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팠던 경험 나누며 든든한 ‘투병 동반자’로
사랑·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 유방암 환자 돕는 비너스회 |
현대인의 대표적인 난치병 중의 하나인 암(癌). 암에 걸렸던 사람이라면 대개 수술과 항암치료 등 힘든 투병 과정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겠지만 자신의 경험을 다른 환자를 위해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울대병원 유방암 환우회인 ‘비너스회’ 회원들. 이들 대부분은 암 투병 경험자이거나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지만 ‘내가 힘들었던 것만큼 남도 힘들다’는 생각으로 다른 유방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 다세대주택.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 ‘비너스 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비너스회 회원들이 일반 가정집을 통째로 빌려 유방암 수술 또는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머물 수 있도록 마련한 쉼터다. 쉼터는 주로 지방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통원치료를 하러 올라온 유방암 환자들이 이용한다. 굳이 입원할 필요가 없는 방사선 치료 과정의 환자들이 주로 머문다. 비용은 하루 1만원에 불과하다. 환자들은 내 집과 같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식사를 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돌아가며 당직을 서는 비너스회 회원들은 먼저 치료를 받았던 입장에서 환자들을 위로하고 상담도 해 주고 있다. 이날은 쉼터 월요일 당번인 김명순 영등포팀장을 비롯, 유경희(54) 총무와 이경희(52) 회원 등이 쉼터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과거에 유방암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 유방암에 대해 의사 뺨칠 정도로 박식하고 투병생활도 환히 꿰뚫고 있다. 김 팀장과 유 총무 등이 한자리에 모이자 당연하다는 듯 유방암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유방암은 유전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식생활과 연령이 원인일 수 있고, 심지어 남자도 걸릴 수 있다.” 유 총무가 말을 꺼내자마자 생활 속에서 체득한 유방암 관련 지식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때마침 이준희 비너스회 회장이 쉼터에 도착했다. 그는 회원들에게 눈인사도 건네지 않고 바로 환자들이 쉬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아이고, 오셨네. 혈색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 보이세요.” 그는 환자들에게 일일이 건강상태를 물어보고 항암치료에 대해 설명했다. 20여분 동안의 대화가 끝나고 그제서야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 회장은 “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환자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면서 위로하는 것”이라며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불안감과 긴장감을 다른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달래지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 환자가 적외선 좌식기로 몸을 추스를 시간이 됐다. 회원들은 좌식기 주변에 모여서 암 투병생활과 치유경험을 들려준다. 그는 “나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치유 사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나도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듯 표정이 밝아졌다. 충북 청주시에서 왔다는 올해 48세의 또 다른 환자는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너무 놀라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그러나 수술을 받고 나서 비너스회를 알게 되고 쉼터 생활을 하며 이곳 분들과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비너스회는 쉼터 말고도 많은 문화 행사도 함께하고 있는데 아직 몸 상태가 따라주지 못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비너스회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너스회는 지난 2000년 2월 당시 서울대병원에 근무 중이던 일부 교수와 유방암 수술 환자 등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현재 서울 강남과 용산, 종로 등 주요 지역을 비롯해 부산,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24개 팀이 활동 중이다. 회원 수만 100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 사이에 유방암 환자가 늘면서 ‘2030팀(20∼30대 여성 담당)’도 꾸려졌다. 유방암은 한국에서 발생빈도가 상당히 높은 암 중의 하나다. 하지만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제거한다는 특성 때문에 환자들 상당수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회원 활동에 나서기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비너스회는 이 같은 환자들의 고통과 문제를 해결하고, 투병 과정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비너스회에는 산악팀, 요가팀, 편집팀, 웃음치료팀 등도 있다. 각 팀은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열고 회원들 간의 친목을 다지고 있다. 또 함께 난타 공연을 연습해 비너스회의 각종 행사가 있을 때면 공연을 하기도 한다. 비너스회의 또 한 가지 자랑거리는 노동영(암센터장) 서울대병원 교수다. 회원들은 노 교수를 “우리들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부른다. 노 교수는 비너스회 창립총회 때부터 환자들과 함께했다. 지금도 많게는 하루 수십 건의 문의가 올라오는 비너스회 인터넷 홈페이지의 ‘유방암 상담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비너스회가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최대 비결은 ‘편안함’이다. 그리고 암을 이긴 선배 환자들을 보고 느끼면서 갖는 동료의식과 완치에 대한 ‘소망’이다. 암세포는 환자의 외로움, 좌절과 포기를 먹고 자란다. 이 회장은 “환자들이 암 투병을 하면서 겪게 되는 큰 고통 중 하나가 생활이 위축되는 것”이라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편안한 대화를 나누면서 활력 있게 사는 것이 투병생활에 커다란 도움과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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