싶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포괄수가제의 가장 큰 효과는 국민에 대한 보장성의 확대입니다.
의료민영화를 비롯해서 공공기관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여러 시민단체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한국노총, 민주노통, 보건의료노조,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단체연합, 경실련 등이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포괄수가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할뿐더러, 한국노총의 경우 TV토론에 포괄수가제 찬성측 패널로 나오신 적도 있습니다.
또 이분들과 궤를 같이 하는 여러 언론사들도 있습니다. 만약 포괄수가제가 정말 의료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면 과연 이 단체들과 언론사들이 가만히 있을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기사를 검색해보시면 이 단체들 및 언론사들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분들이 모두 정부지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고 하시던데, 지금까지 이 단체들이 그렇게 정부 정책에 늘 찬성만 하셨는지, 또 그렇다 한들 자신들의 정체성에 아예 정반대되는 정책을 찬성하실지 한번 생각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상식적으로 정부가 모든 영향력을 다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언론과 시민단체들로 하나 같이 정부 정책을 지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마지막으로 포괄수가제에 가장 많이 반대하시는 전국의사총연합의 경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의료민영화?건강보험 민영화를 의미합니다. 만약 몇몇 분들의 주장처럼 포괄수가제가 의료민영화의 초석이 된다면 이 단체의 입장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포괄수가제에 관해서 가장 많이 질문하시는 열 가지에 대해서 답변해드렸습니다.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가능한 한 쉽게 말씀드리려고 애는 썼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보시는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시겠지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참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포괄수가제는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 부분이 때문에 의사선생님들을 포함한 국민여러분들의 걱정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잘 전달해드리려고 노력을 했음에도 저희가 많이 부족했던 탓에 오해도 많이 깊어지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 노력을 멈추거나 게을리 할 수도 없어 이렇게 다시 한 번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부디 너그럽고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댓글이나 SNS를 통해서 전해주시는 다양한 의견에 일일이 답변해드리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한된 인원으로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읽고 정리 하는 것만으로도 한계가 있어, 충분한 답변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도 양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국민여러분들의 관심 속에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쟁점들이 잘 정리되어 좋은 제도로 잘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 따스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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