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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남성암

[스크랩]100명 중 3명…‘당신’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10. 3.

100명 중 3명…‘당신’도?
-중년남성을 위협하는 전립선암

우리나라 남성암 중 가장 증가율이 빠른 질환은?

바로 전립선암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유병률이 높아 서구적인 암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아버지암’이라 불리는 이유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항문에 가까운 대장부분)에 있다. 밤알을 뒤집어 놓은 형태로 남성만이 가진 장기다. 출생 후에는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작다. 사춘기가 되고 남성 호르몬이 왕성해지면서 조금씩 커진다. 전립선은 정액의 30%를 생산하는데, 전립선에 들어있는 물질은 정자의 운동성을 촉진시켜 임신을 돕는다. 전립선의 주변부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것을 ‘전립선암’이라 한다.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나 ‘아버지암’이라는 별명도 있다.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비뇨기종양학회가 전국 9개 지역 55세 이상 남성 총 1만363명 대상으로 최근 3년간(2007~2009) 전립선암 선별검사를 한 결과, 조사대상 100명 중 3.4명이 전립선암 환자로 조사됐다.

한국 남성의 전립선암 발견율(3.4%)은 비슷한 조사를 벌인 중국(장춘 1.3%)과 일본(오사카2.3%)보다 높다. 전립선암 발견율이 높은 미국(5.8%)과 유럽(5.3%)과 비교해도 2% 내외의 차이에 그쳤다.

전립선암은 먼저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검사)를 한다. PAS 수치가 3ng/㎖ 이상이 나오면 조직검사를 시행해 암 여부를 최종 진단한다. PAS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암은 아니다. 전립선염과 전립선비대증 등 다른 전립선질환으로도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7~2009년 역학조사 결과, 한국 남성 중 전립선암 위험군(PSA 수치가 3 이상)에 속하는 비율은 ▲55~59세 4.5% ▲60~64세 7.9% ▲65~69세 13.1% ▲70~74세 18.5% ▲75~79세 24.5% ▲80세 이상 30.5% 등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전립선암 위험이 높았다.


백재승 비뇨기과학회 이사장은 “과거에는 60대 후반 이상 노년층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최근 한창 사회활동을 하는 50대에게서 전립선암이 많이 발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남성암 증가율 1위
전립선암은 위, 폐, 간, 대장에 이어 남성암 5위를 차지한다.

환자 수는 1999년 1,437명에서 2005년 3,487명으로 6년 새 2.4배 늘었다. 남성암 중에서 환자 증가율이 가장 빠르다. 지난해는 신규 환자 수가 4,913명에 달했다.


인구 10만명 당 전립선암 발생률도 2002년 9.8명에서 2005년 14.8명으로 51.0% 급증했다.

전립선암으로 사망하는 환자 수도 급격히 늘었다. 통계청의 암 사망률에 따르면 1997년 남성 10만 명당 1.5명에서 2007년 4.5명으로 10년 새 3배 증가했다.


전립선암, 왜 걸리나?
전립선암은 정확한 발병원인을 모른다. 다만 가족력과 나이, 환경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은 환자의 약 9%가 유전력이 있다. 전립선암에 걸린 형제를 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3배 가량 높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약 8배 가량 높다. 55세 이전에 전립선암이 발병한 환자는 45%가 유전적 소인을 보인다.

나이는 전립선암의 큰 위험 요소다. 50세를 전후로 유병률이 급증한다. 또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이 비교적 발병률이 낮다. 학계에서는 ‘5-알파 리더타아제’라는 효소가 적은 사람은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보고된다.

전립선암은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 전립선암 발병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서구식 식생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을 많이 먹는 사람은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이 밖에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은 경우(극지방이 적도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높음), 혈중 칼슘 농도, 카드뮴에 대한 직업적 노출(제철소 근무자 등)이 요인으로 지적된다.

초기 증상 없다…뼈·림프절 등으로 전이 잘 돼
여타 암이 그렇듯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더러 배뇨장애를 일으키지만 이것이 전립선비대증인지 암 때문인지 분별하기가 어렵다.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한 상태라도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많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진행속도가 느리다. 전립선의 암세포는 수년에 거쳐 성장한다. 혈액 속 남성호르몬에 의해 암이 진행된다. 전립선의 종양은 전립선의 피막을 뚫고 나가 방광, 정낭 등 주위 조직을 침범한다. 더 진행되면 골반 림프절이나 뼈 등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을 보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배뇨 장애가 대표적이다. 소변에 피가 섞여 배출되는 혈뇨나 정액에 피가 나오는 혈정도 나올 수 있다.

전립선암이 뼈로 전이되면 요통, 늑골이나 어깨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피로감, 전신쇠약, 전신 통증도 나타난다. 척주로 전이되면 척추골절을 일으켜 신경을 누른다. 따라서 골반통이나 하지마비가 올 수도 있다. 전이된 뼈는 약해져 자주 부러질 수도 있다.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면 신장에서 소변이 생성되어 방광으로 나오는 요관 등이 막힌다. 신장기능저하를 일으켜 신부전증이 오기도 한다.

50대 이상 남성, 술 한번 참아라
우리나라 전립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6.9%다. 미국(98.9%)보다 22%나 낮은 수치다. 이는 낮은 검진율 때문이다.

백재승 비뇨기과학회 이사장은 “전립선암은 발병률과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5대 국가암 사업에 들어가 있는 자궁경부암의 빈도를 추월한 상황”이라며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조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은 주요 장기로 전이가 되면 40~60주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10년 생존율이 80~90%에 달하는 ‘착한 암’이다. 특히 검사방법이 간단하다.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는 소량의 피만 뽑으면 된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보다 상대적으로 생존기간이 길어 치료비도 많이 든다.

비뇨기과학회가 지난 2007년 전국 8개 대학병원의 비교기과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전립선암 조기 환자와 말기 환자의 치료비용>을 분석한 결과, 전립선암 말기 환자의 1년 치료비가 2,091만 원으로 조사됐다. 조기 발견 환자 치료비(531만원)의 4배 수준이다.

장성구 비뇨기종양학회 회장은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검진방법인 PSA 검사는 2만 원 내외의 적은 비용으로 위험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며 “전립선암을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 추가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아 기자[leesooah@datanews.co.kr] 2009-09-18 16: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