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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한방상식

[스크랩] 한의사가 이야기 하는 `얼굴색과 건강`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9. 16.

 

편작이 제나라를 유람하다가 제나라의 수도 임치에 이르러 제환공을 알현하게 된다. 편작은 제환공을 보자 “병이 몸의 외부에 생겼는데 치료를 하지 않으면 깊어지게 됩니다.”고 하였다. 그러자 제환공은 “나는 병이 없다”고 하며 편작의 말을 무시했다.

 

닷새뒤, 제환공을 다시 알현한 편작은 “병이 혈맥까지 들어갔으니 치료를 해야 합니다.”고 아뢴다. 제환공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다시 닷새가 지나고 “병이 이제 깊이 들어갔으니 급히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고 하였으나 역시 제환공은 듣지 않았다.

 

편작이 물러나자 제환공은 “의사가 이익을 탐하여 없는 병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 공을 세우려는 구나”라고 비난하였다. 또 닷새가 지나 편작이 제환공을 알현하게 되었는데, 편작은 먼발치에서 제환공을 보고는 돌아서서 달아나 버렸다.

 

제환공이 사람을 보내 그 이유를 묻자, “병이 혈맥이나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때까지는 침과 약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 버려 제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닷새 뒤에 제환공은 병이 들어 편작을 찾았지만 편작은 이미 몸을 피해 진나라로 떠난 뒤였다. 제환공은 며칠 뒤에 죽었다.


우리는 흔히 ‘안색이 좋다, 나쁘다’는 표현을 합니다. 안색(顔色)은 말 그대로 얼굴색입니다. 즉, 의사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얼굴색을 보면서 상대의 건강 여부를 살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은연중에 살피고 있는 상대방의 안색은 얼굴의 색상, 밝고 어두움, 표정근의 긴장과 이완 등입니다. 그런 정보를 종합해서 상대방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를 추측하는 거지요. 의사가 관찰하는 안색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질병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색을 살피는 겁니다.


편작은 화타와 더불어 역사상 최고의 명의로 손꼽히는데, 약 2,500년 전 전국시대에 활동한 인물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환자의 안색을 살펴 질병의 유무, 경중을 알아낸 유명한 일화인데, 이러한 찰색(察色)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학적 진단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진단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이 네 가지의 진단방법을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고 합니다. 먼저 망진(望診)은 환자의 얼굴과 전신, 신체의 동작 등을 관망하면서, 얼굴과 피부의 색깔, 골격, 이목구비, 눈썹, 입술 등의 크고 작음, 단단하고 무름, 밝고 어두움, 윤택함과 건조함, 긴장, 이완 등등을 진찰합니다.

 

그리고 문진(聞診)은 환자 목소리의 높낮음, 기침소리, 호흡소리 등을 듣고, 대소변, 체액 등의 냄새를 맡는 겁니다. 또 문진(問診)은 병의 유래와 증상 등을 묻는 것인데, 숙련된 의사는 꼭 물어야 될 사항을 정확하게 물어볼 뿐만 아니라 환자의 하소연을 유도하여 질병이 생기게 된 마음의 궤적까지 진찰합니다. 마지막으로 절진(切診)은 손으로 환자의 몸을 직접 만져 진찰하는 것인데, 복진과 진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편작은 제환공의 질병을 망진 만을 통해서 진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열대어 중에 네온이라는 놈이 있습니다. 수족관 물속에서 물고기 네온사인이 헤엄치고 다니는 듯한 착각이 생길 정도로 형광색이 화려합니다. 네온은 살아있을 때는 붉고 푸른색을 뿜어내지만 죽어버리면 한순간에 형광색이 사라져 버려 초라한 회백색 사체로 바뀝니다. 「대학」이라는 경전에 ‘내면은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誠於中 形於外)’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내면에 가지고 있는 기운을 겉으로 뿜어내기 마련입니다. 얼굴색만 보고도 진단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든다면, 얼굴색을 망진할 때 ‘색조변화와 명도변화’를 기본적으로 먼저 살펴봅니다. 이때 색조변화는 ‘청적황백흑’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명도변화는 밝고 어두움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어혈이 있거나 통증이 심한 병, 몸이 차가워지는 병인 경우에는 푸른 색조를 띠게 됩니다. 열이 심한 경우에는 붉은 색조를, 황달이 생기거나 습한 병인 경우에는 누른 색조를, 몸이 허약해지거나 실혈(失血)이 있는 경우에는 하얀 색조를 띱니다.

 

또 허열(虛熱)이 있고 신수(腎水)가 부족하면 검은 색조를 띠게 됩니다. 이 다섯 가지 중 어떤 색조를 띠든지, 명도가 밝고 윤택하면 질환의 예후가 양호하고, 어둡고 윤기가 없으면 불량하다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자 환자분들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을 때는 화장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인디언 주술사는 하늘이 맑은데도 바람에 실려 오는 비의 냄새를 맡고 몇 시간 내에 비가 내릴 것을 예측한다고 합니다. 노련한 뱃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밤하늘의 별빛만 보고도 내일 닥칠 폭풍우를 대비한다고 합니다. 이는 자연의 기미(機微)를 감지하는 능력으로, 타고난 천재성에다가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얼굴색을 살피는 망진 역시, 얼굴에 드러난 기미를 통해 내부의 질병을 감지하는 겁니다. 오랜 시간의 학습과 임상에서 많은 숙련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망진만으로 질병을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겸손하고 사려 깊은 의사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지 않고 반드시 망문문절을 모두 구사합니다. 망문문절을 통해 두루 살펴,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서로 비교 분석한 후, 마침내 최종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이지요. 
 

전창선 튼튼마디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

국민연금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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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따스아리 (따스한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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