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어디서 할까? 서울시내 암센터 4곳 비교체험
암 클리닉
몸과 마음을 합세해야 암을 극복할 수 있듯이 병원도 암 수술뿐만 아니라 환자의 정신 안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명의’로 꼽히는 의료진이 있고 가족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환자를 맞이하는 암클리닉 및 암센터를 추천한다.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유방암클리닉
‘환자를 내 가족처럼’ 맞이하는 클리닉 서울아산병원은 유방절제와 동시에 시행하는 ‘유방복원수술’을 연간 500건 이상 시행하고, 1995년에는 수술 후 피부상처를 거의 남기지 않게 하거나 최소화하는 ‘피부보존 유방절제술’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여성성의 상징이라는 특성 탓에 유방암 수술을 꺼려하거나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클리닉은 환자의 걱정을 잘 헤아려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는 쪽으로 치료한다. 일례로 임신 4개월의 유방암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아기를 유산하고 유방도 절제하라는 검진 결과를 받았다며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의료진의 적절한 처방으로 현재 아기를 출산했을 뿐만 아니라 유방도 제거하지 않은 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유방암 수술 환자 모임 새순회와 핑크리본 유방암 수술 및 치료를 받고 있는 환우 모임인 ‘새순회’는 봉사와 나눔을 목적으로 한다. 매달 둘째 주 수요일에 환우들이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한다. 또한 의료진이 함께하는 질의응답 프로그램을 통해 궁금한 내용들을 상담할 수 있다.
●유방암 교육 프로그램 운영 매월 셋째 화요일 오후 3~4시
서울아산병원 서관 1층 암교육센터
●진료 문의 02-3010-1300
평일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분(주말, 공휴일 제외)
●홈페이지 http://cancer.amc.seoul.kr
한양대학교 서울병원 위암센터
환자와 의사가 손을 잡고 진료하는 센터 한양대학교병원 암센터는 위암에 관한 올바른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 건강강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4일 서울시 성동구청 권성준 교수가 ‘위암, 아는 만큼 이긴다’라는 주제로 진행했고, 인근 주민 3백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권성준 교수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암이 극복될 거라 예상하지만 현재는 극복하는 것보다 조기검진 및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위암은 여성보다 남성들이 위험인자에 더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예방 및 정기검진에 관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에는 수술하면 수명이 짧아진다는 속설도 있었으나 수술할 필요가 있는 환자에서는 수술이 생명연장에 더 좋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수요일 오전, 금요일 오전에 위암 관련 외래진료를 하고 있다.
암 극복 의지 북돋는 진료 철저한 식습관, 보조항암요법, 정기적인 추적검사 등을 통해 암을 이겨낼 수 있다. 한양대 병원에서는 설령 재발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포기를 말하긴 이르다며 환자들의 암 극복 의지를 북돋는다. 근래 들어 치료효과가 탁월해진 항암제들이 개발이 되면서 많은 재발환자들이 의지를 갖고 투병 중이라고 한다. 또한 수술적 치료를 통해 말기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암 치료를 기계적으로 다루지 않고 환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한 감성으로 치유하는것을 목표로 한다.
●진료문의 02-2290-8830, 8831
●홈페이지 http://smc.hanyang.ac.kr/CANCER/
●암센터 블로그 http://hmc-cancer.tistory.com/
카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부인암센터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부인암센터장이자 자궁경부암의 권위자로 꼽히는 박종섭 교수는 2000년 세계적인 과학전문지인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에 HPV가 인체에 침투해 면역시스템에 발각되지 않는 이유를 세계 최초로 규명함으로써 세계적인 의학자의 반열에 그의 이름 석 자를 올렸다.
생명존중의 진료 실천이 최대 목표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부인암센터는 최고 수준의 첨단 의료 시스템과 진단 및 치료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가톨릭이념에 걸맞게 여성암 환자의 생명 존중과 권리 보호를 구현하는 생명존중의 전인적인 진료 실천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다. 부인암센터는 부인암 진료에 one Stop Service의 개념을 도입하여 진단 후 수술까지 최단 시간이 걸릴 수 있는 환자 위주의 편의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외국 환자 유치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목표로 한다. 부인암의 진단, 치료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과 난소암 조기 검진 및 예방 클리닉, 유전성 종양 예방을 위한 분자병리 클리닉 개설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다학제적 협력 진료팀 구성 이곳 진료의 특징은 환자 중심의 다학제적 협력 진료팀 (multidisciplinary team)으로 자궁암팀과 난소암팀으로 의료진이 구성된다는 점이다. 부인암을 수술로 치료하는 부인암 전문의와 방사선치료 등을 담당하는 방사선종양 전문의, 항암화학요법을 담당하는 종양내과전문의, 정신과 상담을 위한 정신과 전문의, 정확한 진단을 도와주는 영상의학 전문의 및 병리학전문의, 종양 간호를 전담하는 전문간호사 등의 의료진이 부인암센터의 팀원으로서 다학제적 진료를 위하여 서로 협력하고 있다. 최근 복강경 수술 및 로봇 수술을 포함하는 최소 침습 수술을 거의 모든 부인수술 분야에 적용하고 있어 환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수술 및 항암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환자들에게는 복강내 고열 항암화학요법 등의 고난이도 치료를 시행하여 좋은 치료 성과를 이루어냈다.
● 환자와 일반인을 위한 일일강좌가 열린다.(서울성모병원 4층 가톨릭암병원 회의실,홈페이지에서 일정 확인)
● 진료문의 02-2258-2720
● 홈페이지 www.cmcseoul.or.kr/cancer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 클리닉
갑상선암 로봇 수술 1000건 돌파 갑상선암은 늦게 발견할 경우 갑상선 뒷면의 후두신경까지 절제할 수도 있어 성대마비가 올 수 있다. 가급적 빨리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 클리닉은 조기 진단율을 높이는 데 진료의 초점을 맞춘다. 박정수·장항석 교수 등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갑상선암 진단의 첫 단추는 ‘촉진’인데, 경험이 많은 의료진은 손으로 만져 갑상선 결절의 양성과 악성을 감별한다. 진단팀, 임상진료팀, 진단병리팀 등 클리닉의 역할을 세분화하고 있는 것도 조기 진단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임상진료팀은 임상적 판단에 따라 검사 및 치료 스케줄을 조정해 중증 환자의 수술 지연을 미연에 방지한다. 특히 진단팀은 ‘미세침흡인 세포검사’ 등에 있어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미세침흡인 세포검사’란 갑상선 세포를 주사기로 뽑아내 결절 여부를 검사하는 것으로 깊게 위치한 결절까지 진단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 클리닉은 직경 2㎜의 미세암까지 진단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당일 진료, 당일 검사 추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 클리닉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당일 진료, 당일 검사 및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이와 함께 진행성 암의 치료뿐만 아니라 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또한 이곳은 수술 건수가 많고 타 병원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고난이도 수술과 재발 갑상선암 수술을 다수 시행하고 있다. 20년간 장기 생존율 90% 이상을 보여 다른 의료 선진국의 치료 성적과 동등하며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아 많은 나라에서 수술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다.
● 진료문의 1599-6114
● 홈페이지 http://gs.iseverance.com
말기 암 앓으며 강단 오른 시대의 스승 3인이 전하는 메시지
‘살다보니 죽음보다 소중한 것이 있더라’
그들은 말기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강의를 계속했고, 당장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위독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맡은 책임을 다했다. 또 투병 중에도 제자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줬고,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현재 위암 투병 중인 차태훈 교수와 고(故) 송하원, 이기용, 랜디 포시 교수는 자신보다 학생을 먼저 생각한 앞선 교육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멋진 스승이다.
늘 웃는 ‘천사표 교수님’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故 송하원 교수
고 송하원(당시 50세)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7월 25일 새벽 숨을 거뒀다. 그는 침대에 누워 맏딸을 바라보다가, 한 줄기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소세포성 폐암 진단을 받은 지 14개월 만의 일이다. 이틀 뒤 연세대 루스채플 예배당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송 교수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제자들과 동료 교수, 가족 등 1천5백여 명이 모여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송 교수의 죽음을 애달파했던 제자들이 유난히 많았던 까닭은 그의 선행 탓이다. ‘천사표 교수님’으로 불렸던 그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부인 박영숙(46) 씨는 “남편은 항상 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제자의 집안 형편이 기울었을 때는 백만 원이 담긴 봉투를 전해줬고, 부모님의 병원비가 부족한 제자에게는 선뜻 자신의 월급봉투를 건네줬다. 특히 우리나라로 유학 온 외국 학생들에게 각별했는데, 자신이 힘든 미국 유학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송 교수가 발병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던 이유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기 싫어서였다. 빠져가는 머리카락을 가발로 감췄고, 6시간마다 진통제를 복용하며 강의를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침대에 노트북과 논문을 쌓아놓고 학생을 지도했다. 마지막 학기 개강을 앞두고는 항암치료도 거부했다. 쇠약해져가는 스승에게 제자들은 제주도산 전복과 흑염소 진액, 송 교수가 좋아하는 포항 물회를 공수해왔다. 그러나 송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종강 수업을 마친 후 병원에 입원했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임종 3일 전 그는 주위에 투병 사실을 알렸고, 그 와중에서도 제자들에게 “꿈을 크게 가져, 세계적인 학자가 되라”고 당부했다.
송 교수는 떠났지만, 그의 뜻은 유족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부의금 3천만원 전액은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달라는 그의 말에 따라 연세대에 기부됐다. 또 유족은 1천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해 ‘송하원 교수의 책날개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그는 강의를 시작할 때 항상 농담을 준비해 학생들을 웃게 만들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를 기억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그의 웃는 표정을 떠올린다. 진심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던 송 교수. 그의 순수한 사랑은 제자들의 마음속에 배움 이상의 것을 남겼다.
법학도의 덕목 몸소 보여준 선배님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故 이기용 교수
“이번 학기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나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요. 더 열정적으로 수업을 못해 미안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거니까, 여러분도 건강 잘 챙기세요. 완쾌해서 돌아올 테니, 그때 다시 봅시다.”
2007년 12월 5일,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담보 물건법’ 강의실에서 고 이기용(당시 50세)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발병 사실을 알렸다. 그는 같은 해 10월 내시경검사를 통해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당장 모든 일정을 접고 항암·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남은 강의 일정을 모두 마친 후 본격적인 항암 치료를 받겠다며 고집을 부리던 터였다.
심지어 이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기말고사 일정을 위해 세 시간동안 쉼 없이 계속됐다. 그 후 자신의 연구실에서 동료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병원으로 옮겨졌고, 가족들이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뒀다. 병원에서 밝힌 사인은 극심한 체력 소진으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이었다. 법학과 동료인 박광민 교수는 “휴직계를 내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이 교수님은 죽더라도 강단에서 죽겠다며 수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의 컴퓨터에서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출제했던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교수의 부음 소식을 들은 학생들의 충격은 무척 컸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애도의 글이 올라왔다. 그의 제자라고 밝힌 한 학생은 “교수님이 우리 수업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아 죄송스럽다”는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평소 이 교수는 법이 두려운 대상이 아닌,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이 많았고,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했던 그는 제자들에게 법학도로서 가져야 할 덕목을 유독 강조했다. 때문에 그의 제자들은 자신들의 선배이자, 닮고 싶은 스승으로 이 교수를 꼽는다.
이틀 뒤 성균관대 교문에는 이 교수의 영결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장소는 그가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던 법과대학 지하 1층의 모의법정이었다. 조문사를 낭독했던 학생 대표는 “책임 의식이 남달랐던 이 교수님이 사랑했던 제자들과 마지막을 보냈다”며 흐느꼈고, 작별인사를 하러 온 5백여 명의 조문객들도 함께 목 놓아 울었다.
이 교수는 극한 고통 속에서도 정직한 법학도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아름다운 행보에 우리는 존경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희망을 선물한 멘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故 랜디 포시 교수
곧 온라인 사이트인 유튜브에 <마지막 강의>라는 이름으로 그의 강연 동영상이 게시됐고, 6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를 조회했다.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그의 강연 내용은 책으로 출간됐고, 29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 번의 강연이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은 그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태였다는 점과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 때문이다. 그는 2006년 8월 완치가 불가능한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몇 차례의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암세포가 간과 비장 등에까지 퍼져 3개월에서 6개월만 살 수 있다는 최후 통보를 받았다. 그럼에도 포시 교수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았다. 그는 몸 상태를 매일 기록하며, 본격적인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포시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마지막 강의>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에 대해 “조금 당황스럽다. 훌륭한 부모가 되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 강연은 그가 깨달은 교훈을 중심으로 꿈을 키우는 자세에 대한 지침을 준다. 그는 종신 교수로 임명되기 전까지 함께 일했던 학생 15명을 데리고 디즈니랜드로 놀러간 적이 있다. 그의 동료들은 그가 왜 그렇게 엄청난 돈을 써야 하는지 의아해했지만, 그는 “감사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2008년 7월 25일 버지니아 체사피크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저는 곧 죽습니다. 하지만 남은 날 동안 신나고 재미있게 살 겁니다”라고 했던 그는 남은 생을 정말 즐겁게 보냈다.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할로윈 파티를 여는 등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옳은 길을 따라 살다보면 꿈은 이뤄진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 여성조선
취재 장윤희 정은주 | 사진 조선일보 DB
‘살다보니 죽음보다 소중한 것이 있더라’
그들은 말기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강의를 계속했고, 당장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위독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맡은 책임을 다했다. 또 투병 중에도 제자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줬고,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현재 위암 투병 중인 차태훈 교수와 고(故) 송하원, 이기용, 랜디 포시 교수는 자신보다 학생을 먼저 생각한 앞선 교육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멋진 스승이다.
늘 웃는 ‘천사표 교수님’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故 송하원 교수
송 교수가 발병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던 이유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기 싫어서였다. 빠져가는 머리카락을 가발로 감췄고, 6시간마다 진통제를 복용하며 강의를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침대에 노트북과 논문을 쌓아놓고 학생을 지도했다. 마지막 학기 개강을 앞두고는 항암치료도 거부했다. 쇠약해져가는 스승에게 제자들은 제주도산 전복과 흑염소 진액, 송 교수가 좋아하는 포항 물회를 공수해왔다. 그러나 송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종강 수업을 마친 후 병원에 입원했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임종 3일 전 그는 주위에 투병 사실을 알렸고, 그 와중에서도 제자들에게 “꿈을 크게 가져, 세계적인 학자가 되라”고 당부했다.
송 교수는 떠났지만, 그의 뜻은 유족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부의금 3천만원 전액은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달라는 그의 말에 따라 연세대에 기부됐다. 또 유족은 1천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해 ‘송하원 교수의 책날개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그는 강의를 시작할 때 항상 농담을 준비해 학생들을 웃게 만들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를 기억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그의 웃는 표정을 떠올린다. 진심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던 송 교수. 그의 순수한 사랑은 제자들의 마음속에 배움 이상의 것을 남겼다.
법학도의 덕목 몸소 보여준 선배님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故 이기용 교수
2007년 12월 5일,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담보 물건법’ 강의실에서 고 이기용(당시 50세)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발병 사실을 알렸다. 그는 같은 해 10월 내시경검사를 통해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당장 모든 일정을 접고 항암·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남은 강의 일정을 모두 마친 후 본격적인 항암 치료를 받겠다며 고집을 부리던 터였다.
심지어 이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기말고사 일정을 위해 세 시간동안 쉼 없이 계속됐다. 그 후 자신의 연구실에서 동료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병원으로 옮겨졌고, 가족들이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뒀다. 병원에서 밝힌 사인은 극심한 체력 소진으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이었다. 법학과 동료인 박광민 교수는 “휴직계를 내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이 교수님은 죽더라도 강단에서 죽겠다며 수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의 컴퓨터에서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출제했던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교수의 부음 소식을 들은 학생들의 충격은 무척 컸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애도의 글이 올라왔다. 그의 제자라고 밝힌 한 학생은 “교수님이 우리 수업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아 죄송스럽다”는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평소 이 교수는 법이 두려운 대상이 아닌,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이 많았고,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했던 그는 제자들에게 법학도로서 가져야 할 덕목을 유독 강조했다. 때문에 그의 제자들은 자신들의 선배이자, 닮고 싶은 스승으로 이 교수를 꼽는다.
이틀 뒤 성균관대 교문에는 이 교수의 영결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장소는 그가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던 법과대학 지하 1층의 모의법정이었다. 조문사를 낭독했던 학생 대표는 “책임 의식이 남달랐던 이 교수님이 사랑했던 제자들과 마지막을 보냈다”며 흐느꼈고, 작별인사를 하러 온 5백여 명의 조문객들도 함께 목 놓아 울었다.
이 교수는 극한 고통 속에서도 정직한 법학도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아름다운 행보에 우리는 존경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희망을 선물한 멘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故 랜디 포시 교수
곧 온라인 사이트인 유튜브에 <마지막 강의>라는 이름으로 그의 강연 동영상이 게시됐고, 6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를 조회했다.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그의 강연 내용은 책으로 출간됐고, 29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 번의 강연이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은 그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태였다는 점과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 때문이다. 그는 2006년 8월 완치가 불가능한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몇 차례의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암세포가 간과 비장 등에까지 퍼져 3개월에서 6개월만 살 수 있다는 최후 통보를 받았다. 그럼에도 포시 교수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았다. 그는 몸 상태를 매일 기록하며, 본격적인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포시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마지막 강의>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에 대해 “조금 당황스럽다. 훌륭한 부모가 되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 강연은 그가 깨달은 교훈을 중심으로 꿈을 키우는 자세에 대한 지침을 준다. 그는 종신 교수로 임명되기 전까지 함께 일했던 학생 15명을 데리고 디즈니랜드로 놀러간 적이 있다. 그의 동료들은 그가 왜 그렇게 엄청난 돈을 써야 하는지 의아해했지만, 그는 “감사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2008년 7월 25일 버지니아 체사피크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저는 곧 죽습니다. 하지만 남은 날 동안 신나고 재미있게 살 겁니다”라고 했던 그는 남은 생을 정말 즐겁게 보냈다.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할로윈 파티를 여는 등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옳은 길을 따라 살다보면 꿈은 이뤄진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 여성조선
취재 장윤희 정은주 | 사진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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