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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여성암

백신 한방이면 자궁경부암 '걱정 끝'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3. 20.

백신 한방이면 자궁경부암 '걱정 끝'


자궁경부암 3기 진단을 받았으나 항암, 방사선 치료로 암을 이겨낸 이일선(가운데)씨의 큰딸 김희은(오른쪽)양이 지난해 9월12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맞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역, 볼거리, 풍진, 유행성 이하선염. 이들 질병과 자궁경부암의 공통점은? 정답은 예방 백신이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세계 최초의 암 예방 백신인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의 국내 시판을 허가했다. 또한 다국적 제약사 GSK가 개발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서바릭스'가 식약청의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올 가을 국내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서바릭스는 가다실보다 예방 효과가 길다.

 

국내 암은 원인이 다양해 근본적인 예방법이 없고, 조기 검진이나 발병 이후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어 사망률이 높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데다 예방 백신까지 나와 예방이 가능해졌다. 암 가운데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발병 원인

자궁 입구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은 거의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으로 인해 발병한다. 전체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의 90~98%를 차지한다. 또한 어릴 때 성 경험을 하거나, 남성 파트너가 여러 여성과 성관계할 경우, 여러 남성 파트너와 성관계할 경우 HPV 감염을 늘려 자궁경부암 발병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성생활을 하지 않아도 피부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 중 하루 700여명이 사망하는 여성 암 사망률 2위의 심각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300여명이 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며, 사망자도 2005년 1,067명으로 1995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30~50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박종섭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성생활 시작 연령이 낮아지면서 20대 여성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HPV에 감염된 이후 자궁경부암으로 악화되기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40대 이후 나타나는 자궁경부암도 실상 20~30대에 감염된 HPV가 원인이 될 수 있다.

 

감기처럼 흔한 바이러스인 HPV는 증상이 없어 감염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성접촉으로 전염될 수 있다. HPV는 성생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린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감기바이러스를 접해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HPV에 감염돼도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자궁경부암으로 악화한다. 또한 첫 출산 나이가 빠른 경우, 출산 경험이 많거나 장기간 피임약을 복용한 경우, 자궁경부암 발병을 늘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HPV에 감염된 여성 중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이 높았으며, 흡연량이 많고 흡연기간이 길수록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조기 검진이 최선책

자궁경부암이 진행되면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 질 분비물 증가, 골반 통증, 성행위 시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병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검진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기 진단을 위해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검사는 자궁경부 세포검사다. 이 검사법이 1950년대 도입된 이후 발생률이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영탁 교수는 "자궁경부암이 발병하면 초기엔 동결, 고주파, 레이저 요법 등 외과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암 진행 단계에 따른 수술을 하는데 자궁 일부 조직을 절제하는 수술, 자궁적출술 등이다. 암이 상당히 많이 진행됐으면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그 원인인 HPV 감염을 막는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HPV는 100여 가지 유형이 있지만 16, 18형이 암 발생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9~26세 여성을 대상으로 접종되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도 16, 18형 HPV 감염을 차단해 이를 예방한다.

 

박 교수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이 활성화되면 20~30년 후에는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현재의 20~30% 선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연구 결과, 현재 접종 연령 9~26세인 백신이 45세 중년 여성까지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접종 대상을 확대하면 예방률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자료: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영탁 교수>