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이 생기면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에서 생활하고 있는 섬마을 주민들이다. 특히 고령자들이 많다 보면 아픈 몸을 이끌고 뱃길로만 3시간 거리인 병원을 가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병을 참아 더 큰 병을 얻기도 한다.
이러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섬마을 주민들을 위해 매주 힘찬 항해를 하는 배가 있다. 섬마을 주민들을 빠르게 이송시키기 위한 배? 아니다. 바로 직접 진료장비를 갖추고 섬마을 환자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이 배의 목적이다. 바로 병원선. 섬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병원선의 이야기를 ① 병원선의 진료모습, ② 병원선 직원들의 이야기, ③ 섬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병원선. 세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따스아리 운영자>
▲ 섬에 도착해 진료 준비를 하고 있는 병원선 '인천 531호' 모습
2만 명 남짓한 인구가 25개의 섬과 육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인천시 옹진군. 보건소를 지어도 주민들이 흩어져 살고 있어 고른 의료혜택을 제공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해서 옹진군청은 의료시설이 전혀 없는 12개의 섬을 중점적으로 돌며 섬마을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바다 위의 '종합병원' 병원선을 운영하고 있다. 옹진군청 병원선 ‘인천 531호’다.
병원선은 1980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섬마을 돌며 약을 처방하고 섬마을 주민들의 간단한 건강을 체크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1998년부터 배 안에 첨단 의료시설들을 갖춰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출항을 앞두고 병원선 식구들이 바빠졌다. 의료진들은 의약품과 의료기구들을 점검하고 선원들은 2박3일간 파도와 싸울 배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분주 했다. 아침 9시 드디어 배가 부두를 빠져나와 바다로 향했다.
▲ 병원선 '인천 531호'를 책임지고 있는 황정진 선장
병원선 '인천 531호'는 매주 화요일 아침이면 인천항 역무선 부두를 출발한다. 한번 출항하면 2박3일 동안 바다 위에서 먹고 자며 섬마을 주민들을 찾아다닌다. 한번 출항하면 30~50명 사이의 섬마을 주민들을 진료하고 돌아온다고 했다. 병원선에는 진료를 담당하는 3명의 의사와 2명의 간호사, 그리고 선장님을 포함한 8명의 선원 등 모두 13명이 타고 있다. 병원선 내부에는 치과, 내과, 한방의학과 진료를 위한 의료기기들과 X-ray등 총 3억 원 상당의 의료장비가 마련되어 있다.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나눠줄 80여 가지의 각종의약품도 실려 했다.
첫 섬에 도착하자 배가 도착하기도 전에 미리 연락을 받은 주민들이 선착장에 나와 병원선을 맞이했다. (병원선의 섬 진료 풍경 자세히 보기 http://blog.daum.net/mohwpr/12880491) "근처 병원이 없다보니 병원선이 온다고 하면 주민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희가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섬 어르신들이 태어나서 한 번도 섬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기에 병원선이 곧 주민들이 아는 병원의 전부라고 했다. 병원선을 정박한 의료진들은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묻고 또 육지의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환자들의 치료 및 말벗이 되어 드리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 진료를 준비하고 있는 병원선 식구들
하루 2~3군데의 섬을 돌며 진료를 마친 병원 직원들. 하지만 마지막 섬에서 쉽게 발을 때지 못했다. 바로 환자들 때문이다. "환자들을 다시 의료시설이 없는 섬으로 돌려보낼 때면 마음이 무거워져요. 주민들 대부분이 계절에 따라 바닷가에서 나는 굴, 조개 등을 캐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분들이라서 병원선이 와도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죠." 그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돌아가는 환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에는 바다 위에서 병원선을 정박한 후 휴식을 갖는다. 이때가 병원선 식구들도 쉬는 시간이다. 진료를 위해 병원선의 내부를 개조했기 때문에 병원선에서 생활해야하는 것은 매우 불편 해 보였다. 바다 위에서 생활하니 먹는 것, 씻는 것 모두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선 식구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바다 위다 보니 불편함을 감수 해야죠. 샤워시설이 한곳이다 보니 붐비는 시간을 피해 씻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들은 뱃멀미쯤은 불편함에 속하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적응 해 괜찮다고 입을 모았다.
▲ 한방 진료실에서 쉬고 있는 모습
식사는 마루처럼 만들어진 한방진료실에서 해결한다. 병원선 식구들의 유일한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의료실 한편의 가파른 계단을 다라 내려가니 병원선 식구들이 생활하는 선실이 나왔다. 좁은 방에 이부자리만 겨우 펼 수 있는 선실은 수면 아래에 위치하다 보니 한여름에도 서늘했다. 사정이 이러니 의료진이나 선원 중엔 비염이나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환자를 찾아다니는 병원선인데 감기가 걸렸네요." 병원선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으로 인해 섬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어느 누구 하나 불평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병원선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황정진 선장은 1985년부터 병원선을 타기 시작해 벌써 26년째 병원선을 타고 있는 베테랑이다. 첫 출항 때 농약 먹은 여성을 육지로 후송하기 위해 태풍주의보를 뚫고 섬으로 달려갔다는 그는 지금까지 병원선을 타면서 작년 연평도 포격사건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병원선 식구들이 잠을 자는 공간인 선실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우리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지요. 군청과 해군에 연락을 취하고 의약품을 확보해 연평도로 향했어요. 어선들은 인천으로 빠져나가는데 연평도로 향하는 배는 우리뿐이었어요. 기분이 묘했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꺼라 생각하니 뱃머리를 돌릴 수 없었죠." 황 선장의 예감은 적중했다.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 보건진료소가 파괴되어 있었고 미쳐 육지로 대비하지 못한 주민들은 대피소에 모여 있었다. 더구나 현지에서 활동 중이던 해양경찰이 팔이 빠지는 사고까지 생겨 의료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바다는 날씨가 절반”이라는 황정진 선장은 변화무쌍한 바다 날씨 때문에 예정된 진료를 할 수 없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태풍처럼 날씨가 좋지 않거나 겨울철에 파도가 높아져 배가 뜨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병원선을 기다리고 있을 환자들의 얼굴이 떠올라요." 26년을 함께 얼굴을 봐온 섬마을 주민들이기에 황정진 선장에게 섬 주민들은 가족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 병원선 식구들의 식사 모습
마지막으로 황정진 선장은 연평도 포격사건이후 만들어진 ‘서해 5도 지원특별법’에 따라 병원선을 200톤급 배로 바꿀 것을 건의했다고 했다. "배에 좀 더 나은 의료장비를 실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평도사건처럼 급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해서 배가 좀 더 커질 필요가 있어 건의했어요." 그는 좀 더 큰 배로 자주 섬마을 환자를 찾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좁은 배에서 생활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환자를 찾아가는 병원선 '인천 531호'의 식구들. 오랫동안 바다를 누비며 바다위의 의료 파수꾼으로 남아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건복지부 대학생기자 조형근
well-99@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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