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저격수' 중입자가속기…X선의 3배 살상능력
탄소 등 광속으로 가속후 빔 쏴
치료기간 짧고 환자 생존율 높아
부산 동남권 원자력의학원
2016 년까지 치료센터 개원
최근 간암 3기라는 진단을 받은 김씨.간 전반으로 암이 퍼진데다 림프절에도 전이돼 대부분의 병원은 수술을 포기했고 색전술만을 권했다. 대형 병원은 수술을 강행한다 해도 2~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소견을 내놨다. 증세가 점점 심해지던 김씨는 수소문 끝에 마지막 수단으로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찾아갔다. 중입자가속 빔 치료와 식이요법을 병행한 김씨는 5년 후 거짓말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이르면 2016년부터 난치성 암으로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이 김씨처럼 '기적'을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근 개원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올해부터 2016년 3월까지 총 1950억원을 들여 부산 기장군 동남권의학원 인근 부지 8만8360㎡에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를 짓는다고 밝혔다. 중입자가속기는 폐암 등 주요 암이 심각하게 진행돼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항암치료가 어려운 환자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첨단 의료기기다. 중입자가속기는 현재 운영 중인 국 립암센터의 양성자치료기보다도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
◆정상세포 손상 없이 암세포만 정밀 치료
가 속기란 전하를 띠고 있는 입자(전자 양성자 중이온 등)를 전자기장을 이용해 가속한 뒤 표적입자에 충돌시킨 후 일어나는 반응을 연구하는 장치다. 의료용가속기에서 표적입자는 암세포가 된다. 부산에 들어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나 헬륨 등 무거운 원소를 빛의 속도로 가속하고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 빔을 암세포에 쬐어 치료한다.
중입자가속기에서 나오는 빔은 몸속 깊이 20~25㎝(브래그 피크:Bragg Peak)까지 주변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들어가 '방사선 폭탄'을 터뜨린다. 기존 X선은 살갗에 만약 '10'의 양만큼 쬐었다고 하면 암세포까지 투과 과정에서 힘이 약해져 2~3 정도만 도달하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정해진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양을 쬐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를 손상시키고 2~3개월 동안 30~40회 반복되는 치료로 환자에게 상당한 고역이다.
하지만 중입자가속기 치료기간은 1~2주,횟수도 3~4회면 된다. 또 중입자가속 빔의 암세포 살상 능력은 X선이나 양성자 빔보다 평균 3배나 높다. 현재 중입자가속기를 유일하게 사용 중인 일본 독일 등에 따르면 2~3기 간암은 기존 치료 시 5년 생존율이 23% 정도지만 중입자 치료는 100%에 달했다. 2~3기 골육종암은 33%에서 80%,폐암은 15%에서 40%,자궁경부암은 28%에서 46%,두경부암은 25%에서 43%까지 올라갔다.
◆ 연말까지 가속기 종류 결정
현재 의료용중입자가속기는 '싱크로트론'과 '사이클로트론'방식으로 나뉜다. 싱크로트론은 일본 독일이 사용하고 있다. 탄소 등 중입자를 원 형태로 돌리면서 점점 자기장 에너지를 높게 얻을 수 있도록 가속화시키는 방식이다. 고차원적 기술이 필요하며 독일 지멘스,일본 미쓰비시 등에서 생산한다. 대당 가격은 1250억원가량이다.
또 충분한 임상 경험이 확보돼 있어 안정성이 높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싱크로트론 가속기를 건설 중이다.
반면 사이클로트론은 전기장을 이용해 중입자를 나선 형태로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자기장 에너지는 불변한다. 싱크로트론과 달리 소형화가 가능한 반면 임상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어 안정성에서 다소 떨어진다. 대당 가격은 1100억원 내외다. 사이클로트론의 또 다른 장점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기술이라는 점.국내 원자력 연구진은 사이클로트론 방식으로 50메가전자볼트(MeV)이하 방사선동위원소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의료용중입자가속기사업단 운영위원회는 22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첫 회의를 열고 두 방식에 대해 논의한다.
부산=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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