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이겨내려 식초를 빚었고, 청국장을 만들었다 | |
삶은 아픔을 동반한다. 아픔 없는 사랑도 없다. 아픔 없는 삶은 더욱 없다. 몸이 아플 수도, 마음이 아플 수도, 몸과 마음이 함께 아플 수도 있다. 긴 아픔은 사람의 정신까지 피폐하게 하지만, 짧은 아픔을 슬기롭게 이겨내면 더 아름다운 삶이 부여되기도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것은 그 아픔을 잘 극복했다는 얘기다. 아픔을 잘 이겨낸 사랑이 아름답다. 그런 삶이 풍요롭다. 큰 아픔은 때로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큰 아픔을 극복한 이들이 큰 삶을 누릴 수도 있다. 대가 없는 삶은 없는 법. 많은 대가를 치를수록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마련이다. 구관모(63·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씨와 이원식(65·청송군 부동면 항리)씨는 ‘식초’ ‘청국장’을 매개로 육체적 아픔을 슬기롭게 이겨낸 이들이다.
구씨와 이씨는 성도, 이름도, 사는 곳도 다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모두 비슷한 육체적 고통을 경험했다. 정신적 아픔도 컸다. 그리고 각각 식초와 청국장을 만났다. 이들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식초와 청국장은 단순히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계기였을 뿐이다. 그러나 결국 그 계기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문헌과 사람을 통해 공부도 많이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연의 맛, 토종의 맛을 복원했다. 아니, 그 분야에 대가가 됐다. 그 맛과 품질의 복원은 이들의 새로운 삶의 복원이기도 했다.
식초와 청국장은 단순한 식품 재료에서 이젠 어엿한 식품이 되고 있다. 육체적 아픔을 겪었던 이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 식초와 청국장이 거듭나듯이 이들의 삶도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거듭났다. 구씨는 전파상과 택시운전을 통해 얻은 위장병과 신장염, 치질과 뇌졸중의 아픔을 천연식초를 만나면서 극복했다. 이젠 천연식초 제조에 손꼽히는 대가가 됐다. 14년 전 잘나가던 공무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던 이씨는 산 좋고 물 좋은 청송에서 암을 극복했다. 청국장과 재래식 된장은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됐지만, 그 오묘함에 반해 지금은 제 맛을 살리는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식초와 된장의 깊은 맛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천연식초의 대가, 구관모 구씨는 경상도에서 황해도까지 전국을 다니며 노무자로 생계를 꾸리던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렵고 힘들게 자랐다. 70년대 조그만 전파상을 운영하던 구씨는 80년대 들어 택시운전으로 생계를 이었다. 그 때문에 몸이 많이 마르고 약하고 볼품도 없었다. 택시운전은 중노동이었다. 당초 썩 좋지 않았던 구씨의 몸은 택시운전 10년 만에 만신창이가 됐다. 병원을 들락거렸다. 한약도 무소용했다. 개소주, 뱀장어 등 민간요법도 다 동원해봤다. 그러나 설사, 안구 건조, 신장염, 신장결석, 만성 간염, 위장병이 가장 가깝고도 싫은 친구가 돼버렸다. 급기야 위장약, 보약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아침을 굶고 등산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금은 작고한 안현필씨의 ‘삼위일체 장수법’이란 책을 만났다. ‘원인을 차단하면 결과는 스스로 다스려진다’는 평범한 진리에 눈을 뜬 뒤 생활습관과 식사법을 바꿨다.
구씨는 “약을 끊고 등산을 통해 숲 속을 걸으며 폐활량을 늘였다”며 “먹는 것도 팥밥에 콩, 깨, 녹두, 마늘, 생강, 청국장을 비롯해 미나리, 풋고추, 상추, 쑥갓 등 생채소로 자연식을 했더니 몸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누룩과 현미를 섞어 빚은 술로 만든 천연 현미식초를 마시면서 몸 상태는 더 호전됐다. 구씨는 안현필씨를 직접 만나 건강연수 과정까지 밟은 뒤 ‘천연식초를 만들어 보라’는 그의 권유를 따랐다. 1990년 전재산인 개인택시를 팔아 물 좋은 합천 율곡면 노태산 깊은 골로 들어갔다. 구씨는 “대구에 가족을 두고 홀로 산골짜기로 들어간 뒤 식초연구가가 됐다”고 했다. 외롭고 배고픈 시간이 흘렀다. 동네 노인들의 조언과 책 등을 발판으로 만든 식초는 무더기로 썩어 나갔다. 천연 양조식초와 에틸알코올로 만든 시장의 식초가 아닌 ‘진짜 천연식초’를 만드는 데는 꼬박 3년이 걸렸다. 동의보감을 비롯해 각종 건강관련 책들을 훑었고, 한방식품 전문가 과정 등을 거치며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식초 만드는 장인을 찾아 산골을 헤매기도 했다. 전국을 돌며 식초를 숙성시킬 항아리를 찾아나서기도 했다. 지금은 전통 식초항아리(초두루미) 800개, 큰 장독 500개를 비롯해 1천300개의 전통 항아리를 갖고 있다.
구씨는 ▷자연 재료 ▷자연적인 발효과정 ▷재료의 구성 비율 ▷숨 잘 쉬는 식초 항아리(초두루미) 등을 천연식초 제조의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구씨는 “식초는 빚는 자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자들이 물 한 바가지만 더 넣고 조금이라도 빨리 빚어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그렇게 되면 변질하게 마련”이라고 했다. 대량생산의 욕심과 조급한 마음으로는 결코 제대로 된 천연식초를 빚어낼 수가 없다는 것. 구씨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옛날 식초 장수법' '초밀란으로 간암 다스리기' '활성산소를 다스리는 초밀란 건강법' 등 책을 냈다. 대구문인협회 회원으로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걸어온 삶 자체가 수필의 풍부한 소재가 될 수 있었던 것. 구씨는 송엽식초(98년), 다슬기식초(2003년), 식초에 꿀을 가미한 초밀란(2008년) 등 3종류의 식초에 대해 특허등록을 했다. 구씨는 지금 달성군 가창면 제조공장 옆에 숙성실을 겸한 식초박물관을 짓고 있다. 천연식초의 진한 맛처럼 풍요롭고 진한 삶을 살고 있었다.
◆청국장의 달인, 이원식 '청송 얼음골 향토 메주된장 마을' 대표인 이씨. 그의 삶은 대구에서 청송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새롭게 바뀌었다. 그는 지난 1998년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정년을 꽤 남겨둔 상태였다. 대구에서 잘나갔던 공무원이었지만 1995년 3월 갑자기 위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위암 판정을 받고 위 3분의 2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뒤 회복기간을 거쳐 다시 대구시 예산1계장으로 복직했다”며 “그러나 업무를 감당하기에 벅찼고, 동료들 보기에도 월급을 받는 것이 민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신껏 공직생활을 청산했지만, 암으로 얻은 후유증은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전국의 이름난 산과 계곡을 다니며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다 우연히 청송 얼음골 생수가 좋다는 말을 듣고 몇 차례 청송에 들른 뒤 결국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청송군에서도 ‘산골 오지’로 알려진 부동면 항리에 부인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위해 자리를 잡았다. 1999년 12월, 산동네에 들어온 뒤 밭 3천900여㎡를 구입해 자그마하게 농사일을 시작했다. 채소 재배를 하던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서 '위장병엔 청국장이 특효'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은 그의 생활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청국장과 재래식 된장을 담그는 김에 명품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청국장 연구자로 거듭난 것이지요." '장맛은 물맛에서 나온다'는 동네 할머니들의 얘기를 듣고 지하 210m의 암반수를 퍼 올렸다. 또 '장맛은 장독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장독을 구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산콩과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옛 문헌에 따라 전통적인 청국장을 만들어냈다. 심혈을 기울였기에 스스로도 만족했다. 옛 선인들의 지혜와 그 맛을 이어온 노인들의 경험을 아울렀던 것.
그는 ▷콩은 부동면 지역 농민들이 재배한 국산 콩만을 사용하고 ▷제조법은 전통 방식대로 따르며 ▷청국장을 판매하되 매장은 운영하지 않고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기계화 또는 기업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씨의 원칙은 11년 동안 지켜지고 있다. 옛 문헌과 함께 동네 할머니들이 그의 스승인 셈이었다. 이젠 그의 동네 스승들조차 장맛을 본 뒤 ‘장 담그기’를 포기하고 이곳의 장을 가져다 먹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만든 청국장과 간장(농림부 전통 395호, 396호), 메주와 된장(한국식품연구원 434호, 435호)은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청국장이 그의 대표 식품이다. 지난해에도 청국장을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이씨는 "병마를 이겨내고 생활비까지 벌게 된 것은 모두 청국장 덕분“이라며 "청국장이 내 삶 자체를 바꿨다"고 말했다. 또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도시 직장인들의 주말 쉼터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국장의 곰삭은 향기를 뿜어내는 이씨는 지금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성공한 귀농인이기도 하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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