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자주 하면 안심? 암 검진법을 ‘검진’한다 | |
간암은 고위험군만…대장암은 대변검사로 불필요한 검사 자제하고 적정 시기 지켜야 | |
전체 사망자 4명 가운데 1명가량이 암으로 숨질 정도로 암 사망자가 많아지면서 암 조기 발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병원마다 암 검진을 상품으로 내놓고 있고 검진 항목과 비용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대학병원에서 상품으로 내놓은 수백만원짜리 암 검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반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국가암검진사업은 부실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암 조기 발견을 위한 검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은 아닐까? 최근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는 ‘주요 암 검진 권고안의 근거 및 발전 방향’이라는 심포지엄을 마련해 위암, 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갑상샘암, 전립샘암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암 검진 방법을 비판적으로 돌아봤다.
■ 위암 위암은 전세계적으로 암 사망 원인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폐암 21.4%, 간암 16.6%에 이어 16.4%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발생 비율로 보면 전체 남성 암의 21.9%정도로 1위, 여성 암의 13.5%로 3위다. 현재 위암에 대한 조기 검진법은 위장조영술과 위장내시경 검사가 있다. 박현아 인제대 의대 교수는 “국내외 연구 논문들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증상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위암 조기 검진을 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나온다”며 “40살 이상의 남성과 50살 이상의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위장내시경 검사나 위장조영술 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현재 국가암조기검진사업에서는 남녀 모두 40살 이상부터 2년에 한 번씩 같은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 간암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주된 원인은 비(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다. 이 간염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간암에 걸릴 가능성이 14.4배 커진다. 다른 암에 비해 고위험군이 다소 명확한 편이다. 김영식 울산의대 교수는 “증상이 없는 일반인은 간암 조기검진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고위험군인 비형 또는 시(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남성은 40살, 여성은 50살 이상부터 6~12달마다 알파태아단백 및 간초음파 검사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 좋아진 사람도 간암 조기 검사는 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간암 고위험군은 대부분 병의원에서 정기적인 추적검사 및 치료를 받고 있다”며 “연속적인 검진 및 치료를 위해 간암 조기 검진은 국가암조기검진에서 제외하고 대신 일상 진료에서 추적하도록 하되 간초음파 검사를 보험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대장암 최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암 가운데 하나다. 1999~2005년에 남성의 경우 해마다 7.3%씩, 여성은 5.5%씩 증가했다. 육식 비중이 높은 서구식 식사 습관이 급속하게 퍼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련 학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3~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하고 있으나, 논란이 많다.
■ 자궁경부암 최근 점차 줄고 있다. 또 자궁경부암의 5년 생존율도 2001~2005년 81%로 1993~1995년 76%보다 높아졌다. 생존율 향상에는 자궁경부암의 조기 검진이 큰 구실을 했다는 평가다. 국가암검진에서 자궁경부암에 대해서는 30살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세포진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임상건강증진학회는 “다른 나라의 검진안 등과 관련된 논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자궁경부암세포진 검사가 조기 검진법으로 적당하다”며 “대신 첫 성관계를 하고 3년이 지난 뒤나 30살부터 3년에 한 번씩 받는 것이 더 적절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 유방암 2000년대 들어 여성 암 가운데 가장 많은 암이다. 다행히 5년 생존율은 매우 높아 2001~2005년 기준 87.3%에 이른다. 현재 국가암검진에서는 30살 이상에서는 매달 유방자가검진을, 40살 이상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유방촬영술과 유방임상진찰을 권장하고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전문의는 “주요 국가에 견줘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의 발생률은 낮고 60살 이후 급격히 줄어들기는 하나 여전히 사망률이 높다”며 “40~59살은 2년마다, 60살 이상에서는 3년마다 임상적 유방 진찰과 함께 유방촬영술을 받거나 혹은 유방촬영술만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머니나 자매의 유방암 병력, 30살 이후 첫아이 출산, 비정형 과증식이 있는 경우 등 유방암 발생의 고위험군은 40살 이후 1년마다 유방촬영술을 받거나 임상적 유방 진찰을 함께 받을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 갑상샘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갑상샘암 발생이 많이 늘었다기보다는 초음파 검사 등 검진 기술의 발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초음파 검사 등 조기검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재 갑상샘암은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조정진 한림대 의대 교수는 “갑상샘암의 경우 의사의 촉진 등으로 조기 발견해도 생존율을 크게 높인다는 조사 결과는 없다”며 “초음파 검사나 의사의 촉진 등이 모두 검사 정확도가 떨어지고 이후 불필요한 조직 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기 검진의 필요성은 적다”고 말했다. 한편 전립샘암에 대해선 최근 관련 학회에서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를 조기검진안에 넣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정규 부산대 의대 교수는 “아직까지는 전립샘특이항원이 암 조기 검진 방법으로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 위한 객관적 검진안 만들어야”
‘근거 중심’ 주장한 김영식 학회장
“최근 해당 암과 관련된 학회에서 검진 주기를 짧게 하거나 고가의 검사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검진안을 내놓고 있는데, 자칫 상업적인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의학적 근거를 갖춘 검진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영식(사진·울산대 의대 교수)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장은 최근 열린 학회 학술대회에서 암에 대한 근거 중심의 건강검진안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관련 학회에서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자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전립샘암 조기 발견을 위해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를 국가 암 검진 항목에 넣자는 관련 학회에 주장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김 회장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관련 학회보다는 검진 전문가들이 모인 위원회가 검진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건강증진학회가 이번에 내놓은 권고안은 약 50명의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대한가정의학회 평생건강관리위원회’에서 만든 것이다. 김 회장은 “국내외에서 암 검진에 대해 다룬 연구 결과와 미국 등 외국의 권고안을 분석해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하고 근거 중심의 검진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국민이 건강검진은 무조건 비싸고 많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김 회장의 문제 제기는 이어졌다. 국가 암 검진 이외에 보통 큰 병원에서 상품으로 파는 건강검진에는 아직 필요성이 검증되지 않은 값비싼 검사 항목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면 시티(컴퓨터단층촬영·CT)검사는 방사선 노출량이 매우 높아 자주 받다 보면 피해를 볼 수 있고, 대장 내시경 검사 같은 경우에도 대장에 상처를 입거나 구멍이 나는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검사로 값비싼 검사 비용을 내야 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현실에 맞는 올바른 검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자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회장은 “나라마다 빈발하는 암의 종류와 생기는 나이도 다른 만큼,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적합한 검진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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