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서서히 자라기 때문에 10~20년 뒤에도 재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 등 초기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재발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 조보연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장이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병원 다정관 진료실에서 한 환자에게 갑상선 모형을 보여주며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조보연(63)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난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갑상선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완치 가능한' 암이지만 재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갑상선암은 워낙 조기 발견이 많기 때문에 생존 문제보다는 재발을 막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 교수는 "갑상선암을 순한 암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치료를 잘해야 하고 특히 치료를 잘하는 병원과 전문의를 고르는 게 재발 여부에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서울대병원에서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장으로 영입된 조 교수는 197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지난 40년간 갑상선 '한 우물'만 팠다. 자연스럽게 '갑상선 명의(名醫)'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서울대병원에서는 구름처럼 밀려오는 환자들 때문에 하루에 무려 200명을 진료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환자에게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며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조 교수가 운영하는 갑상선센터는 그래서 환자에게 충분한 진료부터 수술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와 13명의 갑상선 관련 전문의가 참여하는 협진 시스템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부처님처럼 인자한 미소를 띠던 조 교수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 주말이면 사찰을 돌아다니며 불상 사진을 찍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다. 조 교수는 "사진을 찍을 때는 피사체와 나만 있게 돼 시간이 멈추면서 무념 상태가 된다"며 도인 같은 말을 했다. 실제로 젊은 시절부터 그의 별명은 '도사(道士)'다. 어떤 경우에도 흥분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모습 때문에 그런 별명이 생겼다. 그는 골프를 치지 않고 술은 거의 마시지 않으며, 출퇴근 시에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갑상선은 어떤 부위이고, 신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갑상선은 목 앞에 볼록 튀어나온 갑상선 연골 밑에 나비 모양으로 두 개가 붙어 있다. 위아래 길이가 3~5㎝, 너비 2㎝, 두께 1.5~2㎝다. 정상인은 갑상선이 만져지지 않지만 붓거나 혹이 생기면 만져질 수 있다. 갑상선은 또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내분비 기관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태생기에는 뇌와 골격의 분화 및 성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성인기에는 우리 몸의 모든 대사를 조절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이다."
―갑상선암 환자가 2008년 기준 여성 암 1위,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병이 많이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진단 기술이 좋아지고, 건강검진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많이 발견되는 것이다. 갑상선 초음파를 찍으면 전체 인구의 30~40%가 혹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혹이 있으면 다들 궁금해서 세포검사 하기를 원한다. 검사하면 혹 중에 5%가, 즉 100명 중 5명 정도가 암으로 나온다. 작은 혹까지 다 초음파 검사를 하니까 많이 찾아지는 것이다."
―갑상선 관련 질병은 뭐가 있나.
"기능적인 변화로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저하증이 있다. 항진증은 호르몬이 과다해서 생기는 것이고, 저하증은 호르몬이 모자라는 것이다. 갑상선에 혹이 생기는 것은 갑상선 결절 또는 종양이라고 한다. 양성 결절과 악성 결절이 있는데 악성이 암이다. 호르몬 검사를 많이 하니까 조기에 이상 증세가 발견돼 전체적으로 갑상선 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갑상선암은 생존율이 가장 높은데 그 이유는.
"갑상선암은 5년 생존율을 카운트하지 않는다. 10년 생존율 또는 20년 생존율을 따진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아주 진행된 경우를 빼고는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이다. 10년 생존율도 99%이고 20~30년 동안에도 사망률이 5%를 넘지 않는다. 이처럼 예후(결과)가 좋은 이유는 진행 속도가 느리고 적절한 치료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암에는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미분화암) 등 4종류가 있다. 예후가 제일 좋은 게 유두암, 여포암인데 다행히 우리나라는 95% 정도가 유두암이다. 유두암은 성장 속도가 아주 느리다. 수술 뒤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법이 있어서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치료 성적이 좋다. 하지만 갑상선암도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다. 생존율 100%는 없다."
―갑상선암은 재발할 경우 치료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보통 암은 5년 이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로 본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성장 속도가 느려 5년, 10년, 15년 뒤에도 재발할 수 있다. 서서히 자라 1~2㎝로 커지는데 10~20년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하게 수술하고 치료하면 평생 사는 동안 재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대신 평생 내분비 전문의에게 관리를 잘 받아야 한다. 수술과 재발 예방을 위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초기치료라고 하는데 이를 적절하게 했느냐가 재발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방사성 요오드 치료로 효과가 없으면, 새로 개발된 신약들이 연구 중에 있다. 치료 효과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손도 못 댔던 환자들을 신약으로 임상시험 하는 단계에 있다. 조기 발견으로 2000년대 들어와 재발률도 1980~1990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갑상선암은 수술하면 어느 정도 성대 손상을 입게 된다. 그래서 성대를 전공하는 이비인후과 교수가 센터 내 음성클리닉에서 치료한다."
―갑상선암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갑상선암은 완치가 가능한 암이다. 발견이 늦어 림프절 전이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수술 받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 처음 수술을 얼마나 잘 받았느냐, 수술 후 요오드 치료를 적절하게 받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초기 치료 후 규칙적으로 관리를 잘 받으면 평생 동안 사망할 일이 없고, 재발 위험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실망하고 포기하지 말고 초기치료를 잘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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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암과 싸우는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 TA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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