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이겨냈지만… | ||
<앵커 멘트>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걸린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치료 방법이 발전하면서 암 환자의 생존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을 극복하고도 예전같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암 생존자들을 보살피는 사회적 장치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암과 싸워 이겨낸 사람들,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63살 정용중 씨는 위암 환자입니다. 3년 전, 위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정용중(위암 환자): "그때 와서 4기 판정 받고 수술 못한다 어쩐다 했는데 동생한테 죽는다고 묘자리까지 보라고 했었죠. 나를 어떻게 어떻게 해서 묻어라.." 그런데 정 씨에게 기적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병원에서 제안한 신약 임상 실험에 응한 뒤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3년 반 동안의 항암치료,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고통의 시간을 오직 살겠다는 신념으로 버텼습니다
<인터뷰>정용중(위암 환자): "세 번째 맞을 때에는 머리 감으니까 머리가 빠져 그래서 밤에 깜깜할 때 감았죠. 겁이 나서. 머리가 빠지면서 이가 솟구쳐서 밥을 못 먹겠더라고요. 아파서 이걸 움직이지 못했어요." 6시간에 걸친 종양 제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암과 싸워 이겨낸 것입니다
<인터뷰> 정용중(위암 환자): "지금은 힘이 넘쳐서 아주 얘기하고도 싶고 나 살았다는 얘기 하고도 싶고 소리 지르고 싶고 그런 심정이죠." 암 생존자, 암 치료가 끝나고 암이 재발하지 않은 건강항 상태에 있는 환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암 생존자는 60만 명, 이 수는 갈수록 늘어 2015년에는 전체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11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암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유선주 씨,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녹취> 김영숙(이웃 주민): "되게 훌륭하세요. 뭔가 알아서 하시고 남한테 베푸시는 것도 많고요. 그리고 친동생처럼 잘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한테도."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유 씨는 유방암으로 가슴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자궁 근종으로 자궁까지 제거해 여성성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녹취> "별로 느낌은 좋지 않은 혹이었지만 그렇게까지 안 좋을지 몰랐다. 유방암 말기라고 한들 크게 달라질 것도 없지만 주위 사람들 생각에 가족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일단 열어봐야 안다지만 1기, 말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수술 후 약을 어떻게 이겨낼지가 걱정이다." 수술 뒤에 유 씨의 인생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틈만 나면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으로 먹는 것에도 신경을 씁니다.
<인터뷰> 유선주(유방암 생존자): "자투리 운동도 운동이고 집에서 저 같은 환자들이 맥없이 누워있을 때 누워서 텔레비전 보지 말라는 거예요. 일어서서 목욕탕 의자 갖다 놓고 오르내리면서 우선 다리가 튼튼해야 힘이 생기더라고요."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삶에 대한 태돕니다.
<인터뷰> 유선주(유방암 생존자): "진짜 자리 보존하고 누워서 가게도 못 나오고 얼마나 슬플까 그러면 저절로 기뻐져요. 나 지금 현재 사지육신이 멀쩡한 게 너무너무 감사하고 너무 기쁘고 하루가 즐겁고 그래요. 하루의 소중함이 굉장히 커요." 그러나 암 생존자 모두가 유 씨처럼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식품 판매업을 하는 장호정 씨는 직장암을 이겨냈습니다. 그러나 암은 장 씨의 신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항문을 제거한 장 씨는 인공항문에 팩을 차고 배설물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인터뷰> 장호정(직장암 생존자): "냄새 때문에 나갈 수 없는 거예요. 팩을, 항문이 없고 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여기다 팩을 차고 변이 전체적으로 방귀랑 이쪽으로 가스랑 나가는데 제거 이걸 차고 어떻게 직장을 나가겠어요." 장 씨는 대부분의 암 생존자들에게 나타나는 후유증을 겪었습니다. 아무리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사라지지 않았고 통증과 수면장애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결국 우울증이 심해져 해서는 안될 일까지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장호정(직장암 생존자): "8층에서 죽으려고 각오를 하고 환의복 입은 채로 기어 올라가서 매달렸는데 밑이 너무 캄캄하고 무서운 거예요. 초저녁이었는데 그래서 못 죽고 도로 내려 왔어요. 그래서 또 기어 올라갔어요. 세 번을 시도 했는데도 제가 못 죽고..." 그러나 이런 극한 상황에 처한 암 생존자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장호정 : "사회복지 차원에서 암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든지 하다못해 요양프로그램 이런 거라도 운영하면서 우리를 직업도 알선해 줄 수 있는 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아쉬움만 많이 있었지 전혀 제가 말할 기회도 없고 어디 가서 항의도 못하고.." 이태석 씨는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신약 임상 실험에 참가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7년 동안 별 탈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석(폐암 생존자): "제 마음이나 일상적인 평범한 사람이랑 똑같아요. 건강하게 모든 활동하는 게 그런데 단지 의사가 완치됐습니다. 그런 얘기는 안 했어요." 이 씨에게도 사회 복귀는 암 투병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자영업을 택한 이유도 암 환자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이태석(폐암 생존자): "아직 사회에서는 조금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전염병도 아닌데 사람들이 좌우지간 기피하는 감을 느낍니다." 국립암센터 등 5개 대형병원에서 유방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록들입니다. 대부분이 극심한 피로감, 우울증, 성생활의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녹취>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티가 나지않지만 수술후 나는 오른팔을 거의 쓰지 못하고 노동 능력은 80% 이상 상실했다고 본다. 운전을 해도 팔에 부종이 오고 통증이 있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장애인 등록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도 절실하다. 한쪽 가슴을 잘라낸 게 어찌 장애인이 아닌지 반문해 보고 싶다. 유방 절제환자들의 복원 수술을 의료 보험으로 혜택을 주십시요, 여자의 아름다움의 상징인데 목욕, 취미활동, 성생활시 수치심과 보기 싫어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초라해지고 우울해집니다." 실제로 유방암 생존자 천 9백여 명과 일반인을 비교한 결과 암 생존자들의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이 훨씬 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윤영호(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암 진단 이후에 치료 끝나고 그 다음부터는 이 환자에게 등록을 시켜서 지속적으로 증상관리하게 하고 상담도 해주고 검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토털 캐어가 암 환자 주치의가 돼서 그렇게 해 주는게 국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은 어떤 치료를 받느냐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눈에 종양이 생긴 오영표 씨는 우리나라에 한 대뿐인 양성자 치료기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양성자 치료기는 일반 조직도 파괴하는 기존의 엑스선 방사선 치료와는 달리 암 조직만 선택적으로 파괴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터뷰> 오영표(맥락막 흑색종 환자): "눈 제거 안하고 치료할 수 있는 부분이라니까 눈동자라니까 추천해 주시고.." 그러나 문제는 치료비, 많게는 2-3천만 원까지 들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환자가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문성호 전문의(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아직까지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소아암이라든지 맥락막 흑색종 환자분들 같은 경우 어떻게 보면 양성자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부분인데 보험적용이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고.." 암 생존자들이 모여 웃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암과의 사투에서 잃어버렸던 웃음, 이제는 마음껏 웃어봅니다.
<인터뷰>조주희 박사(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일반적으로 암 생존자들이 자기 생활에서 치료 후에 재발에 대한 두려움 이라든가 사회 복귀 후 겪는게 많은데 그런 것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몇몇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이런 프로그램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참가하는 암 생존자도 많지 않습니다. 국가 암관리 사업차원에서의 암 생존자를 위한 정책과 예산투입은 아직 미흡한 상황입니다."
<인터뷰>윤영호(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도록 해 주는 정책적인 지원과 그에 따른 예산 지원이 되어졌을 때 암 환자들이 치료 끝난 이후에도 안심하고 정상생활 할 수 있도록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14만 명의 암환자들이 생겨나고 이 가운데 52%가 5년 이상 생존해 암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 생존자들은 별다른 배려와 관심 없는 냉혹한 현실에 또 한 번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어떤 배려가 필요한 지 고민해 봐야할 땝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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