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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절염, 오십견

오십견은 아무나 오나?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4. 7.

오십견은 아무나 오나?



[한겨레] [건강2.0] 중년의 어깨 통증 감별법

57살 최씨, 옆으로 팔 올릴 때만 통증 ‘회전근개 손상’

58살 조씨, 모든 방향으로 어깨 회전 불편함 ‘오십견’


지난해 여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렸던 조남용(58·여)씨와 1년 전부터 왼쪽 어깨 치료를 받다가 2달 전부터 오른쪽 어깨에도 통증이 생긴 최경애(57·여)씨가 한 병원을 찾았다.

두 사람 모두 주변 사람들 이야기에 따라 ‘오십견’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사의 진찰 및 검사 결과에서 조씨는 오십견, 최씨는 회전근개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들을 진찰한 김성민(정형외과 전문의) 힘찬병원 부원장은 “중년층에서 어깨가 아프면 흔히들 오십견을 떠올리나 사실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5% 이내이고 대부분은 회전근개 손상이나 근막통증증후군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진찰 과정을 바탕으로 어깨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의 구별법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해 여름부터 어깨 통증이 있었지만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거나 파스 등을 붙이면서 버텼던 조씨는 팔을 제대로 들 수 없게 되는 등 어깨가 잘 움직이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게 됐다. 지난겨울까지는 어깨 통증이 계속 심해졌는데, 이제는 오히려 통증은 줄고 어깨 관절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됐다. 조씨는 “통증은 그런대로 참을 만한데, 집안일을 할 때 팔을 들어올리지 않는 일은 할 수 있지만 어깨 높이로도 팔을 들 수가 없고 꼭 어깨가 굳은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이 조씨의 팔을 잡고 어깨 운동 범위에 얼마나 제한이 있는지를 측정해 보니, 팔을 위로 올리거나 옆으로 들어올리거나 안팎으로 회전시키는 등 거의 모든 방향에서 어느 정도 움직여지다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거나 회전되지 않는 제한이 있었다. 김 부원장은 “보통의 오십견은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나 체조만 해도 대부분 좋아진다”며 “때에 따라서는 여섯달가량 물리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드물지만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낭이 아예 굳어 있으면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오십견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 오십견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는 오른쪽 어깨가 두달 전부터 아프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벌써 1년 전부터 왼쪽 어깨도 아팠지만 그냥 참다가 여섯달 전부터 근처 의원에서 오십견이라고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아 왔다. 최씨의 경우에는 왼쪽 어깨는 팔을 들어올리는 등 어느 쪽으로 팔을 움직여도 예전처럼 움직여지지 않았고, 오른쪽 어깨는 옆으로 팔을 올리거나 안쪽으로 회전시킬 때만 어느 정도 움직이면 심한 통증이 생겨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최씨는 “파스나 약도 효과가 없고 주무르거나 온찜질을 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며 “한 10년가량 식당 일을 했는데 이 때문에 통증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찰을 통해 최씨의 양쪽 어깨의 운동 범위를 측정한 김 부원장은 “양쪽 어깨에 모두 회전근개 손상이 왔다”며 “다만 왼쪽 어깨에 심한 회전근개 손상이 나타난 뒤 이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아 어깨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관절낭까지 굳어서 오십견 증상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회전근개 손상을 오래 방치하면서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않으면 어깨 근육 및 관절이 굳으면서 오십견 증상까지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그는 “회전근개 손상의 경우 회전근이 팔을 옆으로 들어올리거나 안쪽으로 돌리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런 방향의 움직임 외에 다른 방향의 운동은 별다른 제한이 없다”며 “환자 사례처럼 어깨 근육에 무리를 주는 일이나 수영, 배드민턴, 골프 등 어깨를 많이 쓰는 운동으로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전근개 손상은 신체검진과 엠아르아이(MRI) 검사로 회전근이 파열된 모습을 확인하면 진단이 되는데, 초기에는 약물과 물리치료로도 수개월 안에 좋아진다. 하지만 이를 방치해 완전 파열되면 수술을 통해 봉합해야 한다. 때문에 다른 방향은 괜찮은데, 팔을 옆으로 들어올리거나 안으로 회전시킬 때 통증이 심하다면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회전근개 손상이나 오십견을 비롯해 근막통증 증후군 등 어깨 통증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질환은 어깨 근육을 잘 풀어주는 스트레칭이나 체조로 예방할 수 있다. 김 부원장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 20~30분가량의 스트레칭 등을 꼭 챙기도록 하고, 혹 가능하다면 목욕탕 등 따뜻한 물속에 어깨를 충분히 담근 뒤 스트레칭을 해 주면 통증 해결 및 예방에 더 좋다”고 말했다.

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병원 찾는 이들 95%는 다른 질환사무직엔 ‘근막통증 증후군’ 잦아

어깨 및 그 주변에 통증이 생기게 하는 질환에는 회전근개 손상, 어깨 관절 탈구, 관절염, 오십견 등 어깨 관절 질환과 근막통증 증후군이 있다.

어깨 관절의 탈구는 대부분 넘어지거나 어깨에 심한 충격을 받은 뒤에 관절에 통증이 나타나므로 다른 질환과는 쉽게 구별이 될 수 있다. 다른 관절에 견줘 상대적으로 탈구가 잘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주로 젊은이들이 운동을 하다 다쳐서 생길 때가 많다.


어깨의 관절염은 염증으로 어깨가 붓거나 열이 날 수 있다. 대신 특정 방향으로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은 거의 없고 통증이 주요 증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별이 가능하다. 평소에 팔을 사용하는 일을 많이 하는 직업에 종사하거나 운동을 한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어깨 관절의 운동 제한이 주요 특징인 회전근개 손상과 오십견은 운동 제한의 범위에 따라 구별할 수 있다. 회전근개 손상은 주로 팔을 옆으로 들어올릴 때나 안으로 회전시킬 때만 관절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고, 오십견은 거의 모든 방향에서 운동 제한이 일어난다.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 등 주로 사무직 종사자에게 흔한 것은 근막통증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이 있으면 ‘특별히 심한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깨가 결리고 뻐근하다’ ‘뒷목이 땅긴다’ ‘어깨 부위의 근육을 만져보면 뭔가 뭉쳐 있는 느낌이다’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특히 어깨 안쪽 근육이 과도한 긴장을 하면서 생길 때가 많다. 이를 예방하려면 작업 도중 적절한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팔을 들어 몸을 뒤로 젖히는 등 스트레칭을 하면 통증 해소 및 예방에 더 좋다. 또 어깨 근육을 마사지하거나 통증이 생기는 지점을 찾아 손가락으로 강하게 누르는 것으로도 통증이 해소될 수 있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진통소염제, 근육이완제 등과 같은 약을 쓰기도 하며, 매우 심할 때에는 통증유발점에 마취제 등을 주사하는 방법이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도움말: 최경효(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김성민(힘찬병원 부원장) 노규철(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