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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수술

암·전립선·심장…로봇수술 연간 7000건 시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11. 3.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본관 5층 한 수술실에 누워 있는 위암 환자 위로 3m 높이 로봇이 보인다. 그 옆에는 수술을 도와줄 보조자가 있다. 수술을 지휘할 형우진 외과 교수는 3m가량 떨어져 있는 콘솔에 설치된 의자에 앉았다. 형 교수가 삼차원 화면을 보면서 조작을 시작하자 로봇 팔도 함께 작동했다. 잠시 후 환자 배에 뚫린 구멍으로 로봇 팔이 들어갔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보조자는 로봇 팔 끝에 달린 기구를 교체하기도 했고 로봇 팔에 거즈와 클립을 끼웠다. 콘솔에는 환자 몸속을 보여주는 선명한 삼차원 입체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형 교수는 로봇을 조종해가며 암세포를 떼어내고 있었다.

수술이 끝난 뒤 형 교수는 "기존 수술은 도와주는 의사가 2명쯤 있어야 하지만 로봇수술은 1명만 있으면 된다"면서 "장시간 수술에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의사가 훨씬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로봇수술 폭발적 증가

로봇수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속속 로봇수술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시술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로봇수술 첫해인 2005년 24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7년 708건, 2008년 2568건, 2009년 4829건, 지난해에는 약 6500건으로 급증했다.

국내 대표적 로봇수술 시행기관인 연세의료원은 2006년 189건이었던 로봇수술이 지난해 1734건으로 5년 만에 9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0월까지 6년간 연세의료원이 시행한 누적 로봇수술 건수는 6420여 건에 달했다. 과별로는 외과가 3557건으로 많았고 비뇨기과 수술이 2226건으로 뒤를 이었다.

로봇수술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각종 암은 물론이고 뇌와 심장, 폐, 자궁근종, 간담도 등 흉부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로봇수술이 늘고 있는 것은 복강경이나 개복수술에 비해 정교해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나다는 인식이 의료계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형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할 때 의사 손이 미세하게 떨릴 수밖에 없다"며 "반면 로봇 장비는 의사의 떨림을 감지해 로봇 팔이 움직이지 않으므로 떨림이 동반되는 수술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출혈도 적고 회복도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수술이 100~150㏄ 정도 출혈이 있다면 로봇수술은 40~50㏄ 정도로 출혈을 줄일 수 있다고 형 교수는 설명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전 세계에 로롯수술 장비(다빈치 시스템)는 2010대가 설치돼 있다. 미국이 1479대로 가장 많고 유럽에 347대, 아시아에 108대가 도입됐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36대로 가장 앞서 있으며 일본 29대, 인도 14대, 중국 11대 등이다. 국내 병원별로는 연세의료원이 6대로 가장 많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 다빈치 시스템 가격은 2세대가 220만달러, 3세대(콘솔이 2개)는 290만달러다.

◆ "로봇수술 맹신은 금물" 지적도

하지만 로봇수술 남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개복수술보다 치료 효과가 좋다고 말할 수 없으며 특히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로봇수술 비용은 복강경 수술이나 개복 수술과 달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질환별로 700만~1500만원에 달한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환자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무조건 로봇수술이 좋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로봇수술은 의사가 환부를 직접 만져볼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고 수술시간이 짧지도 않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주최한 `한국 의료, 과연 적정한가`라는 심포지엄에서도 로봇수술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박규주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당시 심포지엄에서 "기존 수술법보다 6배나 비싼 로봇수술을 남용하는 것은 경제적 논리 왜곡"이라며 "이는 로봇수술 효과가 과대 포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장암은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이 기존 개복수술에 비해 치료 결과가 더 낫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일반인에게 표준화 수술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도 "여러 연구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로봇수술이 복강경이나 개복수술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봇수술 대장암 분야에서 최고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성한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는 "로봇수술비가 6배 이상이라고 하지만 이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존 수술도 중증 암환자는 전체 진료비 중 10~20%만 부담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환자가 100만원짜리 검사를 하고 10%인 10만원을 부담했다고 10만원짜리 검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임태환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신의료기술을 불필요하다며 무조건 억제하기보다 의료산업을 통한 국가 발전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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