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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기타암

검버섯의 탈을 쓴 '그 녀석'을 조심하라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1. 16.

[김철중 기자의 이런 증상 고발합니다] 검버섯의 탈을 쓴 '그 녀석'을 조심하라

 

 

 

59세 보험설계사 김 여사는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왼쪽 눈썹과 주변머리 사이에 조그만 까만 점이 큼지막하게 보이는 것이다. 나이 들면 생긴다는 검버섯이다. 불황 돌파하느라 잠시 피부에 한눈파는 사이 0.5㎝까지 자랐다. 고객 만날 때마다 젊게 보이려고 그렇게 노력해왔건만, 영업 전선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아직도 청춘인데…, 내 '젊음'을 망치는 이런 암적 존재는 하루빨리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동네 상가에 걸린 피부 클리닉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의사는 레이저로 검버섯을 가볍게 떼어냈다. '살색'(동양인의 피부색)의 테이프를 붙이고 나니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렇게 '문제점'은 해결되나 싶었다.

그러다 몇 달 후. 그 자리에 검버섯이 또 자라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표면이 울퉁불퉁한 게 모양도 영 기분 나빴다. 검버섯은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잘 자란다는데, 그동안 자외선 차단제를 소홀히 한 자신을 책망했다. 그는 이번에 꼭 뿌리를 뽑겠다는 자세로 피부과를 찾았다.

그런데 피부과 전문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듯한 표정이다. 현미경처럼 생긴 확대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조직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피부암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암이라니 이게 웬 말인가!

검사결과는 일주일 뒤 나왔다. 피부에 생긴 기저세포암이었다. 지난번에 검버섯으로 알았던 것도 검버섯이 아니라 기저세포암이었던 것이다. 레이저로 표피 위 검은 부분만 제거된 것이고, 피부 밑에 있던 암세포는 그대로 남아 있다가 다시 자라나왔던 것이다.

기저세포암은 피부에 점 형태로 생기는 암이다. 피부암의 65%를 차지한다. 검버섯처럼 얼굴 부위에 생긴다. 특히 코나 눈꺼풀 주변에 잘 생긴다. 검버섯 마냥 나이 들면서 발생 확률이 높다. 모양이 갈색이나 검은색 점으로, 검버섯과 비슷하다. 검버섯 중에는 암처럼 두세 달 만에 확 자라는 것이 있고, 기제세포암 중에는 검버섯처럼 천천히 자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성장 속도로도 구별하기 어렵다. 피부과 전문의들도 자칫 검버섯으로 오인하기 딱 좋은 암이다. 요즘에는 산부인과, 소아과(소아환자의 엄마 대상), 가정의학과, 외과 의사 등도 '피부 시술'을 하니, 경험이 적은 의사는 진단 실수를 할 우려가 있다. 피부에 둔감한 노년 남성의 경우, 검버섯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검버섯이 코 주변에 생겼거나 표면이 헐어 있거나, 구멍이 살짝 파이면서 피가 맺혀 있다면 일단 기저세포암을 의심해야 한다. 치료는 암세포가 있는 피부 밑과 주변부 살까지 한꺼번에 잘라낸 후 봉합하는 식으로 한다.

몸속의 암은 초기에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아 늦게 발견되곤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암도 이렇게 위장을 하면 눈 뜨고 당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