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때마다 속이 쓰린 윤모(43·서울 송파구)씨는 위산과다인 줄 알고 제산제(制酸劑)를 먹다가 최근 소화불량까지 생겨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위산부족 때문에 속쓰림 증상이 나타났는데 제산제를 복용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센터 이항락 교수는 "속이 자주 쓰리면 위산과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 중 20% 정도는 정반대로 위산부족이 원인"이라며 "우리나라 40대의 30%, 70대의 50% 정도는 위산 분비량이 정상보다 적다고 의료계는 추정한다"고 말했다.
- ▲ 위산부족으로 진단받으면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점막이 얇아졌거나 위염·위궤양이 유발됐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원인=위산부족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돼 위축성 위염이 생겼을 때, 제산제를 장기 복용했을 때 흔히 생긴다. 이 밖에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에 이상이 있을 때, 췌장에 종양이 있어 위산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분비될 때, 부갑상선 기능이 저하됐을 때 등에도 위산부족이 유발된다. 위산부족은 노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많아진다.
◇위산과다와 구별법=위산부족은 위산과다와 마찬가지로 속쓰림을 일으키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위산과다와 속쓰림 양상이 다르다. 위산부족은 지속되면 속쓰림과 함께 소화불량을 동반한다. 펩신이나 세크레틴 등 소화 효소가 덜 분비되기 때문이다. 위산과다는 소화불량을 동반하지 않는다. 또 위산부족은 음식을 먹은 뒤 속이 쓰리다. 반면, 위산과다는 공복에 속이 쓰리다가 음식물이 들어가면 나아진다. 위산부족이 심해지면 단백질·지방·철분 등이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아 손톱이 쉽게 부서지거나 빈혈이 나타난다.
◇진단=위산부족의 진단 기준은 수소이온농도(pH) 4.0 이상이다.<표> 하지만 대부분은 위 내 산성도를 측정하지는 않고, 증상을 보고 진단한다. 예전에는 24시간 동안 위액의 산도를 측정해 pH가 4.0 이상이면 위산부족으로 진단했지만, 24시간 산도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 때문에 요즘은 별로 시행하지 않는다. 위산부족으로 진단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위산부족 때문에 위 점막이 얇아지거나 위염·위궤양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료법=부족한 위산 분비량을 증가시키는 의학적인 치료법은 없다. 그 대신 생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속이 쓰리다고 제산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없던 위산부족이 생길 수 있고, 위산부족 자체가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음식을 자주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심찬섭 교수는 "일반적으로 위가 약한 사람은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하는 것이 좋지만, 위산부족인 사람은 위산이 충분히 분비되도록 기다렸다가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 중 물을 마시는 습관도 나쁘다. 부족한 위산이 물에 더 희석돼 소화불량이 심해진다.
비에비스나무병원 홍성수 부원장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나 부갑상선 기능 저하가 위산부족의 원인인 경우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위산이 다시 정상적으로 분비된다"고 말했다.
한편, 위산부족 증상이 있는데 의사가 제산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서 위염 등 다른 질병이 발견된 경우이다. 심찬섭 교수는 "위산부족 환자가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다른 질병이 발견돼서 일시적으로 제산제를 처방받았으면 그 질병이 나을 때까지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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