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화 | 아버지-장용재(60세)- 간암 투병중. 장용재님 부부는 올 봄 고향에 농가와 텃밭을 마련해 귀향할 계획 중.
2006년은 우리가족 모두에게 잊히지 않는 해가 될 거 같아요. B형 간염 보균자로 초기 간경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석 달에 한번, 6개월에 한번,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해왔기 때문에 아무도 간암으로 진행될 줄은 생각도 못했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암이라는 게 남의 일로만 생각했었고 TV에서나 일어나는, 꿈에서도 생각해 본적 없는 일이 막상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니 더욱 인정하기 싫었어요. 그때 아빠 모습을 기억해 봅니다. 모두 약해져 있는 모습에 전 걱정 말라며 내가 다 낫게 해줄 거라고. 그깟 놈 다 없애 줄 거라고. 엄마 아빠 나 믿지? 나 믿고 따라 올 거지? 하고 호언장담, 큰 소리 치며 했던 말 기억해요? 서점에서 책도 여러 권 사고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에 가입하여 암에 대한 자료와 치료 방법, 식이요법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한창 무더운 칠팔월 한 여름, 병원에서 생활하시느라 아빠, 엄마 고생 많으셨어요. 이틀 동안 중환자실에 초췌히 누워 계신 모습에 엄마는 잠깐 혼절도 하셨지만, 아빠는 저랑 어린아이처럼 파이팅하며 웃었잖아요.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나고 집에 돌아오셔서 한참동안 힘들어 하셨지만 워낙 의지력이 강하신 분이고 지금까지 체력을 잘 쌓아왔기에 회복도 빨랐고 많이 좋아지셔서 다행이에요. 아프기 전엔 아빠가 늘 사는 게 재미가 없다고, 기분 좋은 일이 없다고 하셨는데 이젠 내가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삶의 의미를 찾았다, 하루하루 사는 게 새롭고 신이 난다 하시는 아빠 말에 저 또한 기분이 좋아져요. 정기적으로 CT촬영과 피검사로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가 남아있지만, 지금처럼만 잘 하시고 웃으며 생활하신다면 건강하게 오래오래 두 분이서 행복하게 사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이번 계기로 우리 가족은 서로가 더욱 가까워졌고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신다는 계획 잘 하신 거 같아요. 5월에 태어날 첫 손주 무릎에 앉히며 해맑게 웃는 아기 재롱도 받으시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내리 사랑도 듬뿍 주시며 행복하세요. 엄마, 아빠 정말 사랑합니다. 맏딸 선화 올림 |
월간암 2007년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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