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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 암환자, 사회적 편견에 `두 번 운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2. 4. 18.

암환자, 사회적 편견에 '두 번 운다'
 

삼성서울병원 심영목․조주희 교수팀은 최근 '정신종양학회지(Psycho-Oncology)'에 발표한 최근 논문을 통해 “암과 암환자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과거 암을 곧 죽음이라 여겼던 때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암환자의 정신건강을 다루고 있는 대표 권위지인 '정신종양학회지'(IF2.874)는 이번 논문을 주요 논문으로 다뤘으며, 최근 하버드의대에서 ‘이 주의 논문’으로 선정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연구를 주도한 심영목 교수는 “의료기술의 발달과 연구의 질 향상으로 암에 대한 이해가 상당 부분 늘었음에도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이나 무게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로 인해 암환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심영목․조주희 교수팀이 지난 2009년 성별, 지역, 연령에 따라 일반인 1011명을 표본 추출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고스란히 방증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1011명 중 58.5%가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암은 치료가 어렵다’고 답했다. 또 55.8%는 한 번 암에 걸렸던 사람은 건강을 되찾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이 암에 걸린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TV 등에서 보거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선 암을 불치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장암으로 진단받고 현재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 치료 중인 이민화(가명․42세)씨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건강검진차 대장내시경을 받고 깨어난 뒤 의사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보고 덜컥 겁부터 났다”면서 “각종 검사 끝에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당장 곧 죽겠구나 하는 마음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암환자의 대한 사회적 홀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설문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 71.8%는 ‘암 환자는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42.6%는 ‘암 치료를 받았던 사람은 남들처럼 사회활동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56.1%는 ‘암을 진단 받은 사람은 치료 후 건강이 회복되더라도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다’며 이들의 사회복귀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10명 중 5명은 암환자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암의 경우 전염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암환자와 함께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경우가 42.3%나 됐다.

지난 2008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던 김명숙(가명․41세)씨는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암환자였던 동네 아저씨를 보면 피하고 했던 기억이 난다”며 “암환자가 되고 보니 그 때 왜 그랬을까 후회되더라. 암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는 암 그 자체보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상처받게 된다는 점에 더 크게 괴로워한다”면서 “이로 인해 암환자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치료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깊고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설문에 참여한 일반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를 주위에 밝히기를 꺼렸다. 이번 조사에서 ‘암에 걸리게 됐다’는 가정 하에 암환자란 사실을 공개할 것인지 여부를 물은 결과 가족에게 조차 말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10명 중 3명꼴(30.2%)로 나왔다. 47%는 친구나 이웃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인 50.7%가 직장 동료가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현재 전립선암으로 호르몬치료를 받고 있는 김민석씨(가명․46세)는 “암에 걸렸다고 하면 왠지 낙오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아직 더 일할 수 있는 데 직장을 관두고 싶지는 않다”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바로 윗상사와 인사 담당자에게만 알리고 나머지 동료들에게는 장기 해외출장을 다녀온다고 말해뒀다”고 전했다.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심리적 방어기전이 작동, 주위 사람들에게 철저히 숨기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심영목 교수는 “항암치료의 대표적 부작용인 탈모로 인해 암환자란 사실이 노출될 까봐 치료기간을 단축시켜 주거나 아니면 아예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들을 볼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암교육실이 암환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감하기 위해 전담 사회복지사를 배치, 교육과 함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가 조기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주희 교수는 “삼성암센터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외모관리 프로그램도 암환자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이지만 단기적인 대책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암환자들이 사회로부터 부적정인 인식과 편견, 그리고 차별로 인해 겪는 고립감과 삶의 질 저하를 막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암정책의 일환으로 정부 차원에서 예방 또는 치료에 대한 관심은 물론 환자들의 사후 관리에도 신경을 쏟아야 할 때라는 의미다.

심영목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가족 중 일원이 암에 걸리면 가사도우미를 보내준다든지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가능한 선에서 암환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과 같이 일정기간 재활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에 대한 오해를 풀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되면 암환자들이 조기에 발병사실을 알리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 같은 정책은 결과적으로 암으로 인한 국가 부담 또한 경감시킬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를 보면 2005~2009년 암 발생자의 5년 생존율은 62.0%로 10명 중 6명이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현재 파악되는 암 생존자는 80여만 명으로 암도 이제 극복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성적에도 불구하고 암환자의 사회적 상실감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암환자란 이유만으로 부당한 처우를 겪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암환자의 경우 47%가 암 진단 후 1년 이내에 직장을 잃는다는 조사가 있다. 재취업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일반인(30.6개월)에 비해 평균 1년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46.3개월) 암 환자들의 사회참여 기회가 줄어든 만큼 반대로 사회적 고립이 확대되면서 환자의 정신적인 건강이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크로팬 편집국 ▒ Copyrightⓒ ACROFAN

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암과더불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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