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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수술

[스크랩]로봇이 어떻게 암을 고치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8. 16.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로봇수술이 인기다. 2005년 7월 국내에 처음 선보인 후 대학병원들이 앞다투어 도입하며 현재 14개 병원에서 18대의 수술로봇 '다빈치'를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한 곳에서만 지난해 1000례를 돌파했을 정도로 환자에 적용되는 속도도 빠르다. 수술 후 합병증이나 부작용 위험은 물론 통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다고 한다.

키 2m에 몸무게 544kg, 4개의 팔을 가진 로봇이 대체 어떻게 수술해 암을 고치는 것일까?

미국 인튜이티브사에서 개발한 수술로봇 '다빈치'는 크게 로봇 본체인 '서지컬 카트'와 의사가 로봇을 조종하는 '서전 콘솔'로 구성된다.



↑사진1. 수술로봇의 본체인 '서지컬카트'. 4개의 로봇팔이 의사의 조종을 받아 환자를 수술한다.
'서지컬 카트'(사진1)는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4개의 로봇팔을 이용해 직접 수술하는 장비다. 로봇팔에는 내시경수술용 카메라와 로봇전용 수술도구들이 장착돼 있어 환자의 특정 부위에 미리 뚫어놓은 구멍에 삽입하면 환자 몸 속에 들어가 수술을 진행한다.



윤동섭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팔에 부착된 카메라와 수술도구가 배를 가르지 않고도 수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전 콘솔'(사진2)은 의사와 로봇을 이어주는 장비다. 의사가 앉아 이마와 눈을 가까이 대고 안을 들여다보면 수술 부위가 3차원 영상으로 보인다. 앉았을 때 배가 닿는 위치에는 오락기처럼 손가락을 끼고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어 의사가 손가락을 움직이면 몸 속 로봇팔에 장착된 수술도구들이 의사의 손짓대로 움직이며 환자를 수술한다.


↑사진2. 의사와 로봇본체인 '서지컬카트'를 이어주는 조종장치 '서전콘솔'. 의사가 환자의 몸속을 들여다보며 로봇팔을 조종할 수 있게 돼있다.
윤 교수는 "이때 의사가 보는 3차원 영상은 15배까지 확대가 가능하다"며 "로봇팔의 경우 미세한 떨림도 없이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5~8mm 정도의 작은 구멍만 뚫어놓으면 들어갈 수 있어 환자의 출혈과 통증을 줄이는 것은 물론 회복기간도 단축시킨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은 복강경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술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신경과 혈관에 손상을 입을 경우 심한 부작용과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전립선암과 직장암, 식도암, 방광암 수술에 많이 쓰인다. 최근에는 임상사례가 늘어나며 대장암이나 갑상선암, 췌장암, 식도암, 관상동맥우회술 등 심장수술, 폐암,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등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로봇수술이 가장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질환은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은 신경과 혈관이 조직세포에 가깝게 붙어있어 수술 중 암 조직을 떼어내다 건드릴 경우 수술 후 발기부전이나 요실금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의 경우 신경손상 없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선호된다.

외과분야에서는 대장암과 직장암 수술에 많이 쓰인다. 수술할 때 주변 자율신경계에 손상을 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하복신경이나 골반내장신경 등 배뇨기능과 성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대장의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방광의 감각이 떨어져 대소변을 자주 보거나 성욕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술 장면. 로봇팔이 환자의 몸 속에 들어가 움직이고 있다.
갑상선암 환자에게도 유리하다. 갑상선암 수술은 주위에 있는 두개의 성대신경과 부갑상선의 손상을 특히 주의해야 할 뿐 아니라 일반수술로 치료할 경우 목 앞 피부를 절개해야해 흉터나 남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로봇수술로 치료할 경우 겨드랑이 부위에 구멍을 내 시행하기 때문에 성대신경과 부갑상선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눈에 띄는 흉터가 남지 않아 미용적으로도 좋다.

림프절이나 주변 장기로 전이된 2기나 3기 진행암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수술을 받은 전립선암과 직장암 환자 중 90% 이상이 2기 이상의 진행성 암 환자였다.

문제는 700만~1500만원에 이르는 비용. 건강보험에 적용받지 못해 일반 수술에 비해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3배 가량 비싸다. 수술용로봇 '다빈치'의 가격은 대당 약 25억원. 개당 300만~400만원 선인 로봇팔을 10회 사용할 때마다 교체해야 해 보급률이 높아져도 가격이 큰폭으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기계 자체도 더 발전해야 한다. 넓은 부위를 수술할 경우 로봇 팔의 순간적인 민첩성과 기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육중한 로봇팔은 특정 부위 안에서는 정교하게 움직이지만 여러부위를 오가야할 경우 민첩하게 움직이기 힘들다"며 "기술적인 보강과 함께 여러질환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계속된다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이상적인 수술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