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먹거리가 풍부해진 요즘은 ‘왜 그것을 먹는가’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다. 맛있는 음식에 일단 끌리겠지만 ‘현대인의 병은 많이 먹는 데서 시작됐다’는 지적처럼, 건강과 직결돼 있는 먹거리는 선택할 때도 철학이 필요하다.
울산 울주군 은을암에서 열린 사찰음식축제의 현장에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찰음식의 정신’을 되짚어 보았다. 꼭 사찰음식대로 만들어 먹는다기보다 사찰음식의 정신을 일상의 음식과 요리에만 적용해도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적문 스님은 “깨끗하고 정갈한 맛의 사찰음식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알맞다”고 말했다.
#자극적이거나 인공적인 재료를 쓰지 않는다 : 청정(淸靜)
말 그대로 깨끗하게 요리한다는 뜻이다. 인공조미료나 마늘·파·달래·부추 등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 파·마늘은 대표적 산성식품으로 아토피 등 피부질환의 원인이 되고, 강한 향과 맛이 정신을 어지럽게 한다고 불교에서는 보고 있다. 대신 천연조미료를 쓴다. 자연 그대로의 맛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다. 천연조미료를 쓰기 위해서는 만드는 데 평소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된장과 두부로 천연조미료를 만들 수 있다. 두부 으깬 것을 소금으로 간해서 된장 속에 15일 정도 묻어둔다. 이후 고춧가루와 참기름, 통깨, 소금 등으로 양념해 다시 한달 정도 된장 속에 묻는다. 두부가 황금색을 띠면 된장과 함께 섞어 나물 무침이나 국 끓일 때 간 맞추는 용도로 사용하면 된다.
#소화흡수가 잘 되도록 만든다 : 유연(柔軟)
자극성없이 부드럽게 조리해 소화흡수를 높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음식 재료와 양념, 조리법 등이 음양의 조화를 이뤄야 몸 속에 들어가서 소화흡수가 잘 된다. 사찰음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재료인 생다시마는 그것만 먹어서는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반드시 식초와 함께 먹어야 한다. 보통 다시마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이유다.
#음식마다 맛이 나는 비결을 살려라 : 여법(如法)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것을 말한다. 요리마다 맛을 내는 포인트가 있다. 연근지짐은 밀가루 농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농도가 짙으면 텁텁하고, 옅으면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찰음식 전문점
사찰 음식은 저렴하지 않다. 음식을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를 쓰는 때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소측의 설명이다. 사찰 음식은 원칙적으로 파·마늘 등 오신채를 쓰지 않지만 일반인의 입맛에 맞춰 오신채를 일부 넣어 요리하는 곳도 있다.
◇산촌/ 인사동·고양 (02)735-0312
◇감로당/ 삼청동 (02)3210-3397
◇소심/ 안국동 (02)734-4388
◇채근담/ 대치동 (02)555-9173
◇고갯마루/ 상계동 (02)951-8790
▶집에서 만드는 사찰음식
#인삼야채말이
▲재료 생삼 3년생 100g·팽이버섯 1봉지·오이 1개·대추 5개·밤 5개·잣 1큰술·호두·소스(인삼엑기스 1작은술+꿀 1큰술)
▲만드는 법
①생삼과 오이는 포를 뜬 후, 부드러워지도록 꿀물이나 설탕물에 재워둔다.
②팽이버섯은 손질해 두고, 생삼·대추·밤·잣은 채썬다.
③인삼엑기스에 꿀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④생삼과 오이를 꿀물에서 건져내고 소스를 발라 내용물을 넣고 돌돌 만다. 소스에 찍어 먹는다.
#두부대추완자조림
▲재료 두부 3모·표고버섯 10장·대추 1되·당근 1개·피망 4개·간장 반컵·물엿 3큰술·참기름 1과 2분의1큰술·깨소금 2큰술·후추·통깨
▲만드는 법
①대추는 한쪽만 칼집을 넣어 씨를 뺀다.
②두부는 깨끗한 헝겊으로 싸서 물기를 꼭 짠다.
③당근·표고버섯·고추·피망은 곱게 다진다. 소금을 넣고 함께 볶는다.
④두부에 볶은 야채를 넣는다. 참기름·소금·후추·깨소금을 넣어 손으로 치댄다.
⑤대추 속에 두부를 조금씩만 넣고 꼭 눌러 안의 내용물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
⑥냄비에 간장·물·물엿을 넣고, 끓으면 대추를 넣어 조린다.
⑦냄비를 흔들면서 약한 불에서 은근히 조린다. 국물이 거의 다 졸면 참기름을 넣어 윤기를 낸다.
⑧남은 ④의 두부소는 조그맣게 완자를 빚어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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