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류별 암/췌장암

췌장암,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 안된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6. 13.

췌장암,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 안된다

기타 암과 달리 혈관형성 빈약 약물 침투 어려워

신약 IPI-926 혈관 수 증가시켜 항암제 전달 증진

 

기존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고 최신 표적 항암제들도 임상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암이 췌장암이다. 그런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영국암연구재단(Cancer Research UK) 산하 케임브리지연구소의 데이비드 투베슨 박사 등 연구팀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웹사이트 21자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췌장 종양은 혈관형성이 빈약해 항암 화학요법제가 침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췌장암 환자는 5년 생존율이 5% 이하로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대부분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고 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기 때문이다. 췌장 종양에서 채취한 생검샘플을 보면 흩어진 암세포들이 질긴 섬유성 결합조직인 기질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기질이 방어벽을 형성해 화학요법제가 췌장 종양에 침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췌장암을 일으키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마우스들을 제작해서 혈류를 표지하는 화학적 추적물질을 사용해 췌장 종양에 혈액이 어떻게 공급되는지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혈관망이 아주 빈약하고 혈액순환이 정상 조직에 비해 1/3 수준이었다. 인간 췌장 종양 샘플도 마찬가지여서, 섬유조직이 많고 혈관은 아주 적었다.

 

이는 췌장암의 경우 항암 화학요법제가 종양에 도달하기가 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췌장암이 항혈관형성제 '아바스틴'(Avastin, bevacizumab)과 같이 종양에 젖줄이 되는 혈관의 형성을 억제해 종양을 굶겨 죽이도록 고안된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억제제에 반응이 불량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췌장암에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기질 방어벽을 허물면 그 안에 있는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팀은 이에 적합한 신약으로 미국 인피니티(Infinity)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IPI-926'에 주목했다.

 

IPI-926은 헤지호그(Hedgehog) 신호전달 경로 억제제로, 이 경로의 핵심 조절인자인 스무든드(Smoothened) 수용체와 결합해 이 수용체를 억제하는 천연물질 사이클로파민(cyclopamine)의 유도체이다.

 

헤지호그 신호전달 경로는 배아 발달기에 조직 및 장기 형성을 조절하는 데 활성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나,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췌장암, 전립선암, 폐암, 유방암, 일부 뇌종양 등 여러 암의 증식과 생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인피니티가 지난해 공개한 전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인간 췌장암 모델 마우스들에게 IPI-926를 1회 투여하였는데도 기질세포의 헤지호그 경로를 급속하고도 지속적으로 억제해 IPI-926이 종량관련 기질에 헤지호그 신호전달을 하향조절하여 종양 성장을 억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에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해 췌장암을 일으킨 마우스들에게 젬자(Gemzar, gemcitabine) 또는 IPI-926을 단독 투여하거나 젬자와 IPI-926을 병용 투여해 비교했다. 그 결과 IPI-926은 기질을 현저히 축소시켰고 일시적으로 종양 내 혈관의 수를 3∼4배 증가시켰다.

 

종양에 혈액공급을 증가시키면 보통 암 성장을 촉진하지만, 췌장암의 경우에는 약물 전달에 유익하다. 실제로 젬자와 IPI-926을 병용 투여받은 마우스들은 종양의 크기가 현저히 축소되고 생존기간이 거의 2배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타임즈 이근산 기자/기사 입력: 2009년 5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