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도 표적치료가 가능해졌다.
한국로슈는 기존에 유방암 치료제로 쓰여온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이 전이성 위암환자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위암치료에 표적치료제가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허셉틴은 'HER2' 유전자가 과발현된 전이성 위암환자의 1차 치료요법으로 허가받았다. 'HER2'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정상인의 세포에 한 쌍씩 존재하지만 일부 암환자의 경우 유전자가 과발현돼 여러 쌍 존재한다.
이럴 경우 암 환자의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결과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허셉틴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전이성 위암환자의 약 16.6%로 추정된다.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허셉틴과 화학요법을 병용해 사용하면 화학요법만 사용하는 것에 비해 사망 위험률이 약 26% 낮아졌다. 특히 HER2 유전자가 과발현된 환자에서는 사망위험률이 35% 낮아졌으며, 생존기간도 평균 1년 미만에서 16개월까지 연장됐다. 전이성 위암에 쓰이는 항암요법 가운데 평균 생존기간이 1년을 넘은 치료제는 허셉틴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임상시험을 총괄 지휘한 방영주 서울대병원 교수(혈액종양 내과)는 "허셉틴은 그간 유방암 1차 치료제로 사용되며 환자의 생존 기간을 30 개월 이상 연장시킨 획기적인 약물로 손꼽혀 왔다"며 "위암치료에도 허가된 만큼 국내 위암 환자들의 생명 연장 및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모든 위암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환자만을 선별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매우 경제적인 약물"이라며 "환자들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이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허셉틴은 미국에서 1998년, 유럽에서 2000년에 'HER 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 승인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사용돼 왔다. 위암 치료제로는 지난 1월 유럽에서 처음 승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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